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가치 5조 거론, 상장 재추진 여전히 불투명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CJ 주력 계열사인 CJ올리브영의 기업가치가 지속적인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2022년 중단됐던 기업공개(IPO)가 재개될지 이목이 쏠린다.

일각에서는 IPO가 아닌 CJ㈜의 합병 전망에도 힘이 실린다. 최근 증권업계에선 이재현 CJ 회장이 경영권 승계 작업을 위해 연내 올리브영 합병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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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올리브영의 기업가치는 CJ그룹 대주주 일가의 승계와도 밀접하게 맞물려있다. CJ그룹 후계자로 유력한 이선호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장이 보유지분을 활용해 지분승계를 위한 재원을 마련할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따라서 재계의 이목도 집중된다.

- CJ올리브영 IPO에 쏠린 관심…지주사와 합병 가능성도 솔솔
- "지배구조 더욱 견고해져"...사측 "현재로선 계획 없다" 일축


CJ올리브영은 CJ그룹 오너일가의 지분 승계에 자금줄로 쓰일 수 있는 회사라는 점에서 상장 여부가 매우 중요한 기업이다.

전자공시에 따르면 CJ올리브영의 최대 주주는 CJ㈜로, 지분 51.15%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인 이선호 CJ제일제당 경영 리더가 11.04%, 이경후 CJ ENM 브랜드전략실장이 4.21%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IPO가 아닌 합병을 택하면 4세들은 CJ㈜에 대한 지배력을 공고히 할 수 있다. 또한, 최근 기업 밸류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진 상황에 중복 상장에 대한 리스크도 줄여줄 수 있는 시나리오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CJ 올리브영의 가치가 커질수록 CJ그룹의 후계 및 지배구조는 견고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증권업계에선 올리브영이 IPO 철회하는 것이 지주회사와의 중복상장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의견에 입을 모으고 있다. 

김수현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15일 내놓은 보고서에서 "올리브영의 IPO 철회는 지주회사 특유의 중복 상장 리스크를 줄여준다"며 "최근 정부의 ‘코리아 디스카운트(저평가)’ 해소 정책에도 부합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증권가에선 올리브영이 CJ와 합병될 경우 CJ 주가가 상향곡선을 그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 합병 시 CJ주가 상향곡선 기대 돼 

지난달 25일 업계에 따르면 CJ올리브영은 지난해 별도 기준 3조8612억 원의 매출을 거두면서 전년 2조7775억 원과 비교해 약 40% 성장했다. 지난 2022년 전년 대비 매출 증가율인 31.6%보다 더 큰 폭 성장한 것이다.

지난해 말 점포 수는 1년 사이 40여 곳 늘어난 1338개다. CJ올리브영은 포화 상태로 여겨지던 헬스 앤 뷰티(H&B)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외형 확장을 이어갔다. CJ올리브영의 독주로 한때 경쟁하던 랄라블라(구 왓슨스)·롭스, 세포라마저 한국 시장에서 백기를 들었다. 수익성이 좋아지면서 증권가는 CJ올리브영의 2024년 예상 순이익에 동종기업의 평균 주가수익비율을 적용해 기업가치를 6조 원 이상으로 추정한 곳도 있다.

기업가치 5조 원은 CJ그룹의 주요 상장 계열사의 시가총액보다 많다. CJ제일제당의 시가총액은 현재 4조4000억 원이며 CJ대한통운과 CJ ENM은 각각 2조6500억 원, 1조6000억 원이다. CJ올리브영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얼마나 높은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시장에선 올리브영이 고속 성장을 통해 기업공개(IPO) 시점을 앞당길지에도 주목한다. CJ올리브영은 급할 게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면서 IPO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다.

CJ올리브영이 과거 기업공개 절차를 중단하면서 적정 기업가치를 인정받게 되면 상장에 다시 도전하겠다고 했던 입장을 내비쳤기 때문이다.

상장의 변수였던 과징금 리스크도 사라졌다. CJ올리브영은 2023년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및 시장지배력 남용 여부로 조사를 받았다. 과징금 규모에 따라 상장 제한 요건이 생길 수 있었지만, 과징금은 약 19억 원으로 최종 결정됐다.

양 연구원은 "올리브영의 높은 성장 및 수익성 개선을 감안해 CJ의 기업가치를 4조 8000억 원에서 5조 2000억 원으로 상향했다"며 "기업공개(IPO) 혹은 CJ와 합병 추진 시 예상되는 기업가치는 당사 추정을 크게 상회할 것"이라고 밝혔다.

- 승계속도 늦춰졌다는 해석도

다만 올리브영 측은 IPO 가능성에 대해서는 선을 긋고 있다. 굳이 상장을 서두를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이 실장의 승계 속도가 늦춰졌다는 해석도 나온다. 지난달 CJ그룹은 정기 인사를 단행했는데, 이 실장은 별도의 보직 변경이나 승진이 없었다. 따라서 올해 승진이나 승계 본격화보다는 경영 성과를 내는 데 집중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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