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인구감소를 큰 문제로 간주하지만, 사실은 환영할 일입니다. 미래의 큰 위기 중 하나는 자원 부족이 될 것입니다. 자원에 대한 수요는 인구에 비례하므로 인구가 많아질수록 국가는 보다 많은 자원을 확보해야 합니다. 외교정책에서 어렵고도 중요한 것이 바로 자원의 수입이었습니다. 당연히 경제와도 직결되는 문제이므로 인구감소는 오히려 이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나이지리아 인구는 일본보다 많은 2억 명에 달합니다. 독일 인구는 일본의 3분의 2 정도에 불과합니다. 일본이 경제 대국인 이유는 1억 명 이상의 인구 때문이 아니라, 독일처럼 창조성과 생산성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구감소(저출산)를 걱정하는 자세가 나쁜 건 아닙니다만,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현실은 기뻐할 일입니다.”

오노 가즈모토가 세계 석학 8인을 인터뷰해 엮은 책 초예측에서, 재레드 다이아몬드(Jared Mason Diamond)의 인터뷰 내용 중 저출산과 관련한 부분이다. 실제로 <국제통계연보>에 따르면 2024310일기준 세계인구는 811,8835,999명에 이른다. 화학비료의 개발과 농업의 기계화, 유전자를 통한 품종개량 등의 노력으로 토머스 맬서스(Thomas Robert Malthus)의 예언은 빗나갔지만, 지구가 부양할 수 있는 인구 총량에 대한 의견은 다양하다. 1970, 독일의 생물학자 폴 에를리히(Paul Ehrlich)1985년까지 인류를 부양할 수 있는 지구 능력의 완전한 붕괴를 예측했지만 보란 듯이 빗나갔다. 하지만 지구가 유한한 존재이듯, 지구 위 인간의 한계도 분명히 존재할 것이다. 문제는 기후 위기, 전쟁과 분쟁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의 붕괴로 인한 식량 위기다. 2050년 세계인구전망에 따르면, 2050년 세계의 인구는 100억 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결국 저출산고령화를 극복하는 길은, 갈수록 급증하는 고령인구를 얼마나 생산적으로 전환시킬 수 있느냐에 달렸다고 본다. 한마디로 젊은 세대의 부양 부담을 덜기 위해 노인(老人)을 노동하는 인간, 노인(勞人)’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두 가지를 제안한다.

우선, 정년제를 폐지할 필요가 있다. 정년제도란 근로자가 일정한 연령에 이르면 노사 당사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근로관계가 종료되는 제도이다. 건강 상태, 업무능력 따위와 무관하게 오로지 나이를 기준으로 일터에서 추방하는 야만적 제도이다. 고임금·고연령 근로자를 배제하여 인사의 신진대사를 제도적으로 확보하려는 데 그 취지가 있다지만, 그 방식이 과도하게 강제적이고 비민주적이다. 정년제도를 폐지하고 노동자와 사용자간 협의로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옳다. 그래야 법정 노인인 65세도 되기 전에 일터에서 내몰리고 복지의 수혜자로 살아가게 하는 부담과 비효율을 일정 부분 해소할 수 있다. 이것은 얼핏 젊은 세대의 일자리를 빼앗는 것으로 인식되기도 하는데, 실상은 젊은 층의 노인부양 부담을 줄여주는 효과가 더 크다고 판단된다.

다음은, 고령인구가 농촌 등지에서 생산적 노동을 하며 노년을 자주적으로 보낼 수 있는 하드웨어를 충분히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20234월기준 대한민국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9432,919명으로 총인구수 대비 18.3%를 차지하고 있다. 머지않아 20%를 넘기게 되면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게 된다. 1천만 명의 노인인구를 복지의 수혜자로 살아가게 한다는 것은 국가 전체의 부담이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2017~2067), 국가승인통계 제10133에 따르면 2070년이 되면 15-64세 인구 100명당 65세 이상 인구가 100명을 넘어선다. 2010년에는 생산가능인구 6.7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하였으나, 2018년에는 5.1, 2030년에는 2.6, 2050년에는 1.3, 2065년에는 0.9명으로 노인 부양부담이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이 추계는 예상보다 훨씬 당겨질 수 있다. 하지만 전체 노인 중 노동능력이 있는 노인이 얼추 절반은 될 것이다. 이들을 위한 자족형 자립타운을 만들자는 것이다.

다시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이렇게 조언한다.

고령화를 활용하는 방법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고령자는 경우에 따라 꽤 우수한 인재일 수 있습니다. 관리 경험이 필요한 자리나 설득력 있게 조언하는 자리에는 젊은 사람보다 고령자가 유용할지도 모릅니다. 초고령사회에서는 고령자를 자원으로 인식하고 어떻게든 활용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아주 중요합니다. 정년제라는 시대착오적인 제도는 폐지하고 고령자에게 고용기회를 확보해주어 인적자원을 최대한 활용할 방법을 빨리 찾아야 합니다. 육체노동에는 부적합할지 모르나 관리자나 고문, 감독 등 고령자의 능력을 살릴 수 있는 일은 많습니다.”

이제 국가가 그 이상(여생을 정신과 육체노동으로 자급자족하며 사는 전원생활)을 서둘러 준비해줘야 할 때가 되었다. 그게 세대간 부담을 줄이는 공존의 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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