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대증원·대파값 논란 조국혁신당 돌풍까지 범야권 200석론 솔솔

[일요서울ㅣ김준석 언론인] 과연 범야권 200석은 가능할까? ‘200이라는 숫자가 여의도를 뒤흔들고 있다. 22대 총선 공식선거운동을 전후로 주요 언론의 여론조사는 물론 여야의 자체 판세분석 결과 범야권 200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시나리오가 떠돌고 있다. 일단 민주당의 지나친 오만과 국민의힘의 엄살 작전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다만 현실화된다면 이는 명백한 여소야대다. 대통령 거부권이 무력화되고 야권 주도의 대통령 탄핵과 단독개헌도 가능하다. 22대 총선 이후 정국 주도권 장악을 노려온 여야 정치권은 극도의 긴장모드다. 더불어민주당은 역풍을 우려해 입단속에 나섰지만 내심 ‘200석이 가능하다는 분위기다. 지난 21대 총선 당시 180석 대승을 뛰어넘는 말그대로 꿈의 의석이다. 국민의힘은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판세 분석상 객관적인 열세를 인정하면서도 공식선거운동이 본격화 국면에 접어들면 역전이 가능하다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22대 총선에서는 87년 체제 이후 역대 총선에서 단 한 번도 없었던 극단적인 여야 성적표가 나올 수 있을까? 200석 굳히기에 들어간 이 대표와 드라마틱한 반전을 노리는 한 위원장의 혈투를 집중 조명했다.

22대 총선 선거기간 시작과 함께 지지호소 하는 이재명 대표와 한동훈 위원장. 뉴시스
22대 총선 선거기간 시작과 함께 지지호소 하는 이재명 대표와 한동훈 위원장. 뉴시스

- 최대 승부처 수도권 우세에 보수텃밭 PK마저 격전지 속출
- 범야권, 21대 총선서 190석 획득플러스 10석이면 200석 가능
- 의정갈등 극적합의 등 메가톤급 이슈 발생시 총선판세 또 격랑

범야권 200vs 국민의힘 100이라는 성적표는 총선 이후 여야 정치 지형은 물론 차기주자의 운명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정치적 입지가 엇갈리게 되는 것이다. 이 대표는 표정관리에 나섰다.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상황이다민주당 공천과정에서 친명횡재 비명학살이라는 프레임으로 분당 위기에까지 내몰렸지만 정권심판론 바람으로 기사회생했다. 최대 위기에 직면한 한 위원장은 전열을 가다듬으며 반전을 노리고 있다. 국민의힘 총선 구원투수로 등장한 이후 착실히 득점에 성공했지만 의정갈등 장기화와 고물가에 따른 민심 악화 등 대통령실발 악재에 백약이 무효다.

수도권 압승 PK 이변범야권 200석 기대 리스크 관리

범야권 200석 담론은 “3년은 너무 길다는 총선 슬로건을 내세운 조국혁신당이 주도해왔다. 압도적인 의석으로 윤석열정권의 조기종식을 이루자는 의지다. 민주당은 역풍을 우려해 거리를 둬왔지만 최근 분위기는 범야권 200석 대승론으로 기울고 있다. 사석에서 비공개로 200석을 언급하는 인사들 또한 늘고 있다.

실제 지난 21대 총선 당시와 비교할 때 10석 정도만 더 얻는다면 범야권 단독 200석이 가능하다. 지난 21대 총선에서 민주당 163, 비례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당 17, 열린민주당 3, 정의당 6, 야권 성향 무소속 1석 등 범야권은 총 190석을 얻었다. 22대 총선에서 조국혁신당 돌풍을 고려하면 불가능한 숫자도 아니다. 조국혁신당의 조국 대표는 1당인 민주당 등 범야권이 합해서 200석을 얻지 못하더라도 상당한 의석수를 확보하게 된다면 윤석열 체제에 균열을 낼 수 있다정치적으로 무력화하는 게 목표다. 레임덕, 데드덕으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여론조사에서도 이상 기류가 나타나고 있다. 강남 3구는 물론 PK지역에서도 이변이 속출할 조짐이다. 전통적으로 보수진영이 강세인 지역이다. 이곳마저 넘어간다면 범야권 200석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유리한 선거지형에 고무돼 공개적으로 200석을 거론하는 야권 인사들도 적지 않다. 전남 해남·완도·진도에 출마한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민주진보개혁 세력이 약진해서 200석을 만든다고 하면 김건희 특검, 이태원 특검, 채 상병 특검도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 탄핵도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인천 서구갑에 출마한 김교흥 후보는 인천의 14석이 당선되면 우리는 200석을 당선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민주당은 내부 리스크관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김민기 총괄선대본부장 명의로 전국 17개 시·도당과 총선 후보자에게 총선 낙관론을 강력 경고한다며 공문을 내려보낸 게 대표적이다. 뜻하지 않은 말실수가 총선판을 뒤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한강벨트를 중심으로 수도권 격전지가 적지 않는 데다 지나친 낙관론은 역풍으로 돌아올 수 있다. 이 대표는 지난 3월 28일 공식선거운동 첫날 범야권 200석 전망에 전혀 불가능한 얘기라고 일축하면서 지금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과반인 151석 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는 총선 승리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면서 오만함으로 비칠 수 있는 200석 대승론을 경계한 것이다. 김부겸 민주당 상임공동선대위원장도 우리 정치 지형은 여전히 5149로 팽팽하다. 어느 한쪽이 200석을 가져갈 만큼은 아니다고 경계했다.

대파값 875·의정갈등 장기화속수무책국힘 전전긍긍

채소.야채 등 물가 점검에 나선 윤 대통령. 뉴시스
채소.야채 등 물가 점검에 나선 윤 대통령. 뉴시스

국민의힘은 속수무책이다. 한강벨트가 전체적으로 열세에 놓인 것은 물론 낙동강벨트마저 안심할 수 없다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 때문에 “100석도 어렵다는 하소연이 쏟아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애초 민주당의 공천내분이 극한으로 치닫았을 때만 해도 135석 플럭스 알파를 기대하며 원내 1당을 기대했다. 지난해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이후 극도의 비관론에서 낙관론으로 전환한 셈이었다. 한동훈 위원장의 정치적 개인기와 윤석열 대통령이 민생토론회로 전국을 돌면서 올인한 결과였다. 다만 이종섭 주호주대사 논란과 황상무 전 시민사회수석의 회칼테러 발언으로 순식간에 여론지형이 바뀌었다. 여기에다 대파값 875으로 상징되는 고물가 논란과 의정갈등 장기화에 따른 국민적 피로감이 커진 것은 물론 조국혁신당 돌풍에 정권심판론 정서가 커진 것도 악재로 작용했다.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 및 중도층 민심이 돌아선 결과다.

여론조사 결과는 암울하다. 총선 본격화와 더불어 발표되는 격전지 여론조사는 국민의힘이 극단적인 열세에 놓여있다. 안철수 의원, 나경원 전 의원, 권영세 전 통일부장관 등 여권의 정치적 거물이 출마해 낙승이 예상됐던 지역마저도 접전 양상이다. 수도권 위기론이 가속화되면서 국민의힘 후보와 개혁신당 후보와의 단일화 논의마저 나올 정도다. 더 우려스러운 점은 보수텃밭으로 불리는 부산마저 위태롭다는 것이다. 특히 해운대와 연제 등 공천이 당선인 지역마저 접전지로 돌아섰다. 국민의힘 후보들은 이대로 가면 전멸이라며 용산 대통령실을 향한 불만도 터뜨리고 있다. 현 정부 초반 대통령실의 기세에 눌려 침묵모드를 이어가던 양상과는 전혀 대조적인 모습이다. 수도권 참패론이 고조되면서 분위기 반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의정갈등과 관련 의사 출신인 경기도 성남 분당갑에 출마한 안철수 후보가 내년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면 의료 파탄이 일어날 것이라며 정부의 재검토를 촉구했다. 서울 동대문을에 출마한 김경진 후보는 윤석열 대통령이 채 상병 묘소를 찾고 이종섭 대사를 만두게 하면 어떨까라며 민심회복을 위한 조언을 내놓았다. 친윤계로 국가보훈부 장관을 지낸 서울 강서을의 박민식 후보조차도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과 관련, “나는 반대했다고 언급할 정도였다. 수도권뿐만이 아니다. 보수 텃밭에서도 위기의 시그널이 나왔다. 낙동강벨트인 부산 북구갑에 출마한 서병수 후보는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열어서 그동안의 소회를 밝히면서 '이런 점은 잘못했다, 미안하다는 이야기를 해야 하지 않겠나고 주문했다. 대구 달서병에 출마한 권영진 후보는 대파 논쟁을 불러일으킨 건 대통령 주변 참모들이 잘못 모시고 간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 위원장은 이재명·조국 심판을 강조하면서 의회독재 견제론을 내세웠다. 한 위원장은 공식선거운동 첫날인 3월 28일 서울지역 유세에서 대한민국이 전진하느냐, 후진하느냐, 융성하느냐, 쇠퇴하느냐, 공정해질 것인가, 범죄자들의 지배를 받을 것인가를 결정하는 선거라면서 이재명·조국 심판은 민생이라고 강조했다. 또 민주당의 200석 언급과 관련 국민들이 보기에 대단히 교만해 보일 수 있다. 고삐가 풀린 것 같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반전을 위한 승부수도 연이어 발표하고 있다. 총선 핵심 공약으로 국회의 완전한 세종시 이전을 내걸었다. 서울 한강벨트의 표심을 노리면서 총선 캐스팅보트인 충청 표심을 겨냥한 승부수다. 또 고물가 대책으로 서민생활과 밀접한 생필품의 부가세를 10%에서 5%로 한시적으로 인하할 것을 정부에 강력 건의하기도 했다.

이재명 표정관리’ vs 한동훈 긴장모드돌발악재 경계

21대 총선에서 주요 격전지 최종 당선자 명단. 뉴시스
21대 총선에서 주요 격전지 최종 당선자 명단. 뉴시스

범야권 200석은 대한민국 정치지형을 근본적으로 뒤흔든다. 우선 재의요구권으로 불리는 대통령의 거부권이 무력화된다. 22대 국회에서 거대 야당의 입법 독주가 합법적으로 보장되는 셈이다. 앞서 윤 대통령은 양곡법, 간호법, 노란봉투법, 방송3, 이태원참사 특별법, 쌍특검법 등 민주당 주도로 통과된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다. 범야권 200석은 또 집권 여당의 반대에도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발의 및 의결도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범야권 주도로 단독 개헌안 발의 및 통과도 가능하다. 결과적으로 윤 대통령은 곧바로 레임덕에 빠지면서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미래권력인 여야 수장의 정치적 운명도 엇갈린다.

이 대표는 말그대로 기사회생이다. 총선 승리의 주역으로 평가받으면서 공천과정의 분열과 갈등을 말끔히 씻어낸다. 차기 주자로서의 위상도 보다 막강해진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이 대표에 대항할 정치적 라이벌과 경쟁자가 사실상 사라진다. 이 대표는 총선 승리의 카리스마와 리더십으로 차기도전을 독주할 수 있는 정치적 환경을 갖추게 된다. 다만 초반 유리한 판세에도 역전을 허용해 총선에서 패배하거나 신승을 거둔다면 리더십에 상처를 입을 수 있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총선 이후 이 대표가 아닌 플랜B’를 고민하는 인사들이 늘어갈 수 있다.

한 위원장은 말그대로 비상이다. 이대로 가면 총선패배의 희생양이 될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 구원투수로 등장하면서 기대를 모았지만 이종섭 주호주대사 논란과 황상무 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회칼테러 발언 등 용산발 악재로 여론지형이 뒤집어지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100석 참패가 현실화되면 정치적 재기는 불가능하다. 21대 총선 참패로 정계은퇴 수순에 내몰렸던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와 같은 처지로 내몰릴 수 있다. 다만 반전의 승부수로 의 원내 1당 싸움에 성공한다면 정치적 입지는 수직상승한다. 마치 박근혜 전 대통령이 17대 총선 당시 탄핵역풍에서 한나라당을 구해낸 것과 유사한 모습이다. 자연스럽게 여권의 확고부동한 미래권력으로 올라서게 된다.

여야 사정에 정통한 한 정치평론가는 “22대 총선은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중후반기의 정치적 운명은 물론 이재명 대표와 한동훈 위원장을 비롯한 여야 차기주자의 운명이 엇갈리는 중대 분수령이라면서 범야권 200석을 놓고 설왕설래가 분분하다. 다만 총선 초반 열세에 놓인 여권이 반전의 승부수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지난 21대 총선 참패 이상의 스코어가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다만 여야 모두 총선 막판까지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어떤 변수가 선거판을 뒤흔들지 알 수 없다. 민주당이 대안없이 반()윤석열만을 외칠 경우 민심이 돌아설 수도 있다의정갈등의 극적 타결, 당정의 대규모 반전 승부수, 민주당의 지나친 낙관론과 자충수, 북한의 고강도 도발에 따른 북풍변수 등이 메가톤급 이슈가 불거질 경우에는 언제든지 범야권 우위의 판세가 뒤집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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