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김 당대당 통합 ‘이면합의설’ 비주류 압박

[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5.4 민주당 전당대회가 안철수의 출현으로 맥이 빠졌지만 내년 지방선거 출마자들에겐 초미의 관심사다. 누가 당 대표를 하느냐에 따라 공천이 좌지우지되기 때문이다. 특히 그 중심에는 친노 주류 세력이 존재한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수도권 및 호남에서 80%이상 지방권력을 차지하는 데 친노의 공천 입김이 작용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전당대회 출마자를 보면 비주류의 대표 김한길 의원에 맞서 대항마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데 친노의 고민이  있다. 마땅한 후보가 없는 상황에서 친노계는 ‘김한길 흠집내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양상이다. 그 실상을 알아봤다.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친노 주류와 비주류간 기싸움이 대단하다. 이번 전당대회는 임기 2년을 보장한다는 점에서 내년 지방선거 공천권을 좌지우지 할 수 있어 정치적 의미가 상당히 크다. 친노 주류측은 자신들이 공천한 광역단체장 및 기초단체장을 비롯해 기초의원을 지키기 위해선 반드시 당권을 장악해야만 한다. 무엇보다 안철수 신당과의 관계 정립까지 얽혀 당의 존폐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전력투구를 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비주류를 대표하는 김한길 당 대표 후보에 맞설 대항마가 부재한다는 점이다. 대리인으로 정세균, 김부겸 등이 거론됐지만 본인들이 고사하거나 불출마하면서 현재는 ‘추미애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약하다’, ‘못믿겠다’는 의견이 나오면서 좌충우돌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친노 주류측에서 ‘김한길 흠집내기’에 본격적으로 나선 정황이 감지되고 있어 비주류측이 예의주시하고 있다.

김한길 흠집내기 安 신당 활용
사단은 이렇다. 김한길 의원은 3월 24일 당 대표 출마를 선언했다. 하지만 당 대표 출마하자마자 여권내에서는 ‘김한길 후보가 당 대표가 되면 민주당을 통째로 안철수에게 넘긴다’는 소문이 안팎으로 돌기 시작했다. 그 내용도 구체적이었다. 김 후보가 당 대표 출마하기전인 3월 7일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의 최측근인 무소속 송호창 의원을 만나 지원을 요청했다는 내용으로 시작했다. 이 자리에서 김 후보는 ‘당 대표 선거를 도와달라’, ‘노원병에 후보를 내지 않겠다’, ‘신당창당시 당대당 통합하자’는 제안을 해 서로가 합의했다는 게 골자다.

당장 이런 소문은 당 대표에 출마한 김한길 후보에겐 치명적으로 다가왔다. 수도권과 호남의 다수가 민주당 소속의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이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당 대표 선거에 악재일 수밖에 없다. 당장 내년 지방선거전에 당대당 통합이 이뤄진다면 현역 단체장으로선 경쟁자가 생긴다는 점에서 대규모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한길 캠프측 한 인사는 “처음 듣는 말이다”며 “일정을 담당하고 있지만 그날 만남이 있지 않았다”고 일축했다. 무소속 송호창 의원 역시 3월 29일 [일요서울]과 전화 통화에서 “김 의원을 그날 만나지 않았다”며 “국회내에서 공석이든 사석이든 따로 본적이 없는데 너무 소설이다”고 부인했다. 오히려 송 의원은 ‘소설이라고 널리 알려달라’고 기자에게 당부의 말까지 빼놓지 않았다.

또 다른 김한길측 인사는 “친노쪽에서 김한길 후보를 죽이려고 일부로 흘리는 것 아니냐”며 “민주당 당원들 입장에서 ‘당을 통째로 안철수에게 넘겨주려고 한다’는 반발을 살 게 뻔한데 김 후보가 그렇게 정치공학적 사고를 할 사람이 아니다”고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현재 김 후보는 안철수 후보관련 ‘민주당에 입당해야 한다’는 게 공식입장이다.

문재인, '安 돕겠지만...' 전제 달아
비주류측에선 친노 주류측이 안철수 후보와 함께 김 후보를 흠집내고 있다며 반박하고 있다. 비주류측 이 인사는 “이해찬 전 대표가 3월 중순경 사석에서 ‘안철수 교수가 국회 입성하면 민주당 깨진다’, ‘이동섭 노원병 당협위원장을 출마시켜야 한다’, ‘김지선 후보도 단일화를 하면 안되다’면서 ‘진보정의당에서 상임위원장 자리를 주더라도 안 후보가 국회에 입성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말을 했다고 들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급기야 주류와 비주류간 기싸움은 문재인 의원까지 가세했다. 문재인 의원 역시 3월중순경 친노 인사들과 만난 자리에서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가 (서울 노원병이 아니라) 부산 영도에 출마했더라면 더 의미가 있었을 것”이라고 한 보수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노원병 출마를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이 자리에 참석한 한 친노 인사는 문 의원이 안 전 교수의 귀국과 4·24 서울 노원병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가 화제에 오르자 “안 전 교수가 부산에서 나왔더라면 지역주의 극복을 통한 정치발전에 함께 이바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부산 사상이 지역구인) 내가 돕는 것도 더 쉽지 않았겠나”라고 했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고 전했다.

당 대표 선거를 앞두고 친노 주류세력들의 ‘안철수-김한길 흠집내기’가 고조되자 문 의원은 직접 나서 진압에 나섰다. 문 의원은 “안 후보의 요청이 있다면 당과 상의해서 도울 방법을 찾겠다”고 3월 28일 밝혔다. 하지만 이에 대해 안후보측은 ‘시큰둥’한 반응이다. 안철수 진심캠프에 몸담았던 한 인사는 “대선 후보였던 사람이 지역구 국회의원으로 출마하는 데 재차 야권단일화니 민주당의 도움을 받아 당선됐다느니 하는 것은 오히려 안 후보의 위상이 작아질 수 있다”며 “오히려 안 후보가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혼자서 정면 돌파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향후 행보에 도움이 된다”고 달갑지 않은 반응을 보였다.

또한 ‘당대당 통합’관련해서도 “아직 당도 만들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너무 앞서가는 것 아니냐”며 “김 후보와 송 의원이 그런 합의를 하지도 않았겠지만 설령 그렇더라도 안철수 후보와는 무관하게 진행되는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민주당 대다수의 인사들 역시 ‘김한길-안철수 연대설’이나 ‘당대당 통합설’이 민주당이나 안철수 양측에 다 이득이 되지 않는다는 견해가 주를 이뤘다. 오히려 민주당의 대선 패배이후 가졌던 위기의식이 사라지고 있다는 점에 위기의식을 느껴야 한다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박근혜 정권이 출범한 이후 연이은 인사 낙마에 담배값, 술값을 올리느니 마느니 하면서 ‘서민의 주머니를 털어 서민을 도와주려 한다’는 국민적 불만이 높다”면서 “상황이 이렇다보니 집권 1년차인 내년에는 더 박근혜 정권에 대한 민심이 악화돼 6월 지방선거에서 압승할 수 있다는 안이한 사고가 당 쇄신보다는 당권 장악에만 열을 올리게 만들고 있다”고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내년 지방선거전 ‘一與多野’구도
실제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과 안철수 세력이 함께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당장 민주당으로선 수도권과 호남에서 80%이상 지방권력을 차지하고 있는 이상 안철수 세력에 지분을 나눠주기가 부담스러운게 현실이다. 자칫 현역 광역단체장들이 대거 탈당사태를 가져올 수 있는데다 공천 조율도 만만치 않다. 실제로 안철수 조직을 보면 전국 단위 조직포럼중 가장 활성화된 곳이 수도권과 호남이라는 점에서 지방선거전 야권 단일화나 연대, 당대당 통합은 어렵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오히려 내년 지방선거전까지는 일여다야 구도로 정치 지형이 유지되고 2016년 총선전후로 정계개편 시기가 늦춰질 것이라는 전망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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