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이 ‘분권형대통령제’ vs 친박 ‘4년 중임제’이해충돌

지난 12일 오후 국회 의원회과 소회의실에서 열린 2010한국반부패정책학회정책토론화 '개헌과 권력구조 개편에 따른 과제와 향후 전 망'에서 토론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개헌이 정치권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9월 정기국회의 최대 쟁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여권의 개헌론에 야권 또한 그 필요성을 일부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헌의 실현가능성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개헌이 권력구조를 개편하는 작업이라 차기 대권 주자들의 반응이 냉담하다. 여기에 여권은 개헌으로 차기 대통령의 힘을 약화시키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어 야권에서도 경계의 눈초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여권 내부에서도 친박계와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있다. 9월 국회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하는 개헌론을 따라 가봤다.

차기 권력구조를 뜯어고치는데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개헌 논의다. 9월 정기국회 개회와 함께 ‘개헌론’이 핵심 쟁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여권의 실세 장관이 이 문제를 공개적으로 설파하고 다닌다. 개헌론으로 또 다시 조명을 받고 있는 ‘왕의 남자’ 이재오 특임장관이다. 특임 장관이라는 위치가 원래 대통령의 ‘특별한 임무’를 수행하는 역할이라 이 장관 입각 후 그 ‘임무’에 대한 궁금증이 끊이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 장관의 행보는 ‘개헌’에 딱 맞춰져 있다. 여야 할 것 없이 유력인사들을 만나면서 “개헌은 지금이 적기”라면서 지원사격을 호소하고 있다.

이 장관은 지난 9월 1일 국회에서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 조승수 원내대표를 예방한 자리에서 “선진국으로 가면 권력구조 개편이 필요하고, 개헌·선거구제·정당제도·행정구역을 묶어 선진국형 정치개혁을 해야 한다는 게 대통령의 생각”이라며 “개헌을 하려고 하면 지금이 적기”라고 말했다.

이 장관이 이 처럼 개헌론을 주창하는 것은 이명박 대통령의 복심(腹心)이라는 해석이다. 이 대통령은 7·28 재보궐선거가 끝난 뒤 곧바로 이 장관을 특임장관으로 기용했다. 정권 유지가 불확실한 만큼 개헌을 통해 차기 대통령의 권력을 분산시키겠다는 ‘정략적’ 계산이 깔려있다.

이 대통령은 분권형 대통령제라고도 부르는 이원집정부제를 염두해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마디로 대통령과 총리가 행정부의 권한을 나눠 담당하는 형태다.

그렇다면 개헌의 실현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일단 지난 7월 전체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실시된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분권형 대통령제와 4년 중임제를 중심으로 한 개헌의 필요성에 동의한 국회의원이 191명(88%)에 달했다.

이 같은 사실은 새로운 권력구조 개편 논의를 위한 여야의 충분한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음을 말하고 있다.


개헌특위, ‘물밑 작업 가속도’

이에 따라 국회 개헌특별위원회를 가동하기 위한 물밑 작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국회 ‘미래한국헌법연구회’는 국회 및 여야 지도부를 잇달아 접촉해 특위 가동을 위한 중재에 나서는 등 본격적인 개헌 작업에 착수할 계획이다.

미래한국헌법연구회 공동대표인 이주영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 9월 2일 “개헌을 위해선 여야가 국회 개헌 특위를 조직하는 게 우선돼야 한다”며 “국회의장과 양당 원내대표를 연쇄적으로 만나서 개헌 특위를 만들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래한국헌법연구회는 18대 국회가 시작되자마자 개헌을 희망하는 의원들을 모아 개헌 작업을 준비해온 조직이다. 회원수가 여야 의원 186명에 달해 이미 개헌의 필요성은 소속 정당과 상관없이 개헌을 희망하고 있다는 뜻이다.

민주당 실세도 개헌에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비상대책위회의에서 “정기국회에선 개헌문제가 적극 대두되고 있다. 우리는 정략적 개헌이 아니라 국가백년대계를 생각하는 개헌 문제의 논의가 필요하다면 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6·2 지방선거 후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의 개헌특위 제안을 두고 “국면전환용이 아니냐”면서 선을 그었던 것과는 입장이 달라진 것이다.

개헌 논의가 여야를 떠나 본격화 되고 있지만 변수 또한 존재한다. 한나라당 친박계 등 차기 권력 지분을 형성하고 있는 세력들이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친이계의 경우 이원집정부제나 내각제를 염두에 두고 있지만 친박계는 4년 중임제에 뜻을 두고 있다.

친박계는 친이계의 개헌론에 부정적일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친이계의 개헌론은 곧 ‘박근혜 고립’이라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유기준 의원은 연찬회 자유토론에서 “개헌 논의는 국민이 순수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내 차기 당권 주자들도 개헌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손학규 상임고문은 지난 8월 30일 부산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개헌은 차기 대권 주자가 입장을 밝히고 여론을 수렴한 뒤 차기 정부에서 장기적인 안목으로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손 고문은 앞서 광주 5·18 국립묘지를 참배하고 “정권연장의 술책인 여권의 개헌 시도에 야권이 야합하는 행위가 있다면 민주세력의 적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정동영 고문도 “지금 개헌은 국민적 관심사가 아니다”라며 “지역구도 탈피가 목적이라면 선거구제 개편부터 하자”며 개헌과 선거구제 개편을 동시에 추진하려는 여권 주류와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정세균 전 대표는 당 대표 시절 “(개헌과 관련해) 한나라당 내부의 당론이 만들어지면 논의 자체엔 응할 수 있다”고 조건부 논의 가능성을 내비쳤다.


9월 국회 넘기면 “답 없다”

‘시기론’도 대두되며 개헌 논의는 정치권의 혼선을 예고하고 있다. 개헌 논의가 여야의 차기 대권 구도가 정리 되는 내년으로 넘어 갈 경우 권력구조를 개편하는 작업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결국 9월 정기국회를 넘기면 개헌은 물 건너간다는 뜻이다.

이 처럼 개헌론은 여야 양쪽 모두 내부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상황에 ‘시기론’ 까지 더해지는 양상이라 현실화하기 까지는 상당한 파열음을 낼 것으로 보인다. 9월 국회에서 개헌이 정치권의 최대 쟁점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전성무 기자] lennon@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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