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세력 사법당국에 감시당하고 있다”


진보세력의 수난시대다. 이명박 정권 창출 이후 시민단체를 비롯한 진보세력 인사들에 대한 탄압 사례가 부쩍 늘었다. 경찰이 앞장서고 있다. 집회 참가자들에 대해 모호한 법률의 잣대를 들이대며 탄압하고 있다. 집회현장에서의 현행범 체포와 무분별한 소환장 남발이 대표적이다. 경찰 정보라인의 감시도 이어지고 있다. 경찰 정보과 형사들은 사복차림으로 집회 현장에 나와 상황보고를 하는 것이 주 업무 중 하나다. 박 진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를 만나 정권의 진보탄압 현 주소를 들어봤다.

지난 5월 12일 오전 기자는 경기 수원으로 차를 몰았다. 박 진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를 만나기로 한 날이다. 박 상임활동가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지금 급하게 서울 금천경찰서에 왔습니다. 이쪽으로 오실 수 있으세요?” 거긴 왜 갔냐고 기자가 물었다. 박 상임활동가는 “시민단체 회원 3명이 연행됐는데 오늘이 석방이라 면회하러 왔다”고 했다. 서울 금천경찰서는 지난 5월 10일 인권단체연석회의 소속 활동가 이승택씨(45), 김랑희씨(38), 김유현씨(21) 등 3명을 집시법 위반 혐의로 붙잡아 48시간 동안 조사를 벌였다. 이씨 등은 이날 낮 12시부터 30여분 동안 각각 15m 간격을 둔 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표현의자유 보장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였다. 경찰은 2명 이상이 근거리에서 시위를 벌였기 때문에 미신고 집회에 해당한다며 이들을 강제연행 했다. 경찰은 시위를 2명 이상의 다수인을 전제로 한 개념으로 규정, 1인시위는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아 집시법으로 처벌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일선 집회현장에서는 이 같은 1인 시위가 경찰의 자의적 거리개념 해석으로 묵살되고 있다.

정권의 진보탄압에 경찰이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 진보탄압의 현주소다.

박 상임활동가는 1997년 다산인권센터 활동가로 시작해 지금까지 14년 째 인권운동을 하고 있다. 2008년 11월 수원에서 촛불집회를 주도한 혐의로 서정리 수원광우병감시단장, 안병주 경기민언련 활동가와 함께 수원서부경찰서에 입건 된 후 현재 1심 재판이 계류 중이다. 박 상임활동가는 서울 금천경찰서 앞 모 까페에서 [일요서울]과의 인터뷰를 가지고 “집회 하는 사람들은 사회적 발언력이 낮은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선택할수 있는 기회”라면서 “경찰이 정부 정책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 사람에 대해 탄압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상임활동가는 또 경찰의 진보세력 탄압에 대해 설명하면서 “항상 감시당하고 있다는 느낌에 늘 자기검열을 하고 있다”고 했다.

다음은 박 상임활동가와의 인터뷰 일문일답이다.


- 요즘 어떤 활동 하고 있나.
▲ 표현의 자유, 집시법 문제, 수원역 촛불집회를 꾸준히 하고 있다. 촛불집회는 오늘이 2주년 110회 되는 날인데 매주 수요일 저녁 7시에 개최하고 있다.

- 이명박 대통령이 촛불에 부정적 발언을 했는데.
▲ 어제 촛불 관련자들에게 반성을 촉구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을 보면서 2008년 촛불 때 머리숙여 사과했던 것이 결국 ‘악어의 눈물’이 아닌가 생각한다.

- 집회신고에 있어서 장소에 제한을 받는다던데.
▲ 현재 프랭크 라뤼 UN 표현의자유특별보고관이 한국 방문중이다. 전에는 시청광장에 집회신고 하면 안해줬는데 이번엔 시청광장에서도 받아주더라. 그런데 웃긴건 그 과거 건으로 경찰에서 관련자 소환장이 날아왔다.

- 집시법 개정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위헌 소지가 높다. 오후 10시~오전 6시까지 야간집회를 절대 불허한다는 것이다. 상당히 문제가 있다. 지금은 낮이든 밤이든 폭력집회전과라던가 교통방해 요인 등으로 집회를 제한 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별도로 제한조항을 만들 필요는 없다고 본다.

- 시민단체 탄압이라 보는건가.
▲ 그렇다. 전반적으로 정부 정책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에 대해 탄압을 하는 것이다. 집회시위 하는 사람들은 사회적 발언력이 낮은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선택할수 있는 기회이다. 기본권 중에서도 가장 소중한 기본권이라 생각한다.

- 경찰이 시민단체 압박하는 이유가 뭐라고 보나.
▲ 자신들과 입장이 다르기 때문이다. 권력의 속성이다. 시민단체는 권력 제어를 통해 민주적 장치를 만드려는 것이다. 하지만 현 정권은 그런 것 조차를 봐주지 않는 것이다. 모두다 일렬로 세워서 내 말을 따르라는 것이다.

- 경찰에 수년동안 감시당하고 있다고 들었다.
▲ 나는 언제나 감시당하고 있다는 느낌에 늘 자기검열을 하고 있다. 사실 이것이 더 큰 문제다. 감시당한다는 생각을 하게되는 것 자체가 그 사회의 분위기를 말해주는 것이다. 과거 민노당 당직자 가족들까지 기무사에서 감시한 동영상이 폭로된 사건도 있지 않았나.

- 시민단체 등 진보세력 소환 늘었다. 얼마나 늘었나.
▲ 안 그래도 오늘 그것 때문에 오후 1시에 서울시청앞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연다. 참여정부가 1을 했다면 지금은 10을, 아니 50을 하고 있다고 체감한다. 1년전에 기자회견 사회 봤다는 이유로 소환조사 통보 받았는데 지금까지 이런 적은 없었다. 시민단체를 압박하고 있다는 얘기다. 끝까지 발본색원 한다는 것 아닌가. 폭력집회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소환하겠다면 이해하겠는데 그건 아니지 않느냐. 우리보고 입 닫고 있으란 것이다.

- 경찰 조사과정에서 인권침해나 위법적 요인 있었나.
▲ 얼마 전 서울 양재동에서 ‘동희오토(기아차 모닝 하청업체)’ 촛불집회를 했는데 그 과정에서 집회 관련자가 사지가 들린채 포박돼 연행됐다. 또 경찰들이 “사상이 의심스럽다”는 표현을 자주쓰는데, 길 가던 사람도 사상이 의심된다고 잡아가겠다는 것 아닌가.

- 경찰이 집회 해산시기를 사전에 조율 하지 않나.
▲ 정보라인(경찰 정보과)에서 그런 간섭이 있다. 집회를 몇시까지 끝내달라고 요구를 한다. 예전엔 사전 조율을 한다는 개념이었다면 지금은 몇시까지 하라고 통보하는 식이다.

- 시민단체에 대한 탄압이 어떤 결과를 낳게 된다고 보나.
▲ 한국사회 민주주의가 후퇴하는 양상이 될 것이다. 이런 식으로 사람들 가두고 발언 못하게 하면 비명을 지를 수 밖에 없는게 사람 아닌가. 통제하는 것 자체가 정권에서도 좋은 것 아니라고 생각한다. 촛불의 교훈을 봐야 하는데... 민주주의를 말살한 결과가 어떤 것인지 봐야 한다.

- 앞으로 계획은.
▲ 꾸준히 지금까지 해왔던 것을 계속하겠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해 자신의 존엄한 권리를 포기하지 않겠다. 인권 활동가라면 그런 것들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전성무 기자] bukethead@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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