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사회에서 토지는 물질적 욕망의 대표적 소재다. ‘부동산 불패라는 신화는 변하지 않은 신앙처럼 여겨진다. 문재인정부 때인 2021년엔 소위 ‘LH 땅투기 사건이 있었다. 토지와 주택을 공급하는 주체인 공기업 임직원까지 투기에 개입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국민적 분노가 일었다. 당시 정세균 총리는 “LH 직원, 공직자 투기는 국민 배신행위이고 사생결단의 각오로 파헤쳐 비리 행위자를 패가망신시켜야 할 것이라고 했고, 당시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도 강제수사를 통해서라도 가족이나 친인척 명의를 포함한 가명·차명 거래까지 있는 그대로 밝히겠다.”고 공언했었다. 물론 공염불로 끝났다.

국토교통부는 그해(2021) 3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부동산 투기근절 및 재발방지책을 발표했다. 부동산 관련 업무를 하는 모든 공직자의 재산등록을 의무화하고, 이해충돌방지법을 제정해 비밀이용시 처벌을 강화했다. 4대 시장교란 행위(비공개 및 내부정보 이용 투기, 시세조작 행위, 허위계약 신고, 불법전매)는 고의성, 중대성, 상습성이 인정되는 경우 부당이득에 비례하여 처벌토록 했다. 그러나 3년이 흐른 지금 시점에서 보면 만만한 LH만 흠씬 두들겨 팬, 그야말로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에 불과했다. 변죽만 울린 꼴이다.

흑석 선생으로 조롱받던 김의겸 의원의 일이 엊그제 같은데, 이번 총선 과정에서도 여전히 부동산 투기에 몰두한 자들이 속속 드러났다. 4월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세종갑 후보로 낙점됐던 이영선 후보는 재산 보유현황 허위신고갭 투기의혹으로 323일 밤에 공천이 취소됐다. 이 후보는 실제로 아파트 4, 오피스텔 6, 상가 1, 임차권 1건 등 총 38287만 원 상당의 부동산을 소유한 것으로 신고했다. 더욱 가관인 것은 대출이 37억 원가량 된다는 사실이다. ‘부동산 갭 투기에 소위 몰빵한 셈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문재인정부 청와대에서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경질된 김기표 전 반부패비서관이, 이번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경기 부천을 후보로 공천받았다. 그는 대장동 사건과 관련된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변호인 출신이다. 그는 20213월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으로 임명된 지 석 달 만에 54억 원의 은행 빚을 내 65억 원대의 상가 등을 사들인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사퇴했었다. 김 후보는 이번 총선에서 30억 원의 재산을 신고했는데, 땅 투기 의혹이 제기된 경기도 광주 임야를 제외한 부동산 대부분을 신고했다. 서울 마곡동 상가와 아파트 등 부동산으로만 80억 원을 신고했고 은행 등 채무는 56억 원이다. 그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수사까지 받아서 혐의없음처분됐다. 부동산 투기가 아니다라고 했다. 들판에서 풀 뜯던 소도 웃을 일이다.

부동산 투기는 단순히 개인의 부를 늘리는 수단으로만 작용하지 않는다. 부동산 가격을 올려 서민들의 집값 부담을 가중시킨다. 결국 타인의 목을 졸라 나의 배를 채우는 파렴치한 범죄행위다. 나아가 이런 자들이 국민의 종()노릇을 하겠다고 나서니 그 위선과 파렴치함에 치가 떨릴 지경이다. 손바닥만 한 땅덩어리를 가진 나라, 그것도 임야가 70% 가까이 되는 나라에서 투기목적의 토지독점은 자제되어야 마땅하다. 그런데도 우리나라는 대학은 물론이고 기업들까지 돈만 생기면 토지쇼핑에 몰두한다. 왜냐면 그게 결국 땅 짚고 헤엄치는 노다지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국내 30대 기업그룹의 경우만 하더라도, 10년 전인 2014년에는 농경지 57, 임야 158, 기타 237를 합쳐 452의 토지를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던 것이 2023년 기준으로는 농경지(54)와 임야(157)의 보유는 변동이 거의 없었지만 기타(289)52나 늘었다. 평수로는 1,573만 평이다. 지번수로는 2014259,442개이던 것이 2023년기준 316,829개로 57,387개가 늘었다. 토지가액 역시 2023년말기준 1902,070억 원으로, 20141026,970억 원보다 90조가량 증가했다. 국내 30대 기업그룹의 토지가격이 매년 9조원씩 증가했다는 의미다.

부동산 투기를 잡자면, ‘피라미LH 임직원들 보다, 공직자와 공직자가 되려는 자에 대한 감시와 엄벌이 일상화되어야 한다. 특히 정치를 하겠다는 국회의원을 비롯해, 정부부처 장·차관과 관료, 지방의원, 지방자치단체장과 관료 등 공복(公僕)에 대해서는 사전 검증을 통해 칼날 같은 엄정함을 보여야만 한다. 총선이 끝나고 당선자가 확정된 뒤라도 부동산 투기자는 확실히 가려내 의원직을 즉시 박탈하는 방안도 미리 마련되어야만 할 것이다. 그런데 선거판에 온갖 부동산 개발 공약이 난무하고 있다. 걱정스럽다. 한정된 토지를 돈벌이의 도구로 이용하려는 욕망의 틀은 깨부숴야 한다. 그래야 젊은이도 서민도 내 집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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