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 13%p 격차 여론조사 두고 "이 숫자를 기억해 달라. 반드시 뒤집겠다"
8년 전 정세균도 17.3%p 격차 여론조사 두고 "이 숫자를 꼭 기억해 달라"
洪 험지서 지지층 결집·총선 자신감 표출 의도로 보여 

(왼쪽부터)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정세균 전 국무총리 [뉴시스]
(왼쪽부터)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정세균 전 국무총리 [뉴시스]

[일요서울 l 박철호 기자]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자신이 13%p 격차로 뒤지는 서울 서초을 여론조사 결과를 공유하면서 "이 숫자를 기억해달라. 반드시 뒤집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홍 원내대표의 이례적인 행보를 두고 정세균 전 국무총리의 사례를 벤치마킹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앞서 정 전 총리도 지난 20대 총선 당시 자신이 17.3%p 격차로 뒤지는 여론조사 결과를 공유하면서 "이 숫자를 꼭 기억해달라"고 강조한 바 있다.  

강남 3구에 속한 서울 서초을은 민주당의 험지 중의 험지로 꼽히는 지역구다. 지난 1988년 서초을 선거구가 신설된 이래 치러진 9번의 총선에서 민주당계 후보들은 전패를 기록했다. 현재 서초을은 현역인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이 수도권 험지로 재배치된 가운데 국민의힘은 신동욱 전 TV조선 앵커를 단수공천했고, 민주당은 홍 원내대표를 낙점했다. 

지난 2022년 3선 중진인 홍 원내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중·성동갑을 떠나 서초을 출마를 결심했다. 당시 홍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지난 20대 대선과 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연거푸 패배하자 당의 외연 확장을 위해 험지행을 자처했다. 다만 최근 여론조사 결과 서초을의 ‘보수 불패’ 아성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MBC 의뢰로 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가 지난 23일~24일 서울 서초을 선거구 거주 남녀 501명을 조사한 결과 신 후보(50%)가 홍 원내대표(37%)를 상대로 오차범위(±4.4%p) 밖인 13%p 격차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국내통신 3사가 제공하는 휴대전화가상(안심)번호(100%)를 이용한 전화면접조사로 진행됐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페이스북 갈무리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페이스북 갈무리 

이와 관련 홍 원내대표는 이례적으로 자신이 13%p 열세인 여론조사를 공유했다. 홍 원내대표는 지난 25일 자신의 SNS에 "MBC 여론조사에서 제가 37%, 신 후보 50%다. 13%p 차이다"며 "이 숫자를 기억해 달라. 반드시 뒤집힌다. 30년 정치독점에 염증을 느낀 서초가 변하고 있다. 홍익표가 일 내겠다. 지켜봐 달라"고 강조했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6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홍 원내대표가) 민주당 지지층을 투표장으로 이끌기 위한 행보를 걸은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험지인 서초을에서 열세인 여론조사 결과를 공유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는 것이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 엑스(X·구 트위터) 갈무리
정세균 전 국무총리 엑스(X·구 트위터) 갈무리

한편 정치권에서는 홍 원내대표의 행보를 두고 정세균 전 국무총리의 사례를 벤치마킹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정 전 총리는 지난 20대 총선 당시 서울 종로에서 오세훈 서울시장과 맞붙었다. 당시 연합뉴스·KBS 의뢰로 코리아리서치가 2016년 3월 20일∼22일 종로 선거구 거주 남녀 500명을 조사한 결과 오 시장(45.8%)이 정 전 총리(28.5%)를 상대로 오차범위(±4.4%p) 밖인 17.3%p 격차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정 전 총리는 자신의 SNS에 KBS 여론조사 결과를 공유하며 "17.3%p 격차다. 이 숫자를 꼭 기억해 달라. 이것이 왜곡인지 아닌지 제가 증명해보이겠다"고 밝혔다. 20대 총선 결과 정 전 총리(52.6%)는 오 시장(39.72%)을 상대로 12.88%의 격차로 승리를 거뒀다.

정 전 총리는 지난 2021년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여론조사를 두고 "그 당시에 제가 종로 유권자들을 만나면서 체감한 게 있는데 이게 여론조사하고 너무 동떨어지니까 '이길 수 있다'고 자신 있게 얘기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이렇다 보니 홍 원내대표도 정 전 총리처럼 이번 총선의 승리를 자신한다는 뜻에서 열세인 여론조사를 공유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홍 원내대표 측 관계자는 26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특별히 정 전 총리를 벤치마킹한 것은 아니다"면서도 "유사한 사례로 만들어보겠다"고 밝혔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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