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실은 전관예우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뉴시스]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뉴시스]

[일요서울 l 이지훈 기자] 신상필벌(信賞必罰)을 강조하던 우리금융그룹이 최근 단행한 인사와 관련해 뒷말을 낳고 있다. 현실은 전관예우(銓官禮遇)라는 지적이다. 

지난 15일 우리금융그룹은 자회사 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자추위)를 개최하고 ▲우리금융저축은행 ▲우리금융에프앤아이 ▲우리PE자산운용 ▲우리신용정보 ▲우리에프아이에스 등 5개 자회사에 대한 대표이사 후보 추천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이 중 우리금융그룹자회사 대표이사 후보로 추천된 강신국 전 우리은행 기업투자금융부문장이 논란이 되고 있다. 1000억 원대 규모의 금융사고를 일으킨 임원이 해임된 지 3개월 만에 자회사 대표직에 복귀를 준비 중이기 때문이다.  

-자추위, “조직을 쇄신하고 경쟁력 강화를 이끌 최적임자”
-“징계받고 해임된 임원이 복직, 업계 내에서도 이례적인 상황”

자추위 측에 따르면 우리PE자산운용 대표 후보로 추천된 강 전 부문장은 1964년생으로 1986년 우리은행에 입행한 후 기업금융(IB)그룹 상무, 자금 시장그룹 부행장, 기업투자금융부문장 겸 기업그룹장 등을 역임했다. 

특히 자금·해외 영업·IB 및 기업금융 분야를 두루 경험하며 금융시장 전반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통찰력을 갖췄다는 평을 받았으며, 이러한 리더십을 들어 강 전 부문장을 우리 PE 자산운용 조직을 쇄신하고 경쟁력 강화를 이끌 최적임자로 추천했다고 밝혔다.

강 후보는 오는 3월 말 예정된 각 자회사 주주총회에서 최종 선임된 후 공식 업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하지만 강 후보는 지난해 말 발생한 파생상품 손실 사고로 인해 징계를 받고 우리은행을 떠난 인물이여서 논란의 중심에 서고 있다. 

-중징계받은 임원... 3개월 만에 복귀 논란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난 6월 ELS 상품 관련 파생거래(은행-증권사간 투자거래)에서 시장가격 변동에 따라 평가손실 962억 원이 발생한 사실을 발견하고 이를 2분기에 손실 처리했다. 당시 담당 딜러는 평가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장기 옵션거래 확대를 통한 헷지(위험 분산) 전략을 실행했으나 평가손실을 회복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장외파생상품같은 경우 가격산출이 중요 포인트라고 꼽힌다. 해당 사고는 우리은행이 헷지에 사용되는 변수 데이터(헷지 포지션)를 잘못 입력해 발생했다. 증권사들은 ELS(주가연계증권)를 발행해 고객에게 판매하는 과정에서 손실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헤지 작업을 수행하는데, 이 과정에서 우리은행이 변수 데이터를 잘못 입력한 것이 손실의 주된 원인이 됐다며 비판이 쏟아졌다.

우리금융그룹 CI [제공 : 우리금융그룹]
우리금융그룹 CI [제공 : 우리금융그룹]

우리은행은 결국 그해 7월 이후 청산목적의 헷지거래 외 주식파생상품 거래를 전면 중단했다. 또한 자체 정밀검사를 통해 나온 결과를 바탕으로 관련 직원 징계를 위한 인사협의회를 실시했다.

문제의 파생거래 당시 자금시장그룹 집행부행장이었던 강신국 기업투자금융부문장과 이문석 자금시장그룹 부행장은 각각 견책과 주의 처분을 받고 연말 인사에서 교체됐다.
우리은행 징계 시스템에는 ▲주의 촉구 ▲주의 ▲견책 ▲감봉 ▲정직 ▲면직 순으로 분류된다.

징계 수준에 따라 ▲견책부터는 중징계에 해당한다고 전해진다. 업계 일각에서는 “중징계를 받아 해임된 임원이 다시 자회사 대표 자리에 오른 것은 업계 관계자가 아니라도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이례적인 상황에 당혹함을 내비쳤다. 그런데 이들이 3개월 만에 다시 자회사 대표로 복귀하게 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강도 높은 조직 혁신 강조한 임 회장... 현실은?

아울러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회장 취임 전부터 공언한 대로 ‘쇄신’을 강조했다. 지난해 3월 취임사에서 “불투명하고 공정하지 못한 인사는 반드시 멈춰야 한다”며 “조직에 부족하거나 잘못된 관행이 있는 분야는 과감하게 혁신을 지속하겠다. 동시에 지주를 자회사 경영의 응원자로 자리매김하게 만들겠다”고 강도 높은 조직 혁신에 대한 굳은 의지를 밝힌 바 있다.

당시 임 회장의 경영 쇄신에 굳은 의지와 행보에 대해 금융 업계에서는 관치금융이라는 꼬리표가 무색할 정도로 준비된 인재로서 화끈한 행보를 보인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도 했다. 또한 회장 취임 전부터 일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다고 소문이 자자했으며 다른 시중은행에 비해 취임이 늦은 편이지만 그럼에도 과감히 조직을 개편해 나가는 모습이 새로운 기업문화를 정착시킬 것이라고 논해졌다.

하지만 금융사고로 징계처분을 받은 강 전 부문장의 복귀로 인해 임 회장의 신상필벌에 대한 의지가 무색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더불어 이해관계에 따른 전관예우 관행을 답습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한편 본지는 강 후보 논란에 대한 답변을 듣기 위해 사측에 문의했지만 답변을 듣지 못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