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공산을 올라보지 않고 대구를 왔다 하지 마예!”

972년(태조 10), 영원한 라이벌 후백제 견훤과 고려 태조 왕건이 팔공산 자락에서 맞붙었다. 계속되는 승리로 기세등등한 견훤의 군대에 왕건은 포위된다. 신숭겸, 김락 등의 장수가 목숨을 걸었고, 왕건은 구사일생으로 살아난다. 이 때의 전투에서 왕건을 대신해 충성스런 장수 여덟이 전사했다. 팔공산이라 이름붙은 연유다.

대구는 분지다. 경상도의 가운데 즈음인데다 서울과 부산을 잇는 위치 덕분에 임진왜란 이후에는 군사적 요충지로 자리 잡았다. 경상감영이 들어서면서 사람들이 몰렸고 전국 각지의 상인과 물품도 넘쳐났다. 지도를 살펴보면 팔공산은 대구의 북부를 감싸 안고 있다. 최고봉인 비로봉은 1192.8m다. 여기서는 1193m로 통일하자.

전설의 갓바위를 품은 대구의 진산(鎭山)

경주에 남산이 있다면 대구에는 팔공산이 있다. 모두 불교문화의 성지로 꼽히는 곳이다. 수험생이었던 사람이나 불교신자들은 팔공산을 들어봤을 것이다. 팔공산이 생소하다면 갓바위는 어떤가. 갓바위의 본명은 관봉 석조여래좌상(보물 제431호). 머리에 갓을 쓰고 있어 갓바위 부처로 유명하다. 원광법사의 수제자 의현대사가 돌아가신 어머니를 위해 638년(선덕여왕 7)에 만들었다. 팔공산 관봉을 둘러싸고 있는 암벽을 배경으로 자리하고 있다. 아들을 원하거나 시험에 합격하기를 바라는 이들이 전국에서 몰려든다.
갓바위만 알았더라도 괜찮다. 갓바위가 팔공산이 품은 관봉(853m)에 자리한 불상이라는 것도 알게 되지 않았던가. 팔공산은 대구의 진산으로 불린다. 진산(鎭山)은 나라나 도읍지 또는 각 고을 뒤에 있는 큰산을 뜻한다.
이 유명한 갓바위는 정상인 비로봉이나 동봉에서 이어지는 종주능선으로 사랑받는 코스다. ‘종주능선’에서 눈치 챘겠지만 오래도록 걸어야 하는 길이다. 정상에서도 한참 더 서쪽으로 향해야 닿는 한티재에서 팔공산 동쪽 하단에 자리한 갓바위를 잇는 능선이다. 꾸준한 산행으로 다져진 몸이 아니라면, 탑골안내소에서 정상으로 향하다 갓바위로 가는 것은 다음으로 미루는 편이 좋다. 갓바위지구 주차장에서는 1시간에서 1시간30분이면 갓바위에 닿을 수 있다.
아쉽지만 이번에 소개하는 코스에는 갓바위가 빠져있다. 위에서 설명한 이유 때문이다. 팔공산의 가장 일반적이면서 대중적인 코스는 탑골안내소~깔딱고개~염불암~동봉이다. 정상인 비로봉 우측에 자리한 동봉(1167m)은 정상과 거의 동급으로 인정받는 봉우리다. 덕분에 산불위험 기간 등 비로봉이 통제되거나 할 때에도 대신 찾아 섭섭함을 덜 수 있다. 풍광에서도 별다른 차이가 없다는 평이다.
오늘의 산행은 탑골안내소~깔딱고개~염불암~동봉으로 향한 뒤 동봉~염불암~동화사 코스로 잡았다. 오르막인 동봉까지는 3.9km, 하산길인 동봉~동화사까지는 3.7km로 천천히 걸어도 4~5시간이면 충분하다. 탑골안내소와 동화사의 거리는 걸어서 이동할 수 있는 거리. 때문에 (거의) 원점회귀로 볼 수 있다. 아무래도 차를 가져간다면 원점회귀가 필요할 터. 팔공산은 등산로 초입마다 대중교통을 잘 갖추고 있어 등산코스를 잡는데 자유로운 편이다.
탑골안내소를 지나자 왼편으로 야영장이 보인다. 색색의 텐트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 동화야영장이다. 탑골안내소에는 숲해설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매일 오전 10시와 오후 2시, 2회 진행한다. 인터넷, 전화, 현장에서 접수는 가능하지만 인기가 많아 부지런히 신청해두어야 참가가 가능하다.

▲ 동봉에서 바라본 팔공산 최고봉 비로봉. 철탑이 한 가득이다


깔딱고개 지나면 염불암까지 포장도로 이어져

제법 부드러운 길이다. 쭉쭉 뻗은 굴참나무며 상수리나무, 신갈나무 등 참나무들이 반긴다. 뜨거운 태양을 막아줌은 물론이다.
깔딱고개라는 이름에 걸맞게 깔딱깔딱, 호흡이 가파르다. 깔딱고개 표지판에 대구올레라고 표시되어 있다. 전국이 올레, 둘레 붐임을 보여준다. 걷기가 열풍을 넘어 한 자리 차지한 듯 하다. 평일 이른 시간임에도 사람들이 하나 둘 보인다.
다소 거칠어진 숨을 몰아쉬며 삼거리와 닿는다. 저 밑 동화사에서 염불암까지 이어지는 포장도로와 만난다. 깔딱고개를 지나 빵재로 향해 동봉에 오를 수도 있다. 관절이 좋지 않거나 간만의 산행이라면 주저없이 포장도로로 올라서자. 다소 지겨운 감이 없진 않지만 그래도 걷기에는 무리 없다. 0.7km 정도 포장도로가 끝나는 곳에 염불암과 만난다.
염불암 뒤로 기세좋게 자리 잡은 염불봉을 바라보며 잠시 쉬어가자.
인심 좋은 촌부에게 실한 사과도 한 알 얻는다. “내려와서 밥 먹고 가라”는 말도 잊지 않는다. 암자 앞 노는 땅에 옥수수를 심는다며 쟁이질이 한창이다. 거대한 바위 두면에 새겨진 염불암 마애불좌상과 보살좌상도 잊지 말자. 청석탑도 있다.
염불암에서 다시 내려와 동봉으로 향하자. 아직 물이 차지 않은 계곡을 건넌다. 염불봉을 치고 오르는 대신 왼쪽 철탑삼거리로 향한다. 철탑삼거리까지도 녹록치 않다. 삼거리를 지나 비로봉과 동봉으로 갈라지는 삼거리에 닿을 때까지 오르막길이 계속된다. 암릉맛이 제법인 구간이다.
한참을 오르는데 커다란 개가 한 마리 합류한다. 팔공산을 제집처럼 드나든단다. 어떤 이는 ‘메리’라고 부르고 어떤 이는 ‘쫑’이라고 부른다. 팔공산을 다녀간 적이 있는 이들은 개를 보고 제법 반가운 티를 낸다. 보아하니 이 개. 길을 다 아는 것 같다. 제 속도대로 걷다가 쉬었다 페이스 조절을 한다. 제 마음에 드는 팀에 이리저리 낀다.

동봉에서 바라보는 시원한 산줄기

개의 산행(?)을 구경하느라 힘든줄 모르고 비로봉과 동봉으로 나뉘는 갈림길에 닿는다. 쭉 이어지는 길은 정상인 비로봉으로 향하는 길. 우측으로 난 길은 동봉으로 닿는다. 오늘의 목적지는 동봉. 막판 오르막인가. 500m도 안 되는 길에 허덕거린다. 목은 타는데 물은 다 떨어져간다. 팔공산은 샘이 귀한 산이라 물을 든든히 채워야 한다. 동봉에서 염불봉을 통해 갓바위로 향할 계획이라면 물은 아주 넉넉하게 준비해야 한다.
동봉이다. 시원하게 펼쳐진 산줄기에 갈증은 잊는다. 대구 시내도 보이는 듯 하고 비로봉의 철탑도 눈앞에 펼쳐진다. 여기 이 팔공산 산자락에서 견훤과 왕건의 전투가 있었다. 고려 대신 후백제가 역사의 한 켠을 차지했을지도 모를 전투였다. 팔공산 자락에서 조금 떨어진 지묘동에 자리한 신숭겸장군유적지만이 그때 그 시간을 알려준다.
하산길, 힘들다고 동화사를 외면하지 말자. 493년, 신라 소지왕 15년에 극달화상이 창건한 절로 통일신라것으로 추측되는 문화재를 품고 있다. 금당암, 비로암, 부도암, 염불암 등이 모두 동화사의 부속암자다.

<사진·자료제공=한국관광공사>
(국내스마트관광팀 이소원 취재기자)

 

▲ 팔공산 주능선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여행정보
출발하기 전 체크리스트!

▶대중교통
●동화지구 노선
·좌석버스 : 급행1번
  성서공단→계대동문→서구청→서문시장→칠성시장→동구청→아양교역→대구공항→동화사
·일반버스 : 팔공1번
  칠성시장→파티마병원→동구청→아양교역→대구공항→동화사
●갓바위지구 노선
·일반버스 : 401번
  범물동→수성못→봉덕시장→중앙로역→대구역→동인네거리→동대구역→대구공항→갓바위
●파계지구 노선
·일반버스 : 101번, 101-1번
  파계사→대구공항→동구청→대구역→북구청→경북도청→북현오거리→공항교→파계사
●순환버스운행
·좌석버스 : 팔공3번 (4월~11월 일요일과 공휴일만 운행)
  동명→송림사→덕곡→파계사→부인사→수태골→동화사→백안삼거리→갓바위

▶숙박정보
  동화사, 파계사, 갓바위 초입에 자리한 집단시설지구에 숙소며 음식점이 몰려있다. 산행코스에 따라 머물 곳을 정하면 된다.
●동화사지구
·팔공산온천관광호텔 053-985-8080
·팔공파크호텔 053-985-0801
·나무사이로모텔 053-986-4242
●파계사지구
·탑모텔 053-985-8817
·해피니스모텔 053-985-8891
●갓바위지구
·갓바위모텔 053-982-0027
·시카고모텔 053-986-1173
·홀리데이모텔 053-983-9244


▶식당정보
●산자락 별미는 어디든 비슷하다. 산채요리나 두부, 버섯전골, 그리고 백숙 등이 주를 이룬다. 팔공산은 앞서 계속 소개했듯이 동화사와 파계사 갓바위에 집단시설지구를 갖추고 있어 숙박이나 식사에 별 어려움이 없다. 동인동찜갈비, 막창, 납작만두 등 대구 별미를 맛보려면 아무래도 시내로 들어서는 편이 좋다.

▶주변 볼거리
  동화사, 파계사, 갓바위, 은해사, 방짜유기박물관

▶팔공산 트레킹
대구의 북부를 병풍처럼 가로 막으며 솟아있는 팔공산(1193m). 대구의 진산으로 일찍이 경북 산악 운동의 요람이 되어 왔다. 최고봉인 비로봉을 중심으로 웅장한 산세를 자랑한다. 특히 암릉과 암벽이 어울린 동봉일대는 팔공산의 경관을 대표한다. 주능선상의 병풍바위는 이 암벽등반 훈련장으로 사랑받고 있다.
정상인 비로봉은 군사지역으로 철탑에 감싸여 있어 실질적으로는 비로봉 우측에 자리한 동봉(1167m)이 정상을 대신한다. 크게 동화지구와 갓바위, 파계지구로 나누어 등산로를 소개한다. 동봉 높이는 얼마전 팔공산도립공원에서 제작한 지도를 따랐다.
동화지구에서는 탑골안내소~깔딱고개~염불암~동봉 <3.9km, 2시간 소요>, 탑골안내소~깔딱고개~케이블카정상~동봉 <3.7km, 2시간30분 소요>, 수태골안내소~암벽바위~철탑삼거리~동봉 <3.4km, 2시간30분 소요> 등을 많이 찾는다. 어린이나 노약자는 수태골안내소를 선택하는 편이 좋다.
갓바위지구에서는 갓바위지구 주차장~관암사~갓바위 <2.0km, 1시간 소요>, 갓바위지구주차장~관암사~용주암~갓바위 <2.1km, 1시간30분 소요>를 많이 찾는다.
파계지구는 파계사~파계재~파계봉 <2.6km, 1시간30분>, 파계지구~한티재갈림길~파계재~파계봉 <4.8km,2시간30분> 코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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