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하면 권력 쥐고, 패배 땐 정치생명 위기”


7·28 재보궐선거가 본격 레이스에 돌입했다. 서울 은평을이 최대 격전지로 꼽히고 있는 가운데, 그 동안 출마 여부를 놓고 말이 많았던 이재오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후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 전 위원장은 MB정권 창출 1등 공신이다. 이번 재보궐 선거에 임하는 각오는 남다르다. 최근 6·2지방선거 패배이후 MB정권의 조기 레임덕 이야기가 솔솔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재보선에 출마한 이 전 위원장이 패할 경우 사실상 정치생명이 끝날 수 있다. 때문에 양날의 칼 위에 선 이 전 위원장은 ‘생즉사 사즉생’(生卽死 死卽生)자세로 재보선에 임하고 있다. 재보선에 임하는 이 전 위원장의 선거 전략을 알아본다.

이 전 위원장이 지난 6월 30일 권익위원장 직을 사퇴하며 공직생활을 마감, 오는 7월 28일 실시되는 재보궐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선거가 앞으로 바짝 다가온 가운데, 서울 은평구 구산동에 위치한 이 위원장의 자택은 이른 새벽부터 인기척이 돈다. 이 위원장은 이르면 오전 5시 30분, 보통은 오전 6시께 집을 나선다.

요즘 이 전 위원장의 하루 일과는 오랜 생활습관 대로 새벽 산행으로 시작된다. 구산동 자택 뒤에 있는 거북산을 매일 같이 오른 뒤 동네 목욕탕에서 목욕을 한다. 그 이후 일정은 측근들에게도 잘 알리지 않는다. 다만, 은평구 일대를 뚜벅뚜벅 걸어 다니며 주민들과 만나 대화한다는 정도만 알려져 있다.

이를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눈물로 한 표를 호소하고 있는 것 아니냐”며 우스갯 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앞서 홀로 선거에 임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친박이었던 김무성 원내대표의 지원을 사양했다.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말 그대로 ‘나 홀로 선거’다.

그의 한 측근은 “본인의 간곡한 부탁이 있었다. 혼자 선거를 치르도록 주변에서도 배려를 하고 있다”고 했다.


이번도 지면 거취 불투명

그에게 이번 선거는 양날의 칼이다. 이기면 그의 역할은 커지면서 친이계의 진로가 달라질 수 있다. 2012년 대선 구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면 그의 정치 생명은 치명적일 수 있다. 정권도 부담이 커진다.

정권의 조기 레임덕 가능성도 제기된 상황에 현 정권 창출 1등 공신이 재보선에서 지면 설자리가 없어지는 것이다.

그는 한 매체와 인터뷰를 통해 “나를 이재오 개인으로 안 본다. 내가 가면 주민들이 인간 이재오는 좋아하지. 그런데 정권에 대한 심판으로 여기며 나를 정권의 후보로 보는 눈이 참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그에겐 ‘2인자’ ‘실세’의 이미지가 덧입혀 있다. 하지만 권익위원장을 지내며 그는 친서민과 반부패를 강조했다. 유권자들은 그가 당선 후 ‘실세의 길’로 갈지, ‘서민의 길’로 갈지를 지켜보고 있다. 그는 일단 몸을 낮추고 있다. 은평 을이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은 구청장은 물론 시의원 두 자리까지 내줬다. 민주당은 이번 재보선에서 지방선거 승리 분위기를 그대로 밀고 나간다는 분위기다.

이 전 위원장도 이에 대해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내가 밖을 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더 낮은 자세로 모든 것을 다 바치는 각오로 임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民, 고심끝 장상 최고위원 공천

이런 가운데 야권의 ‘이재오 대항마’ 찾기도 막판 고심 끝에 윤곽을 드러냈다. 민주당은 재보선에서 최대 격전지로 떠오른 서울 은평을 후보를 내기 위해 막판 고심을 거듭하다 장상 최고위원에게 공천장을 쥐어줬다. 앞서 당 지도부는 지방선거 승리 이후 당이 승리에 안주한다는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 참신한 인물을 영입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당 지도부에서는 MBC 신경민 선임기자 영입을 추진했지만 신 기자가 불출마 의사를 밝히면서 불발됐다. 최근 정세균 대표가 신 기자를 직접 찾아가 출마 의사를 타진하기도 했다. 민주당으로서는 ‘이재오 대항마’를 찾다 체면만 구긴 셈이다. 이런 가운데 야권 단일화 성사 여부가 막판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야권은 601042 지방선거에 이어 야권 연대를 성사시켜 일대일 구도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뚜렷한 성과는 내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민주당은 여론조사 경선 등을 통해 단일화를 추진한다는 생각이지만 천호선 최고위원, 이상규 전 서울시장 후보를 각각 내세운 국민참여당과 민주노동당은 민주당이 물러나야 한다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양당은 두 후보가 모두 운동권 출신의 486 세대이기 때문에 세대교체론 등의 측면에서 보면 장 최고위원보다 경쟁력이 높다는 주장이다. 야권이 후보 단일화에 난항을 겪는다면 결국 당선고지로 가는 청신호는 이 전 위원장에게 향할 공산이 높다. 이 전 위원장은 타 후보와 달리 지난 40여 년 동안 철저히 밑바닥 표심을 훑으며 3선을 따낸 지역 ‘토박이’이기 때문이다. 이 전 위원장에게 한나라당의 지방선거 패배는 ‘악재’다. 하지만 민주당의 새 인물 영입 불발과 야권의 후보단일화 난항 등 ‘호재’를 살려 정계에 화려하게 복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전성무 기자] bukethead@nate.com


#이재오 “박근혜 만나고 싶다” 이유는?

7·28재보궐선거 은평을에 출마하는 이재오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최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만나서 대화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 7월 7일 오전 불교방송(BBS ‘아침저널’)과의 인터뷰를 통해 ‘박 전 대표와 따로 만날 계획이 있는가’라는 사회자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이 전 위원장은 또 ‘박근혜 총리론’과 관련해서도 긍정적으로 답했다. 이는 이 전 위원장과 박 전 대표의 과거사를 비추어 봤을 때 의외의 발언이다. 박 전 대표는 지난 2006년 7월 한나라당 전당대회 이 전 위원장이 지원하는 강재섭 전 한나라당 대표를 밀어내고 다 이긴 판을 뒤집어 놨다. 2007년 8월에 있었던 대선후보경선에서는 이 전 위원장이 이명박 캠프를 지휘하며 박 전 대표를 패퇴시켜 통쾌하게 ‘복수’했다.

이에 앞서 박 전 대표는 2004년 4·15 총선 당시 탄핵 역풍을 맞아 위기에 빠진 수도권 후보에 대한 지원유세를 벌여 이 전 위원장의 은평을 당선에 도움을 줬다. 그런데 이 전 위원장은 같은 해 7월 전당대회를 수 일 앞두고 “독재자의 딸이 당 대표가 되면 당이 망한다”며 공세를 퍼부어 댔다. 박 전 대표와는 적어도 6년 전부터 등을 돌리고 지내왔다는 얘기다. 그런 그가 이제 와서 박 전 대표에게 손을 내민 이유는 뭘까. 쉽게 생각하면 답은 간단하다. 박 전 대표와 지금 대립각을 세워봐야 득 될 것이 없다. 지방선거 승리를 통해 세종시 수정안을 백지화 하면서 숨은 승자로 군림한 박근혜가 아니었던가.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