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4.10 총선을 앞두고 여야 공천이 막바지에 이른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의 인선 기조에 불만을 품고 제3지대로 향한 인사들이 중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이들 탈당파의 출마가 확정된 선거구의 경우 거대 여야와 제3신당‧무소속이 뒤엉킨 3파전 구도를 이루면서, 야권 표심이 분산되며 여당 후보가 자연스레 반사이익을 보는 양상으로 전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야권 강세 지역구도 포함되는 만큼, 여당 후보와 ‘옛 동료’를 동시에 상대해야 하는 민주당으로선 부담이 큰 상황이다. 특히 개혁신당과 새로운미래에 둥지를 튼 민주 출신 현역들 상당수가 베테랑 중진이어서 ‘탈당‧이적 페널티’가 적용된다고 해도 민주당 입장에서 여간 까다로운 상대가 아니다. 어제의 동료가 오늘의 적이 된 묘한 상황을 맞은 민주당의 총선 셈법도 복잡해졌다.

이재명 체제의 사당화 및 비주류 공천학살 논란에 반발하며 민주당을 떠난 탈당세력이 모당(母黨) 견제 구호를 앞세우며 지역구 출마 선언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여야 박빙이 예상되는 수도권 격전지에서 캐스팅 보트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여야 모두 사활을 건 수도권 주요 선거구에서 이들의 득표율이 선거 당락을 좌우할 중대 분수령이 된 셈이다.

15일 기준 이낙연 신당인 새로운미래로 합류했거나 합류가 유력시되는 현역만 김종민‧홍영표‧설훈‧박영순‧오영환 의원 등 5명에 이른다. 과거 3선을 지낸 전병헌 전 의원도 새미래 주력이 됐다. 이와 함께 이준석 개혁신당에 몸담고 있는 이원욱‧조응천‧양향자 의원과 금태섭 전 의원 등도 민주당 출신 인사들이다. 이 밖에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이상민‧김영주 의원까지 포함하면 공천 전후로 민주당을 탈당한 현역만 10명 안팎에 달한다. 

이로 인해 야권 표심이 기정사실화되며 민주당이 승리를 담보하기 어렵게 된 지역구들도 속출하고 있다. 

민주 탈당세력, 총선 출마 러시에 판세 소용돌이  

새로운미래는 민주당 ‘비명횡사’ 공천에 여전히 반발심이 높은 현역들을 대거 품었다. 새미래의 지역구 확보 전략은 대체로 민주당에 실망한 이탈 표심을 집중 공략하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

‘친문(친문재인) 좌장’ 출신 홍영표 새미래 의원(4선‧인천 부평을)이 대표적이다. 홍 의원은 지난 13일 부평을 출마를 선언하면서 “사당화되어 당 대표 지키기에 매몰된 민주당을 심판하는 데 앞장서겠다”며 민주당 견제 의지를 강조했다.

홍 의원은 부평을에서만 내리 4선을 지낸 지역구 터주대감이다. 지난 21대 총선에서는 56.1%의 득표율을 보이며 압도적인 지지세를 과시한 바 있다. 그에 맞설 민주당 후보는 친명계로 분류되는 박선원 전 국정원 1차장이다. 현재 홍 의원은 4선 이력과 지역사회와의 공고한 유대 등을 앞세워 지역구와 연결고리가 전무한 박 전 차장을 집중 견제한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에서는 이현웅 전 당협위원장이 후보로 나선 상황이다.

다만 인천 부평을의 경우 지리적으로 이재명 대표의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과도 맞닿아 있어 홍 의원이 고전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아울러 민주당 탈당과 동시에 새미래로 전격 합류한 3선 이력의 전병헌 전 의원도 친명계로 분류되는 김병기 민주당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동작갑에 출사표를 냈다. 전 전 의원은 지난 12일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새미래 합류 및 동작갑 출마를 선언하며 “윤·명(윤석열 대통령·이재명 대표) 패권 연대를 강력히 견제하고, 건강한 정당 정치를 복원할 대안 정당을 건설하겠다”고 여야 정점을 동시에 겨냥했다. 

서울 동작갑 또한 김 의원이 내리 재선을 지낸 민주 텃밭이다. 김 의원은 지난 21대 총선에서 55.3%의 득표율을 기록하는 등 지역기반이 탄탄하다는 평가다. 다만 이에 도전장을 낸 전 전 의원의 이력도 만만찮다. 그는 동작갑에서만 17~19대 국회에 걸쳐 내리 3선을 지냈고, 문재인 정부 초대 정무수석을 역임한 바 있어 민주당 골수 지지층 사이에서는 지명도가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전 전 의원은 기자회견 당일 동작갑 주민 3300여 명의 새미래 입당원서를 내보이며 지역구에서의 세가 여전함을 과시하기도 했다.  

이로써 동작갑은 김병기-전병헌-장진영(국힘 동작갑 당협위원장) 3파전 구도가 성사됐지만, 여야 대결보다 동작갑 신‧구 터주대감의 대결이 최대 관전포인트로 부상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야권 전‧현직 의원 간 접전이 예상되는 만큼, 여당 후보가 그 틈에서 반사이익을 크게 가져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동작구 지역정가 인사는 “전병헌 전 의원은 현역을 은퇴한 이후에도 지역구 활동을 쉬지 않았다”면서 “3000명 이상의 동작구민이 새미래 입당에 동참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고 전 전 의원의 강세를 점쳤다.

이 밖에 새미래 탈당파 현역인 설훈‧박영순‧김종민 의원은 각각 경기 부천을, 대전 대덕, 세종시갑 출마를 공식화했다.

개혁신당에서도 민주당을 떠난 경기권 현역들이 지역구 당선 의지를 다지고 있다. 이원욱‧조응천 의원은 각각 경기 화성정과 남양주갑에 출사표를 냈다. 

화성을 3선 출신인 이 의원은 화성정에서 전용기 민주당 의원(비례대표)과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과 3파전을 치른다. 이 의원은 지난 2008년부터 내리 3선을 지냈고, 이준석 당대표의 화성을 출마로 시너지가 기대되는 만큼 4선 성공을 자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조 의원은 남양주갑에서 3선 도전장을 냈다. 민주당에서는 최민희 전 의원을, 국민의힘에서는 유낙준 전 해병대 사령관을 각각 공천해 3자 구도가 굳어진 상태다. 남양주갑의 경우 재선을 지낸 조 의원의 ‘현역 프리미엄’이 최대 변수다. 최 전 의원의 경우 야권 강성 지지층을 중심으로 표심을 끌어모을 수 있다는 평가지만 이 또한 스펙트럼이 넓지 않다는 게 지역정가 중평이다. 

경기 용인갑도 야권 표심 분산이 예상되는 지역구로 꼽힌다. 과거 민주당에 몸담았던 양향자 개혁신당 원내대표와 민주당 소속 이상식 전 부산경찰청장, 국민의힘 소속 이원모 전 인사비서관 등이 3파전을 치른다. 반도체 벨트에 속한 용인갑의 경우 여야 우열을 가리기 힘든 지역구로, 제3지대 득표율이 판세를 좌우할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최근 한 방송에서 “민주당 출신 의원들이 탈당해 제3지대로 나오는 경우 민주당이 초강세인 지역도 졸지에 접전 또는 근소 열세 지역으로 바뀌게 된다”라며 “김영주 의원이 국민의힘으로 간 영등포갑이나 김윤식 전 시흥시장이 여당 후보로 출마하는 시흥을 지역의 경우도 민주당이 손해를 보는 지역”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