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 갈등 해소 못하면 대권 없다”

박근혜 전 대표

육영재단 경영권을 둘러싼 갈등이 박근령·지만씨 남매 간 갈등에서 ‘가족갈등’으로 점화되고 있다. 지난 5월 육영재단 이사장직에서 해임된 박근령(55, 전 육영재단 이사장)씨 측은 그 배후에 박 전 대표가 있다는 의혹을 제기해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박 전 이사장의 남편인 신동욱(41. 전 백석문화대 교수)씨는 박 전 대표의 미니홈피에 “박 전 대표가 근령 씨의 육영재단 이사장 해임 사건의 배후 역할을 했다”는 취지의 비방 글을 올린 혐의를 받고 있다. 지금까지는 근령·지만 씨 남매간 다툼 속에 박 전 대표는 애써 뒤로 빠진 양상이었다. 하지만 맏이인 박 전 대표의 입장에서 절대 자유로울 수는 없는 상황이다. 차기 대권으로 가는 도전에서 가족갈등이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육영재단 둘러싼 경영권 다툼이 격해지고 있다.

지난 11월 27일,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박균택)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미니홈피에 비방글을 올린 박 전 대표 동생 근영씨의 남편 신모씨를 금명간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검찰과 경찰 등에 따르면 신씨는 올해 2월부터 5월 사이 박 전 대표의 미니홈피에 ‘박 전 대표가 근영씨의 육영재단 이사장 해임 사건의 배후 역할을 했다'는 취지의 글 수십 개를 올린 혐의를 받고 있다.

신씨는 ‘박근혜의 묵인 하에 박 전 대표의 남동생인 박지만씨가 주도해 육영재단을 강탈했다', ‘박지만씨의 측근이 중국에서 나를 납치하려 했다' 등의 글도 올린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박 전 대표 측은 5월 홈페이지에 글을 올린 네티즌 10여명을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검찰은 이 사건을 서초경찰서 사이버범죄과로 내려 보낸 뒤 수사를 지휘했다.

이후 경찰은 신씨가 타인의 명의를 빌린 뒤 대부분의 비방 글을 작성한 것으로 결론짓고, 지난 11월 23일 신씨 등 4명에 대해 기소,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은 경찰의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신씨를 금명간 소환 조사한 뒤 기소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할 방침이다.

육영재단은 1969년 4월 고(故) 육영수 여사가 어린이 복지사업을 목적으로 설립했다. 박근령 씨는 지난 90년부터 육영재단 이사장을 맡아 운영해오다, 2005년 부실경영, 감사거부 등 이유로 지도관청인 성동교육청에 의해 자격을 상실했으며, 교육청은 2007년 1월 이사진 취임 취소절차까지 단행했다. 이와 관련 근령 씨는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올해 5월 대법원으로부터 ‘해임이 정당하다'는 취지의 최종판결을 받아 이사장직을 상실했다. 따라서 근령 씨의 남편 신 씨가 이에 앙심을 품고 배후에 박 전 대표가 있다는 내용의 글을 인터넷상에 유포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다.

박 전 대표에게 여동생 근령 씨와의 불화가 ‘짐’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게 정치권 분석이다.

박근령 씨와 신동욱 씨는 지난해 10월, 14살이라는 나이차를 넘어 재혼해 화제가 됐다. 당시 결혼식에 박 전 대표와 박지만 씨가 불참해 불화설이 돌기도 했다.

또한 이 부부는 26일 동작동 국립현충원에서 거행된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30주기 추도식에 불참해 육영재단 경영권 문제가 가족 간의 상처가 되었음을 짐작케 하고 있다.

육영재단 문제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근령·지만씨 남매의 싸움에서 이젠 박 전 대표까지 번져 ‘형제의 난’양상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육영재단 경영권 분쟁에서 박 전 대표도 절대 자유로울 수는 없는 형편이다. 육영재단, 정수장학회 등 문제를 비롯해 가족 간의 반목과 갈등을 해소하지 못할 경우 대권 도전에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무난한 대권가도를 가기 위해선 형제간의 갈등을 무엇보다 먼저 해소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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