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은 박주민 변호사를 인재로 영입한다. 세월호변호사로 불릴 정도로 유족들에게 열심인 그의 모습에 강항 인상을 받아서였다. 실제로 그가 은평구에 전략 공천됐을 때 유족들은 전화홍보는 물론 유세 때 인형탈을 쓰고 춤을 추는 등 그의 당선을 적극 도왔다. 그들의 바람대로 박주민은 국회의원에 당선됐고, 8년의 임기가 끝나가는 지금은 3선에 도전 중이다. 여기서 다음 질문을 해야 한다. “그래서, 박주민은 세월호의 진실을 밝혔나요?” 그렇지 않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퇴임을 앞둔 20224, “아직도 (침몰) 이유를 밝혀내지 못했다고 했지 않은가? 사정이 이런데 박주민은 대체 뭘 하고 있을까? 313일 그가 한 방송에 나와 한 말을 보자.

사회자: 세월호 리본이랑 나비 배지를 아직도 하고 다니시네요, 지금도?

박주민: 이거는 이제 세월호 가족분들이 직접 만들어주신 나비 매듭이라서 잘 달고 다니고 있고, 달아주셨기 때문에 달고 다니고. 이거는 보라색입니다. 보라색은 이태원, 이태원 참사 가족분들은 보라색 리본을 하시고요.

리본을 달았다고 진상이 규명되는 건 아니다. 세월호의 진실을 밝히겠다고 국회의원이 된 이가 진상도 밝히지 못한데다 진상규명을 위한 노력마저 하지 않는다면, 의원배지를 스스로 내려놓는 게 도리다. 하지만 박주민은 슬그머니 이태원 참사로 넘어가, 특별법 통과를 외치고 있다. 박주민은 이 법안에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것을 비난하지만, 이 법안이 시행됐다면 그 이후 벌어질 일은 세월호의 데자뷔였으리라. 세월호 조사 위원들이 그랬던 것처럼, 이태원 참사 조사위원들도 고액의 연봉 (위원장 연 15,900만원, 상임위원 15,160)을 받으며 13개월의 임기를 채울 것이고, 조사기간이 만료될 즈음이 되면 진상규명이 덜 됐다며 임기연장을 시도할 것이다. 그리고 박주민은, 세월호 때 그랬던 것처럼, 이태원 참사에서도 진상규명을 위해 아무 일도 하지 않을 것이다. 이게 괜한 말이 아니라는 건 20205월경의 세월호 참사 토론회 영상에 나와 있다. 당시 박주민은 이렇게 말했다. “지금 요구하셨던 여러 내용들, 잘 알고 있고, 21대 국회 초반에 그런 과제들이 해결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공허하기 그지없는 박주민의 연설이 끝나자 당황한 사회자가 마이크를 잡는다. “토론회를 하는 건 단순히 의지가 아니라, 좀 더 구체적인 방책에 대해서 말씀해주십사 기대했는데요 의지와 원칙에 대한 부분만 말씀하시니까, 좀 그렇습니다.”

이게 다가 아니다. 장자연 사건의 증인을 자처한 윤지오가 우리나라에서 돈벌이에 열심이었던 2019, 안민석은 윤지오를 지키는 의원모임이란 걸 만들어 이 의로운 싸움을 지켜주고 동행하겠다고 했다. 그 윤지오는 사기꾼인 게 탄로나 캐나다로 도망갔지만, 안민석은 이에 대해 제대로 된 해명을 하지 않은 것은 물론, 고 장자연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려는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고 있다. 다시 질문. 안민석은 정말 고인의 죽음을 안타까워했을까? 2023년 수해 때 대민지원을 나갔다가 목숨을 잃은 채상병 사건도 크게 다르지 않다. 민주당은 지도부 중 누구도 채상병의 영결식에 참석하지 않았을 정도로 이 사건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지만, 수사단장의 항명을 통해 사고정치적 사건으로 비화되자 갑자기 우리 채상병 책임져라!’를 외치고 있다. 정말로 참사를 안타까워하는 사람은 유족들의 손을 잡아주고 그들이 슬픔을 딛고 일어나도록 도와주지, 범인찾기 놀이에만 골몰하지 않는다. 하지만 민주당을 비롯한 좌파들은 오직 후자에만 관심이 있는 듯하다.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최근 강북을에 공천을 받은 정봉주 전 의원이 2017년 했던 막말을 보자. “DMZ에는 멋진 것이 있잖아요, 발목 지뢰. DMZ에 들어가가지고 경품을 내는 거야, 발목 지뢰 밟는 사람들한테 목발 하나씩 주는 거야.” 발목지뢰로 다리를 잃은 병사를 희화화하는 소시오패스같은 발언, 그런데 정봉주는 물론 옆에서 같이 유튜브를 찍던 이들도 일제히 폭소를 터뜨렸다. 심지어 개딸 사이트는 정봉주의 이 발언을 별 거 아닌 양 치부하고 있다!. 이런 생각이 든다. 좌파들은 참사를 진짜로 슬퍼하는 게 아니라고.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참사를 이용해 개인적. 정치적 이득을 취할 수 있는 거라고. 그래서 난, 좌파가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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