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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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4월 총선을 앞두고 경제관료들이 대거 출사표를 던져 화제가 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우리나라 예산 편성을 총괄하는 기재부에서 일을 한 만큼 누구보다 정세에 밝다.

이미 관가에선 정책 이해도가 높고 정부 주변에서 일하던 이들이 여의도에 입성하게 되면 시너지가 더욱 발휘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감추지 못한다.

일각에서는 행정부뿐 아니라 입법부에서도 이른바 ‘모피아(옛 재무부와 마피아의 합성어)’의 입김이 거세질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 기재부 OB 들의 총선 출사표…벌써부터 총선 대비 후끈
- 기업인 출신 20여 명...총선용 포퓰리즘 법안 우려도


정치권에 따르면 정치권에 따르면 대구 달성군에 출마한 추경호 후보는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출신의 재선 의원이다. 기재부에서 종합정책과 주무 서기관, 은행제도과장, 금융정책과장 등을 거친 정책·금융통으로 꼽힌다.

부총리 재임 시절에는 치솟는 물가를 잡는 데 총력전을 펼치기도 했다.

추 의원은 최근 연합인포맥스와 인터뷰에서 "대구에서 철도 건설, 제2 국가산단 조성, 대구 농수산물 도매시장 이전, 전기차 모터 부품 소재·부품·장비 특화단지 지정, 국가 로봇 테스트 필드 유치 등 대규모 국가사업이 추진 중인데, 이를 성공적으로 완수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기재부 출신이면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역임한 방문규 전 장관은 경기 수원 갑 출마를 선언했다. 방 전 장관은 기재부에서 재정·정책·예산을 망라한 주요 보직을 수행했고 예산실장, 2차관까지 역임했다

그는 수원을 '반도체 메가시티의 허브'로 발전시키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그는 "반도체 산업은 국가경제력의 핵심이다. 그러나 반도체 산업의 본산과 협력업체, R&D(연구개발), 컨벤션(협의체), 이노베이션(혁신) 등의 중심 지역이 돼야 할 수원이 여전히 ‘베드타운’에 머무는 것이 안타깝다. 이에 ‘경기 남부권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를 구성하고자 한다고 했다.

- 장·차관에 실·국장도…기재부 떠나 국회로

최근까지 기재부 2차관으로 있다가 국민의힘에 영입된 김완섭 전 차관은 강원 원주을 출마를 타진 중이다. 김 후보는 지난 26일 보도자료를 통해 ‘기업 하기 좋은 도시’ 및 ‘머물고 싶은 도시’ 비전과 주요 공약을 발표했다.

그는 ‘기업 하기 좋은 도시’에 대해 “원주에 좋은 기업을 유치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고, 돈이 도는 원주를 만들고 싶다”며 “원주에 ‘미래차 핵심부품 클러스터와 자동차부품 전용 단지’를 조성해 미래모빌리티산업 중심도시로 육성하고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동차부품 산업은 강원도와 원주의 제조업 성장을 주도해 왔다”며 “최근 모빌리티 시장이 전기차 등 미래차 중심으로 급변하는데, 연구개발 역량 부족으로 영세한 2·3차 부품 협력업체 등은 변화에 적응이 어려워 지원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김 후보는 비수도권 이전기업 법인세를 최대 15%까지 인하하겠다고도 했다.
세제실장 출신인 김병규 전 경남도 경제부지사는 국민의힘 예비후보 자격으로 경남 진주을 출마를 선언했고 기재부 대외경제국장을 지낸 이종화 전 대구시 경제부시장도 여당 소속으로 대구서에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김병규 후보는 '100만 우주항공 메가시티 건설'을 비전으로 내세우며 위성특화지구 구축, 그린바이오 농업과 6차 산업 육성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종화 후보는  ▲악취·미세먼지 등 대기오염의 정확한 원인 파악을 위해 센서를 무인비행체(드론), 자동차 및 건물에 설치, 연중 실시간으로 대기질 관련 데이터를 확보하는 시스템 마련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는 재정관리관을 지낸 노형욱 전 국토교통부 장관과 안도걸 전 기재부 2차관은 각각 광주 동남갑, 동남을에 도전한다. 예산실 출신인 조인철 전 광주시 문화경제부시장은 광주 서갑을 공략 중이다. 세제실 출신인 한명진 전 방위사업청 차창도 전남 보성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노형욱 후보는 광주 남부권 메가 허브(HUB) 플랫폼 구축 전략과 함께 5대 비전으로 ▲효천역 중심 광주-나주 간 광역 철도망 구축 ▲도시철도 2호선 3단계 구간 완성 ▲인공지능 바탕 지능형 교통체계 도입 등 교통 시스템개선 ▲송암산단 일대를 문화·디지털 기반 모빌리티 애프터마켓 산단으로 변모 등을 제시했다.

안도걸 후보는 CBS매거진을 통해 "공동화된 광주 원도심을 살려내 미래 먹거리 산업 ABC 인공지능, 바이오·의료, 문화관광산업을 키워내서 벤처기업 창업, 일자리 창출, 국내외관광객이 밀려드는 기회의 땅으로 변모시켜 나가겠다"며 "원도심에 AI벤처창업타운을 조성해 미국 실리콘 밸리의 광주판 AI밸리를 만들고 조선대 안에 인공지능이 특화된 캠퍼스산업단지를 유치해 청년들이 원하는 벤처기업과 일자리가 쏟아지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어 "1.5조 원이 투입된 아시아문화전당을 킬러콘텐츠를 창출하는 문화산업 공장으로 대전환하고 양림·사직동을 근대역사문화공원으로 조성해 글로벌 명소로 만들겠다"는 공약을 밝혔다.

조인철 후보는 “광주광역시의 국비 4조 원 시대를 열어 4차산업 중심의 거점 도시로 우뚝 세우겠다”며 “빛고을 테크노밸리가 될 상무 도심융합특구를 조속히 완성해 부자 서구의 초석을 만들고, 1만여 개의 일자리를 제공할 기업과 문화·예술·체육 등을 즐길 수 있도록 조성하는 데 한몫하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정당들이 기재부 전·현직 관료들에게 러브콜을 보내는 건 현재 어려운 경제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기재부 내부에서는 이들의 전문성에 기대를 걸면서도 행정부를 장악하고 있는 기재부 출신들이 검찰에 이어 입법부 내에서도 세력화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앞서도 경실련은 지난 3월 4일 기자회견을 통해 "선거철이면, 유권자의 지지를 얻기 위한 다양한 공약이 쏟아지지만, 실현 가능성이 작거나 검증되지 않은 포퓰리즘 공약들이 난무하는 상황을 목격해 왔다"며 "이러한 현상은 국가와 국민의 발전보다는 단기적인 정치 이익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는 만큼 진정한 정책 대결의 장을 마련하고, 공약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와 검증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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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정책 중심의 선거가 이루어지기 위해선, 다양한 분야에서 제시되는 공약들에 대한 폭넓은 수용과 검토가 필요하다"며 "후보자 및 정당들의 공약은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며, 구체적인 정책적 수단을 담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 기업인 출신 20명도 출사표…. 전문성 살려 공약 차별화

한편  4·10 총선에 도전하는 기업인은 20명 안팎이다. 이들은 저마다 전문성을 살려 공약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고동진 전 삼성전자 사장(서울 강남병), 강철호 전 HD현대로보틱스 대표(경기 용인정), 한정민 전 삼성전자 연구원(경기 화성을), 이준배 전 아트빌트세종 대표(세종), 성일종 엔바이컨스 대표(서산 태안), 최은석 전 CJ제일제당 대표(대구 동군위갑), 박용호 전 LG종합기술 책임연구원(파주갑) 등이 선거에 나선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공영운 전 현대차 사장(경기 화성을), 이재성 전 엔씨소프트 전무(부산 사하을), 이언주 에쓰오일 상무(용인정) 등이 나서며 국민의미래에서는 박충권 현대제철 책임연구원, 심성훈 패밀리파머스 대표, 임형준 네토그린 대표, 정혜림 전 SK경제경영연구소 연구원이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연합 소속 백혜숙 에코십일 대표와 조국혁신당 양소영 전 스탠다드챠타드은행 글로벌마켓총괄본부 부장, 이숙윤 LG전자연구원, 이해민 전 구글 프로젝트매니저 등도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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