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르진 못하고… 그냥 두자니 골치 아프고…’

朴 캠프 김종인·김태호·홍준표 ‘난 X맨이다’
文 캠프 이목희 신기남 安 캠프 송호창… ‘역할 뭐냐’

[일요서울 | 박형남 기자] 대선 시계추가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정치권에 ‘X맨’을 자임하는 이들이 있어 박근혜-문재인-안철수 캠프를 긴장시키고 있다. 이들은 마치 첩자라도 된 듯 캠프에 누를 끼치고 있으며, 캠프의 공식입장과 다른 방향을 얘기해 캠프를 뒤집어 놓기도 한다. 지지율 1%도 아쉬운 상황에서 표를 깎아먹고 있다는 점에서 각 캠프는 X맨 딜레마에 빠져 있다. 그렇다면 박-문-안 캠프의 X맨들은 누구일까.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무소속 안철수 후보’. 이들 세 후보들의 공통점은 ‘X맨’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것이다. 자신이 구설수에 오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을 X맨들은 어떻게 해서든 캠프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 오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그 노력이 과했는지 떡은커녕 되레 혹 하나 더 붙인 상황을 초래했다. 상대방을 폄하, 후보들의 지지율을 끌어올리려다 뜻하지 않은 한 번의 실수로 지탄의 대상이 됐고, 자신의 주군은 코너에 몰렸다.

박근혜 캠프, X맨 3인방

대선 후보들은 하나같이 ‘내부단속’에 신경을 쓰고 있다. ‘대선 승리를 위해선 일심동체가 되어야만 승리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어찌 보면 당연한 얘기다. [일요서울]과 만난 캠프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는 말처럼 가장 조심해야 될 것은 내부에서 사고가 터지지 않는 것”이라고 말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각 캠프는 내부단속에 유난히 신경을 썼다. 각 사안에 대해 함구령을 내렸을 정도로 손발이 척척 맞는 듯 보였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박근혜-문재인-안철수 캠프 간 ‘입들의 전쟁’이 시작되면서 오히려 X맨들이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다. 공공연하게 금기시 되어온 말을 쓰거나 부적절한 행동으로 구설에 올라 한순간 X맨이 됐다.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공동의장인 김태호 의원은 하루아침에 ‘X맨’으로 전락한 대표적인 케이스다. 문재인-안철수 단일화를 깎아내리기 위한 전략적 발언이 문제가 됐다. 김 의원은 지난 9일 중앙선대본부 회의에서 “대선이 불과 며칠 남지 않은 상황에서 단일화를 하는 것은 국민을 현혹시키는 일”이라며 “이렇게 해도 국민이 속아 넘어갈 것이라고 국민을 ‘홍어X’ 정도로 생각하는 사기극은 중단돼야 한다”고 말한 것이 큰 화근을 불렀다. ‘막말 논란’이 일자 김 의원은 “과한 표현이 있었다”고 해명했고, 비공개 회의에서도 김 의원을 질타하는 발언이 쏟아졌다.

하지만 뱉은 말은 담을 수 없는 것이 문제. 새누리당은 호남 득표율 목표치를 재수정해야 될 상황이다. 박 캠프 한 관계자는 지난 13일 [일요서울]과 만난 자리에서 “지역감정을 유발했다”며 “호남 지지율 5%를 까먹었고, 10% 달성도 힘들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 홍준표 경남지사 후보도 캠프에선 X맨으로 분류된다. 그간 막말 논란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지난 12일 방송 출연을 위해 방송사에 방문한 홍 후보는 경비원에게 막말을 했다. 경비원이 홍 후보의 출입을 제지하며 “신분증을 보여달라”라고 요청하자, 홍 후보는 “넌 또 뭐야. 네 면상 보러 온 게 아냐. 니까짓 게”라고 막말을 퍼부었다. 그는 지난해에도 “내가 겨우 3개월 전에 주류가 됐는데 꼴같잖은 게 대들고, X도 아닌 게 대들고 있다. (화가) 이까지 차올라 패버리고 싶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이는 거침없는 표현과 솔직함 때문이란 평도 있다. 그러나 민감한 대선 정국에선 거침없는 표현이 오히려 ‘독’이 되고 있다는 게 내부 평이다.

새누리당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은 ‘진정한 X맨’으로 통한다. 야권에서 넘어온 인사라는 점 때문만은 아니다. 그는 4·11총선 공천과정에서 친이계 좌장격인 이재오 의원의 공천에 반발, 사퇴의사를 밝혔다. 박 후보의 만류로 일선에 복귀했지만 또 다시 내부분란을 일으켰다. 경제민주화 공약에 대한 이견 탓이다. 박 후보의 승인 없이 경제민주화와 관련된 내용을 미리 언론에 공표해 박 후보가 진노했다고 한다.
이밖에도 새누리당 김무성 총괄선대본부장은 김재철 MBC 사장 유임을 위해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캠프 내에서 ‘또 다른 X맨’으로 지목되고 있다.

文-安 ‘X맨’ 때문에 곤욕

X맨이 새누리당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문재인 캠프 역시 ‘X맨’으로 골치가 아프다. 대표적으로 이목희 기획본부장이 거론된다. 후보 단일화 룰 협상 과정에서 ‘안철수 양보론’을 흘려 안철수 캠프의 분노를 샀고, 결국 단일화 협상은 중단됐다. 단일화 과정이 무르익어 가는 과정에서 그야말로 찬물을 끼얹은 격이 됐다. 더구나 문 후보가 “안철수 캠프를 자극하지 말라”는 지시까지 내렸음에도 이를 ‘파기’했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캠프 내에선 이 본부장에 대한 경질론까지 나오고 있다.

마찬가지로 백원우 전 의원도 ‘X맨’이다. 이 본부장과 함께 문-안 단일화 중단 사태를 만든 장본인. 그는 지난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안철수 캠프 단일화 협의팀 이태규 미래기획실장을 지목하며 이 실장이 지난 4·11 총선 당시 새누리당 예비후보로 나섰을 때 사용했던 포스터를 게재하며 “모욕감을 느낀다”고 소감을 남겼다.

문 후보는 “혹여라도 우리 캠프 사람들이 뭔가 저 쪽에 부담을 주거나 자극하거나 불편하게 한 일들이 있었다면 제가 대신해서 사과를 드리고 싶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단일화 협상은 결국 이들로 인해 난항을 겪고 있다.

민주통합당 신기남 상임고문도 문 캠프 내 X맨으로 통한다. 신당창당론을 설파하고 있어서다. 실제 신 고문은 “두 후보가 정치 쇄신과 정권교체를 위한 국민연대에 인식을 같이 했다는 점에 주목한다”며 “국민연대의 방안으로는 양 세력은 물론이고 그 밖의 모든 진보세력까지 아우르는 새로운 단일정당을 창당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문 캠프 관계자들은 ‘안철수 입당론’을 얘기하고 있는 시점에서 신 고문의 발언은 ‘돌출발언’에 불과하다는 평이다. 단일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당을 위협하는 ‘X맨’이라는 것.

문 캠프 한 관계자는 지난 15일 [일요서울]과 전화통화에서 “열린우리당 의장까지 한 인사가 당을 너무 쉽게 깨려한다. 이는 문 캠프의 기존 입장과는 전혀 반대되는 발언”이라며 “캠프 내에서도 이 때문에 곤혹스러워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 관계자는 안철수 후보가 내심 단일 후보로 선출되기를 희망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까지 내비치고 있다. 문 캠프 관계자들은 신 고문 때문에 가시방석에 앉아 있는 느낌이라고 말한다.

안철수 캠프에서는 무소속 송호창 공동선대본부장이 X맨이라는 얘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 ‘안철수 민주통합당 입당설’에 대해 긍정적인 뉘앙스를 보였다. 송 본부장은 “(안 후보로 단일화됐을 경우 민주당 입당 여부에 대해)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 의논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송 본부장과는 달리 안 캠프에서는 단일화 협상과정에서 민주통합당이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한다며 신당창당 가능성을 내비쳐왔다. 캠프 내에선 “논의한 바 없다”고 일축했지만 정치권은 ‘안철수 신당창당’을 공공연한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는 상황. 캠프 측과는 전혀 다른 입장을 내놓아 캠프 내에선 ‘단일화 추진만 하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으로 안 캠프에 합류했다는 비판론이 나오고 있다. 일부에서는 ‘민주당이 보낸 X맨’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렇듯 최근 대선 후보 캠프들은 상대 진영을 공격하기도 바쁜 와중에 뜻하지 않은 ‘X맨’들의 출현으로 곤혹을 치르고 있다. 후보들을 도우려는 취지에서 한 발언은 좋지만 개인적 의견까지 실어 캠프를 흔들고 있다는 것이다. 대선 캠프에선 “이들이 더 이상 ‘돌출발언’을 하지 않고 ‘X맨’역할을 끝냈으면 좋겠다”며 가슴을 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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