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韓 이종섭·황상무 논란 대응에 미묘한 입장차
이철규 비례대표 공천에 대해 공개적 불만 표출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오찬에 앞서 바깥 풍경을 바라보며 환담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오찬에 앞서 바깥 풍경을 바라보며 환담하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당정이 논란의 중심에 선 이종섭 주호주대사와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거취에 대한 입장차를 보이며 갈등 기류가 빚어지고 있다.

아울러 여당 내부에서는 이철규 의원 등 친윤(친윤석열)계가 '국민의미래'(국민의힘 비례 위성정당) 공천 순번에 대해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사천에 가깝다는 취지로 반발하는 등 그간 공천으로 쌓였던 불만이 터져 나오면서, 선거 전 내홍 위기감이 싹트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힘 한동훈 지도부와 대통령실은 현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 중 출국 논란이 확산된 이 대사의 임명과 출국 절차에는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에는 결을 같이하고 있다. 

다만 이 대사의 귀국 시점에 대해서는 당정의 시각 차이가 엿보인다. 대통령실은 공수처 소환이 이뤄지지도 않은 상황에서 재외 고위 공직자가 입국해 무작정 대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인 반면, 한 위원장은 이 대사의 즉시 입국과 공수처 수사가 병행돼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미묘한 입장차가 감지된다.  

'기자 회칼 테러' 발언으로 설화에 휩싸인 황 수석에 대한 당정의 입장은 명확히 갈린다. 한 위원장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은 부적절한 발언"이라며 황 수석의 자진 사퇴를 요구하는 등 강경한 대응을 요구한 반면, 대통령실에서는 황 수석의 발언이 '결자해지'가 요구될 정도의 논란인지에 대해 회의적인 분위기다. 이에 황 수석의 거취에 변화를 주는 대신 이를 문제삼고 있는 야권 공세에 대응 방안을 강구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여당으로선 용산 대통령실이 이 대사나 황 수석을 옹호하는 기조를 이어갈 경우 거대 뇌관을 품은 채 4.10 총선을 치러야 하는 만큼, 이들에 대한 강경대응 노선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물밑 갈등으로 이어질 공산이 높다는 것이 정가 중론이다.

이에 한 위원장은 전날(18일) 출근길 도어스테핑을 건너뛰고 선거대책위원회 회의 모두발언에서도 민감한 현안에 대한 언급을 삼갔다. 다만 그는 비공개 회의에서 여권 고위 인사들의 거취에 대해 단호한 대처가 필요하다는 취지를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당정 간 묘한 갈등 기류가 싹트는 가운데, 여당 내부에서도 친윤 핵심 인사인 이철규 의원이 비례대표 공천과 관련해 당 지도부에 불만을 표출하면서 파열음이 커지고 있다. 

이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비례대표 순번 지정에 대해 "헌신해 온 동지들이 소외됐다. 실망감이 크다"며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문재인 정권에 저항하며 당을 위해 헌신해 온 동지들이 소외된 데 대해 당 지도부는 후보 등록일 전까지 바로잡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그간 쌓였던 한동훈 체제의 공천 방향성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이는 '윤심(尹心)'이 반영된 메시지라는 해석도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현재로선 비례 명단 변경은 없다는 게 지도부 입장"이라며 "이미 공천이 확정된 사안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언급되는 것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 비례대표 선정 절차상 (한 위원장의) 사천이라고 할 만한 요소가 없었다"고 했다.

최근 국민의힘은 지지율 정체와 수도권 위기론을 돌파하기 위해 막말 논란에 노출됐던 도태우·장예찬 후보의 공천을 철회하는 등 고강도 대응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복수의 당 관계자에 따르면 부산 수영구에 공천됐다가 취소된 '윤석열 키즈'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에 대한 한동훈 지도부의 결단을 놓고선 내부 의견이 갈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철규 의원의 최근 공개 메시지도 결국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서 누적된 친윤계의 불만이 표출된 것으로 해석된다.  

결국 한동훈 지도부는 선거가 임박한 시점에 당정 갈등으로 확전되는 것을 최대한 경계하면서도 이종섭·황상무 논란에 대해서는 용산 대통령실과 적정선을 긋는 행보로 일관할 것으로 보인다.

장동혁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당정갈등이라고 비치는 것보다는 국민들의 민심을 말씀드린 것"이라며 "당은 민심을 최전선에서 느끼고 있는 조직이다. 당을 이끌고 가는 비대위원장으로서 민심을 반영해 하신 말씀"이라고 당정 갈등 양상으로 비춰지는 것을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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