뻐꾸기는 남다른 출산과 육아 전략을 가진 것으로 유명하다. 이 새는 둥지를 따로 만들지 않는다. 뻐꾸기는 다른 새 둥지에 몰래 들어가 알을 낳는다. 이때 뻐꾸기는 자기가 낳는 알과 모양과 색깔이 비슷한 새의 둥지에 몰래 들어가 알을 낳는다. 그리고, 그 둥지에 있던 새알을 한 개 물고 나와 개수를 맞춰 놓는다.

이런 뻐꾸기의 행태를 육아 기생이라고도 하고, 부화 기생이라고도 한다. 다른 새에게 알을 맡기는 탁란(托卵)’은 뻐꾸기란 새의 탁월한 번식전략이다. 이렇게 부화한 뻐꾸기 알은 대부분 그 둥지의 새알보다 일찍 알에서 깨어난다. 갓 깨어난 뻐꾸기 새끼는 아직 부화하지 않은 알들을 둥지 밖으로 밀어낸다.

다른 새에게 양육을 맡기는 뻔뻔한 새들이 뻐꾸기만은 아니다. 찌르레기나 검은 머리 오리 등이 양육을 남에게 맡긴다. 새들만 이러는 것도 아니다. 벌 중에서도 일부가 이렇게 번식하고, 물고기 중에도 탁란하는 종류가 있다고 한다. 문제는 탁란의 성공률이다. 뻐꾸기가 알을 맡겨 성공하는 비율은 겨우 10%에 불과하다.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국회의원선거를 앞두고 후보 공천이 막바지인 정치권에도 뻐꾸기 우는 소리가 요란하다. 1야당인 민주당에선 비주류인 친명계 후보들의 비명, 친문계 둥지 빼앗기가 한창 이뤄지고 있다. 친명계의 둥지 빼앗기는 이재명 대표의 스타일대로 거침이 없다. 뻐꾸기만큼이나 자비 없이 둥지의 주인이 바뀌고 있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체제가 들어선 이후에도 친문 당이었고, 친노 당이었다. 당시에 등용된 인사들, 당시에 주류를 형성했던 의원, 당원, 대의원들이 여전히 주류 행세를 하고 있었다. 개 딸로 불리는 이재명 대표 강성 지지층은 당원 구조부터 바꿔버렸다. 한때 70% 가까이가 친문 당원이라던 민주당은 어느새 친명 당원들로 채워졌다. 상전벽해다.

비명계, 친문계 의원들이 초겨울 나뭇잎처럼 떨어지는 이유는 여론조사 조작같은 음모론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당원 구조 자체가 바뀐 영향이 크다. 민주당의 시스템 공천은 선출직 공직자평가를 통해 하위 20%를 가려 감점 줄 사람을 정하고, 당원과 일반 시민 50%씩 참여한 공천을 통해 걸러 낸다. 이런 시스템에서 당원의 친명화는 비명횡사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이재명의 민주당에서 시스템 공천은 반대파들에게 당권을 이용해 시스템으로 줄 수 있는 패널티를 부여하고, 자신을 따르는 열성 지지자들의 손에 반대파들을 먹잇감으로 던져 주는 것으로 설명된다. 결과는 보는 것처럼 비명횡사’, ‘친명횡재로 나타나고 있다. 민주당이라는 둥지에 친명이라는 뻐꾸기가 알을 낳고 주인행세를 시작한 것이다.

둥지에서 밀려나는 친문, 비명세력은 억울하겠지만, 뻐꾸기의 둥지 빼앗기가 자연의 섭리인 것처럼, 정치에서 주류세력 물갈이는 자연스러운 것이다. 정당의 주인인 당원들의 선택이라서 문제 삼기도 어렵다. 이재명의 뻐꾸기들이 제 역할을 하는지 지켜볼 일이다.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민주당의 앞날에 뻐꾸기 울음소리만 뻐꾹, 뻐뻐꾹 울려 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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