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국회도 극단적 대결과 복수전 되풀이 가능성
- 합리적 중도층과 양심적 지지층의 선택이 관건

조선의 14대 국왕 선조시대 송강 정철의 역저(力著) 관동별곡이 있다. 송강 정철이 강원도 관찰사로 임명받고 부임 후 관동지역(강원도)을 유람하며 임금에 대한 충성과 백성에 대한 선한 정치(선정)의 생각을 하면서도 아름다운 관동의 뛰어난 경치와 감흥을 표현한 작품으로 유명하다.

22총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됐다. 지역구, 비례 합쳐 모두 952명의 후보들이 금배지를 향해 뛰게됐다. 국민은 아침부터 잠들기 전까지 13일간 헌법을 준수하고 국민을 받들겠다는 후보들의 눈물겨운 충성 맹세인 총선 별곡을 또 다시 귀가 따갑게 듣게 된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주권재민(主權在民)을 확인키 위한 소중한 한 표가 이번 총선에선 더욱더 중차대한 의미를 갖게 됐다. 지난 21국회는 민주, 국민의 힘 거대양당의 적대적 공생관계로 규정될 정도로 대립과 갈등으로 협치가 사라진 최악의 소모적 국회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과반이 넘는 의석의 민주당은 제1야당으로서 효과적 권력 견제보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와 방탄, 그리고 과도한 입법 독주를 했다는 평가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도덕적 우월성은 무너지고 내로 남불의 대명사로 비판받는 의원들이 속출했다. 결국 정권도 빼앗겼다.

정권을 되찾은 국민의힘은 초유의 검사 출신 대통령을 배출했지만 시종일관 지금까지도 이재명과의 싸움’, ‘이념적 노선에 도취된 정책, 소수당 타령과 권력 주변의 끊이지 않는 잡음들로 국정 지지율은 여전히 바닥을 헤어나질 못하고 있다.

그래서 국민은 이번 총선을 통해 가장 큰 변화가 이뤄지길 원하는 곳이 있다. 국회 권력의 변화일 것이다. 거대양당 체제의 변화 조짐이 표출됐다. 원인은 거대양당을 축으로 한 공천 후유증으로 개혁신당새로운 미래가 탄생했고 재판중인 조국 신당까지 바람이 거세졌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국회 권력의 변화에 대한 희망은 벌써부터 싹수가 노랗다. 경실련의 발표에 따르면 952명의 등록 후보 중 전과 기록 보유자만 305(32.0%)에 달하고 정당별로는 민주당, 더불어민주연합(위성정당)100(36.2%)로 가장 많고 국민의힘과 국민의 미래(위성정당) 59(20.4%)으로 양당이 대부분을 차지했다고 한다. 물론 민주화 운동, 노동 운동 등을 포함한 것이기에 전과 자체만 놓고 가타부타 평가하긴 힘들다.

비례대표 지지율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조국 혁신당은 당명의 혁신과는 거리가 먼 후보들의 내면이 보도돼 겉과 속이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조국 신당의 비례 1번 박은정 전 광주지검 부장검사는 총 498185만 원의 재산을 신고했지만 불과 10개월만에 41억원이 증가돼 정말 눈을 의심케했다. 결국 박 전 검사의 남편도 검사 출신에 더구나 다단계 유사 수신 분야 전문검사였지만 다단계변호로 엄청난 돈을 번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더구나 조국 신당은 자신을 망신창(?)으로 만든 윤석열 정권에 대한 복수심으로 가득찬 분노를 숨기지 않고 있고 연일 윤 정권의 조기 종말을 외치고 있다.

지금의 거대양당과 조국 신당의 적대적 관계를 본다면 22총선 결과는 어느 당이 얼마만큼의 의석을 차지하느냐의 문제는 부차적인 것 같다. 이젠 협치의 실종 정도가 아닌 죽느냐, 죽이느냐의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서 국회라는 합법적인 장이 사생결단을 내야하는 피비린내 나는 혈투의 장으로 변질될 판이다.

민주당의 이재명 사당화라는 비판 속에서 마무리된 공천 파동에 많은 지지층이 등을 돌렸다. 호남에서의 민주당 이탈 현상도 감지된다고 한다. 또 윤석열 정부를 심판해서 정신 좀 차리게 해야한다고 정권심판론에 목청을 높이는 국민도 많다.

그러나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할 숨죽이며 지켜보고 있는 상당수의 합리적 중도층22국회에서도 거대양당의 피비린내 나는 혈투를 두 번 다시 보고 싶지 않는 양심적 국민이 과연 어떠한 형태의 국회를 구성해줄지는 지금 알 순 없다.

사실 어느 당이 다수당이 되든 암울한 전망을 떨쳐버릴 순 없는 상황이 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 간의 물고 물리는 숙명적 관계가 청산되거나, 누군가 정치적 운명이 다하지 않는 이상 22국회도 지루한 혈투의 연장전이 될 가능성이 더 높아 지고 있는 게 총선구도의 현실이다.

또다시 매일같이 듣게 되는 각 정당과 후보들의 총선 별곡앞에서 제발 국민의 선택으로 진보와 보수의 양 극단적 정치행태의 고리를 끊게 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협치다양성이 존중되고 싸울 때 싸우더라도 때론 함께 국가와 국민을 위해선 손을 잡는 정당 정치체제가 탄생하길 학수고대하는 것이 설령 꿈같은 일이 아니길 바란다.

국민은 21에 이어 22총선을 통해 또다시 우리의 국회가 로마 콜로세움 원형경기장의 검투사와 맹수들의 혈투처럼 죽이지 않으면 죽고 마는 극단적 사생결단의 흑역사를 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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