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남표 총장 ‘연임’ 두고 카이스트 ‘분화’


이공계 인재 산실인 카이스트(KAIST, 한국과학기술대학)가 서남표 총장의 연임을 두고 몸살을 앓았다. 서 총장 연임을 두고 교수협과 학생, 그리고 서남표 인맥이 둘로 나뉘어 ‘제2의 황우석이다’, ‘개혁 전도사다’ 등 치열한 공방을 벌였기 때문이다. 지난 7월 2일 카이스트 이사회에서 연임에 성공한 서 총장은 7월 14일부터 새로운 임기를 시작한다. 과학계 일각에서는 카이스트 총장직을 둔 후보자간 갈등이 밖으로 표출된 게 아니냐는 시각마저 나오고 있다. 그 내막을 추적했다.

서남표 총장이(74)이 연임을 앞두고 ‘서남표 인맥’과 ‘반서남표 인맥’이 갈등을 낳았다. 이런 상황이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서 총장의 연임은 또 다른 불씨를 예고하고 있다. 연임 과정에 일부 학부생과 교수협에서는 ‘소통부재’와 ‘독선적 운영’으로 반대 입장이 강했기 때문이다. 지난 5월호 교수협회보에선 서 총장관련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는 총장에게 아무도 입바른 소리를 하지 않는다”며 “신임 교수를 선출하고 영년직을 부여하는 데 총장의 임의적인 판단이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고 있다”(‘두렵다, 두렵다’ 기계공학과 송태호 교수)고 고충을 토로했다.


서남표식 개혁, 과학계 새로운 롤 모델 제시

실제로 서 총장은 2006년 7월 카이스트 총장으로 임명돼 과학계와 교육계의 개혁적인 바람을 일으킨 장본인이기도 하다. 서 총장은 그동안 ‘정년 보장’이라는 교수계의 관행을 깨고 정년 심사 강화해 148명의 교수중 24%가 탈락하게 만들어 본격적인 경쟁바람을 일으켰다. 또한 그동안 무상교육을 받았던 카이스트 학생들에게도 2007년부터 성적이 일정한 수준이 되지 않을 경우 등록금을 내도록 만드는 ‘성적부진학생 등록금 징수제도’를 도입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서 총장은 학부 수업을 ‘100% 영어 수업화’하고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해 일반 고교 학생들이 카이스트에 입학하도록 만들었다. 무엇보다 MIT 기계학과 석박사 출신에 MIT 교수 출신으로 유명세와 국내외 과학계의 인맥을 바탕으로 4년 근무 동안 외부 기부금을 1천223억 원을 모금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벌였다.

하지만 미국이 국적인 서 총장이 혈혈단신으로 국내에 입성하면서 카이스트 내부인사보다는 정치권과 ‘자기인맥 쌓기’에 연연해 비판적인 시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특히 서 총장이 이명박 정부하에서 신성장동력기획단장과 대통령 직속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카이스트가 직접 ‘온라인 자동차’, ‘모바일 하버 사업’ 등 대형 정책 과제를 무리하게 추진해 시비가 불거져 이로인해 2009년 국회에선 ‘제2의 황우석’이라는 비난까지 받았다.

지난 2009년 교육과학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양대 사업이 각각 250억 원씩 500억 원의 정부 예산이 책정됐지만 원천기술개발이 당초 계획대로 안되면서 예산이 삭감되는 위기에 처한 상황이다. 교과위의 한나라당 박영아 의원실에서는 “2009년 1년내 원천기술을 개발하기로 해 교과부가 500억 원 의 예산을 책정했지만 개발하지 못해 종료됐다”며 “이후 2010년에는 지식경제부를 상대로 각 200억 원을 신청했지만 150억, 100억 원으로 예산이 삭감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박 의원실에서는 “국민 세금으로 하는 대형 사업이 예비 조사나 준비도 없이 무조건 예산을 따놓고 보자는 서 총장의 과욕으로 이런 상황이 도래했다”며 “올해부터 상용화를 위해 6000억 원 상당의 예산이 소요될 수 있는 만큼 신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 총장의 과욕은 무리한 펀드 투자로 이뤄져 손실까지 본 것으로 확인됐다. 서 교수는 학교 운영기금을 펀드에 투자해 2008년도에 600억 원의 손실을 봤고 이후 손절매를 통해 최종 190억 원 의 손실을 초래하기도 했다.

또한 2007년 3월에 서 총장은 특훈 초빙교수제를 만들어 자신과 친분이 깊은 인사들을 학내에 영입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기도 했다는 의혹마저 사고 있다. 특훈 교수는 세계적 수준의 연구업적과 교육성과를 이룬 교수 중에서 선발되는 카이스트 최고의 명예직이다. 대표적인 인사로 자신을 총장직에 앉힌 김우식 전 과기부총리를 비롯해 고등학교 동기 동창인 조모 교수, 이모 교수를 특훈 교수로 영입한 케이스다.


특훈교수·이사진·후보자 선임위 ‘자기사람 심기’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부 교수협 회원과 학부생들 사이에선 ‘반 서남표 정서’가 표출됐고 이는 서 총장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봇물처럼 터져나왔다. 일부 친서남표 언론사들은 서 총장을 ‘개혁의 전도사’로 교수협과 학생들을 ‘반개혁 세력’으로 몰았고 책임 부서인 교과부 역시 ‘반서남표’에 동조하는 세력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하지만 서 총장의 연임에 키를 잡고 있는 총장선임위원회가(5인 구성) 서 총장을 비롯한 5인의 후보중 3명을 압축해 이사회에 추천해야 함에도 6월말까지 추천을 못하면서 카이스트 총장 임명이 차일피일 미뤄졌다. 특히 서 총장이 5인의 선임위원회중 3명을 자신의 사람들로 꾸렸음에도 연임을 장담하지 못했다. 선임위원으로는 이사회 추천된 박모씨와 장모씨, 그리고 이기준 과총회장, 교수협의회장, 교과부 담당국장 등으로 구성됐다. 특히 박모씨는 서 총장의 중학교·MIT 선배로 50년 지기이고 장모씨는 서 총장의 부인의 경기여고 동창, 그리고 이 회장은 서 총장의 고교 후배이다.

이와 관련 카이스트측 한 관계자는 “서 총장은 후보자 선임위 구성에 개입 않했다”며 “단지 후보자 5인 중 후보자가 압축이 안돼 이사회 상정이 미뤄지고 있었다”고 일축했다. 또한 서 총장이 ‘자기 사람 심기’로 특훈 교수제를 활용한다는 의혹에 대해서 그는 “특별히 친분이 깊은 지는 모르겠다”며 “하지만 모두 국내외 과학계에서 유명한 사람이고 한명은 과기부 총리까지 지낸 사람으로 영입이 자연스러운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또한 그는 서 총장을 둘러싼 논쟁을 두고 “서 총장 연임과정이 매끄럽지 못한 면이 있다”면서도 “그러나 서 총장은 과보다 공이 더 많은 사람이다”라고 적극 옹호했다.

나아가 그는 “이사회가 무산되거나 서 총장이 연임이 만약 안되면 그는 미국으로 가면 된다”면서 “과학기술계의 전설인 서 총장이 상처를 입고 간다면 우리나라 과학계의 위상이 크게 추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98년 월드컵 당시 물러난 ‘축구계의 전설’인 차범근 전 감독에 비유하며 총장의 업적을 폄훼하면 안된다고 재차 강조했다.


카이스트, ‘정관개정’ 추천없이 이사회 선출 가닥

한편 7월 2일 이사회 구성에선 정관 개정을 한 이후 후임 총장을 임명하겠다는 게 교과부측의 입장이었다. 교과부의 한 인사는 “현재 총장 임명은 절차상의 문제가 남아 있다”며 “이사회에서 정관에 ‘후보 선임위에서 추천이 안되면 이사회에서 선임할 수 없다’는 규정과 하위 규정인 운영위에는 ‘후보자 선임위에서 추천이 안되면 이사회에서 직접 선발할 수 있다’고 적시돼 있다”며 “정관을 고쳐 총장을 임명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이에 정관을 수정안 이사회는 지난 2일 총 5명의 후보가 선임위의 추천을 받지 않은 상황에서 후보로 올라와 서 총장이 과반수 이상을 획득해 연임이 가능해졌다.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pot.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