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46석 비례 지분’ 놓고 인재영입전 치열...조국신당 돌풍은 변수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4.10 총선을 3주가량 앞둔 현재 여야가 254개 지역구 공천을 마무리한 가운데, 나머지 46개 비례대표 의석수 확보를 위한 정치권 인선 경쟁도 관건이었다. 여야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와 더불어민주연합은 각각 35명, 30명의 비례대표 공천 및 순번 설정을 완료했고, 제3지대 신당들 역시 비례대표 후보군 정비를 마쳤다. 이에 정당별 후보군 면면에 이목이 쏠린다. 각 당은 각계 전문가들을 당선권에 전방 배치한 한편, 장애인‧여성 지분 안배에도 신경을 쓴 것으로 보인다. 다만 비례대표 현역 공천에 ‘비례 재선’ 특혜 논란이 일거나, 과거 설화를 빚은 인사들이 중도하차하며 순번이 재편되는 등 비례대표제의 본래 취지가 손상됐다는 지적도 엄존한다. 

유일준 국민의미래 공천관리위원장이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미래 당사에서 제22대 비례대표 국회의원선거 후보자 순번 발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유일준 국민의미래 공천관리위원장이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미래 당사에서 제22대 비례대표 국회의원선거 후보자 순번 발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미래 비례대표 후보 35명...‘여성‧안보’ 키워드 방점   

국민의힘 비례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는 지난 18일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비례대표 후보자 35명(여성 18명)을 발표했다. 국민의미래 비례대표 인선의 핵심 키워드는 여성‧장애인‧전문가 등으로 압축된다. 사회적 약자 계층을 1순위로 배려했고, 안보‧공학‧의료 분야 전문가들도 대거 당선권에 포진시켰다. 이를 통해 선거 전 외연 확장을 도모하면서도 대북 안보관을 강조하며 보수이념 정체성을 부각시킨 것이 특징이다.

후보군을 살펴보면 1번에는 최보윤(여‧45) 변호사가 발탁됐다. 최 후보는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인권경영위원으로 활동하며 사회적 약자 권익보호에 기여했다는 평가다. 그는 현재 법무부 인권정책자문단 자문위원도 겸임하고 있다. 2번 후보는 ‘탈북 공학도’ 출신인 박충권(남‧38) 현대제철 연구개발본부 책임연구원이다. 박 연구원은 북한 ‘김정은국방종합대’를 졸업했고 이후 대량살상무기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지내다 지난 2009년 우리나라로 귀순했다. 

3~5번에는 최수진(여‧55) 한국공학대 특임교수, ‘올림픽 금메달 리스트’ 진종오(남‧44) 대한체육회 이사, 강선영(남‧57) 전 육군 항공작전사령관이 각각 공천됐다. 특히 강 전 사령관은 창군 이래 첫 여군 소장이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고, 국방‧안보 정책 역량도 두루 갖췄다는 평가다.   

뒤이어 김건(남‧57) 전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김소희(여‧50) 기후변화센터 사무총장이 각각 6번, 7번으로 배치됐다. 김 전 본부장의 경우 현 정부 출범기부터 대북외교 총책으로 활동해 온 인사로, 대북 외교노선 설정 및 북한의 대남도발 대응 등에서 전문성을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8번 후보는 한동훈 비상대책위원회 출범 전 국민의힘의 내부 쇄신을 주도했던 인요한(남‧64) 전 혁신위원장이다. 그는 한‧미 복수국적을 보유한 의료인으로, 그간 여권에서 ‘국민통합’ 슬로건을 이끌기도 했다. 

9번, 10번 후보로는 의회제도 전문가인 김민전(여‧58) 경희대학교 교수와 노동계 출신 김위상(남‧64) 한국노총대구지역본부 의장이 각각 발탁됐다. 다만 김 의장의 경우 공금횡령‧폭력 전과로 인해 후보 서류심사를 통과하지 못했음에도 면접 없이 비례 10번을 받아 당 안팎에서 시스템 공천 취지에 위배된다는 논란이 일며 내부 잡음이 잇따랐다.  

11~14번은 한지아(여‧45)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 유용원(남‧59) 전 조선일보 국방전문기자, 조배숙(여‧67) 전 의원, 김장겸(남‧62) 전 MBC 사장이 각각 확정됐다. 당초 비례대표 후보에서 컷오프됐던 조 전 의원의 경우 여당 전북도당위원장을 지낸 호남계 인사로, 당 지도부가 친윤(친윤석열)계 등 당내 반발 여론을 수렴하면서 13번으로 극적 생환했다. 기존 비례 13번은 ‘아빠찬스’ 논란이 일었던 강세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으로, 그의 부친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청와대 법무비서관 등을 지낸 강훈 변호사다.

확정적 당선권 마지노선으로 관측되는 15번에는 21대 국회 현역 비례대표인 김예지(여‧43) 국민의힘 의원이 이름을 올렸다. 김 의원은 장애인 피아니스트 출신으로 사회적 약자 계층에서 대표성이 확실하지만, 지역구가 아닌 비례대표로 국회 재입성을 시도한 데 대한 비판 여론도 엄존한다.

윤영덕 더불어민주연합 공동대표가 14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연합 당사에서 비례대표 후보자에 대한 면접 심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윤영덕 더불어민주연합 공동대표가 14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연합 당사에서 비례대표 후보자에 대한 면접 심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연합, 비례 30번 ‘여성‧교육‧노동’ 집중 안배  

민주당, 새진보연합, 진보당 등이 연대한 더불어민주연합(이하 더민련)은 지난 17일 비례대표 후보 30명(여성 16명)을 확정지었다. 각 정당별로는 민주당이 20명, 진보당‧새진보연합이 각각 3명씩 후보를 냈고, 시민사회 추천으로 공천된 인사는 4명이다.   

더민련 역시 국민의미래와 동일하게 여성 키워드를 전면에 내세웠지만, 노동‧사회계 발탁에 힘을 실으며 진보가치를 부각시키는 등 여권과 차별화를 시도한 모습이다. 이 밖에 경제분야 전문가는 비례 4번인 임광현 전 국세청 차장을 제외한 대부분이 사실상 당선권 밖으로 밀렸다는 점도 특징이다. 

우선 더민련 비례 1번 후보로 뽑힌 인사는 여성 시각장애인인 서미화(56) 전 국가인권위원회 비상임위원이다. 시민사회 몫으로 공천된 그는 사회 약자층 권익 확대에 꾸준히 기여해 왔다는 평가다. 서 전 위원은 ‘반미 논란’에 중도 낙마한 전지예 전 금융정의연대 운영위원의 빈자리를 메우며 비례 1번을 받았다.      

2번은 외교‧안보 전문가인 위성락(남‧69) 전 주 러시아 대사로, 한반도평화교섭 본부장을 지낸 이력도 있다. 위 전 대사의 최전방 배치는 대북 강경노선을 지향하는 여권과 외교적 차별점을 두겠다는 더민련의 구상이 반영된 인선으로 풀이된다. 3번에는 교육 전문가이자 강원교사노동조합 위원장 출신인 백승아(여‧39) 초등교사노조 수석부위원장이 발탁됐다. 

4번, 5번에는 각각 조세 전문가인 임광현(남‧54) 전 국세청 차장과 노동 전문가인 정혜경(여‧48) 전 진보당 경남도당 부위원장(48)이 안착했다. 6번 비례에는 용혜인(여‧33) 새진보연합 의원(비례대표)이 이름을 올렸는데, 그 또한 국민의미래 비례 15번을 받은 김예지 의원과 마찬가지로 ‘비례 재선’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나아가 일각에서는 용 의원이 비례로 22대 국회에 재입성할 경우 새진보연합이 ‘민주 2중대’로 고착화되며 정당 고유의 존속가치가 희석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뒤이어 7~9번은 ‘소상공 대변인’ 오세희(여‧68) 전 소상공인연합회장, 노동전문가 박홍배(남‧51) 한국노총 전국금융노조위원장, 강유정(여‧48) 영화평론가가 각각 배치됐다. 노동분야 비례 1순위로 공천된 박 위원장의 경우 노동운동가 출신으로, 지난 2022년 금융노조 파업을 주도하는 등 노동계에서도 강경 인사로 분류된다. 

10‧11번에는 한창민(남‧50) 전 사회민주당 공동대표, 민주노총 사무총장을 지낸 전종덕(남‧52) 전 전남도의원이 각각 이름을 올렸다. 12번은 보건의료 정책전문가인 김윤(남‧58) 서울대 의대 교수가, 13번은 지역균형발전 전문가 임미애(여‧57) 전 민주당 경북도당위원장이 공천됐다. 이 밖에 여성 청년인 손솔(여‧29) 전 진보당 수석대변인이 15번 비례로 당선권에 들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19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관권선거 중단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19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관권선거 중단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제3지대 난립 속 여야 비례 20번대 당선 불투명 

이달 비례정당 지지율 추이를 감안하면 국민의미래와 더민련의 비례대표 후보의 당선권은 20번 안팎이 될 전망이다. 

22일 현재 각종 여론조사상 비례정당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국민의미래는 최대 20번대 후보도 차기 국회 입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더민련의 경우 조국혁신당의 지지율 강세에 당선권이 10번대 초반으로 급격히 쪼그라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달 지지율상 더민련을 앞서거나 동률을 기록하고 있는 조국 신당이 22대 국회에서 10석 이상 확보하게 되면, 최악의 경우 더민련의 비례 지분은 당초 목표인 ‘20석 이상’의 절반 수준에 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조국혁신당은 반윤(反尹) 기치 아래 비례 2번인 조국 대표를 비롯해 총 20명의 비례 라인업을 꾸린 상태다.   

이 밖에 영입인재로 후보군을 대거 채운 이준석 개혁신당도 ‘천하용인’ 천하람 전 최고위원(비례 2번)과 이기인 전 경기도의원(비례 6번) 등을 앞세워 10명의 후보 선정을 마쳤다. 이낙연 신당인 새로운미래도 비례 1번인 양소영 전 민주당 전국대학생위원장 등 13명의 비례 후보 선정을 완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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