우리의 잃어버린 옛 땅인 만주는 동북 3성, 러시아 동쪽 끝까지 한민족의 터전이었고, 우리가 살았던 기간이 잃어버린 기간보다 훨씬 길다. 엄청난 유적과 유물이 있으며 5,0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한민족의 기상이 배어있고, 항일독립운동이 펼쳐진 주요 활동무대였다. 역사적으로 만주를 장악한 민족이 강대국이 되었다. 고구려, 발해, 거란족의 요나라, 여진족의 금나라가 그러했다.

우리나라는 역사상 크고 작은 외침이 930여 회 된다. 그중 일본의 720여 회 침략을 제외한 200여 회는 중국 및 북방 민족에 의한 것이었다. 고구려가 7세기 수·당과 70년 전쟁 등을 벌이며 북방을, 신라가 왜의 침입으로부터 남방을 막아 ‘민족의 방파제’ 역할을 함으로써 한반도를 보존할 수 있었다.

추모왕(鄒牟王, BC58~BC19/재위 BC37∼BC19)은 위대한 나라 고구려의 건국시조이다. 기원전 58년에 천제(天帝·하느님)의 아들인 해모수(解慕漱)와 유화부인(柳花夫人) 사이에서 태어났다. 이름은 주몽(朱蒙)·추모(鄒牟)·중해(衆解) 등이 전한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동부여 왕 해부루(解夫婁)가 죽고 금와(金蛙)가 즉위하였는데, 이때 금와왕은 태백산 남쪽 우발수(優渤水)에서 하백(河伯, 강의 신)의 딸 유화를 만났다. 유화는 말하기를 “천제의 아들 해모수가 자기를 유인하여 사통(私通)하고 돌아오지 않아 부모에게 쫓겨나 우발수에 살고 있다.” 하므로, 금와왕은 사정이 딱한 유화를 궁궐로 데리고 왔다.

어느 날 유화는 햇빛을 받고 알 하나를 낳았는데, 그 알에서 남아(男兒)가 나오니 곧 주몽(‘활 잘 쏘는 사람’)이다. 주몽은 일곱 살 때 활과 화살을 만들어 쏘면 백발백중이었다. 이처럼 총명하자 금와왕의 장자 대소(帶素) 등 일곱 왕자가 주몽에게 왕의 자리를 빼앗길까 두려워 시기하여 죽이려 하였다.

이에 주몽은 어머니 유화 부인의 뜻을 따라 오이(烏伊), 마리(摩離), 협보(陜父) 등의 신하들을 이끌고 남쪽으로 향했다. 그런데 대소가 보낸 군대가 주몽 일행을 바짝 쫓았다. 주몽은 강 앞에 다다랐지만, 배가 없어 큰 소리로 외쳤다. “나는 ‘천제의 아들’이며, 하백의 따님을 어머니로 모신 추모왕이다. 나를 위하여 갈대를 연결하고, 거북이가 무리 짓게 하여라(광개토대왕비문).”고 외쳤다. 그러자 물고기와 자라들이 떠올라 다리를 만들어 주었다.

무사히 강을 건너 주몽 일행이 도착한 곳은 압록강 중류의 졸본(卒本, 환인) 지역으로, 여기서 주몽은 부족장 연타발(延陀勃)의 딸인 소서노(召西奴)와 운명적으로 만났다.

BC 37년. 마침내 21세의 주몽은 소서노의 도움을 받아 나라를 세워 국호를 고구려, 성을 고(高)라 하였다. 주몽은 즉위하자마자 사방을 정벌했다. 즉위년에 말갈을 쳤으며, 이듬해에 비류국(沸流國)의 왕 송양(松讓)의 항복을 받았고, BC 33년에 태백산 동남쪽의 행인국(荇人國)을 정복하고, BC 28년에 북옥저(北沃沮)를 통합하였다.

BC 34년에 주몽은 환인(桓仁)에 성곽과 궁실을 건립하였는데, 2대 유리명왕(瑠璃明王)이 국내성(集安·집안)으로 천도할 때까지 40여 년간 수도였다. BC 19년 4월. 동부여에서 어머니 유화가 돌아가신 지 5년 후, 두고 왔던 예(禮)씨 부인과 태중에 있던 아들 유리(琉璃)가 도망쳐 왔다. 얼마 후, 주몽은 유리를 태자로 삼았다. 그해 9월. 주몽은 39세에 타개했다. 소서노와 비류(沸流), 온조(溫祚)는 남쪽으로 내려가 한강 유역에서 백제를 건국했다.

천제의 아들 ‘주몽 설화’는 고구려가 ‘북부여의 시조’인 동명왕(東明王) 건국신화를 차용한 것으로 봐야 한다. 주몽의 건국신화는, 이미 5세기 광개토대왕릉비의 기록으로 정착되었다. 광개토대왕릉비에 기록된 고구려의 시조는 ‘추모왕’이고, 동명왕이란 언급은 없다.

‘700년 역사’의 고구려를 세워 강한 군사력으로 한반도 북부와 만주를 호령하는 대국의 주춧돌을 놓은 추모왕을 경모하는 필자의 자작 한시를 소개한다.

北扶餘出大英雄(북부여출대영웅) 북부여에서 큰 영웅이 태어났는데

啐啄生而有聖聰(줄탁생이유성총) 알을 깨고 나와 임금의 총명함이 있었네

絶世名弓諸子隙(절세명궁제자극) 견줄 데가 없는 명궁으로 왕자들의 미움을 받아

避難標的合邦中(피난표적합방중) 몸을 피해 남쪽으로 내려가 나라를 세웠네

至仁耿耿家和礎(지인경경가화초) 지극한 인은 밝게 빛나 조정 인화의 기초 닦았고

鴻德洋洋國紀隆(홍덕양양국기융) 넓고 큰 덕이 성대해 나라의 기강이 융성했네

慷慨呑胡基業紹(강개탄호기업소) 강개한 기개가 오랑캐를 삼켜 왕업을 이었고

天孫未息後人崇(천손미식후인숭) 천손은 끊어지지 않고 후대 사람의 숭배 받고 있네

일요서울 논설주간 우 종 철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