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때문에 내게 붙어있던 사람들 다 등돌려…조직관리 미흡 후회” 담당 변호사 “기회 주어지면 동남아쪽서 재기하고 싶다더라” 전언굿모닝시티 법인 자금을 횡령하고 분양사기를 벌인 혐의로 1심에서 징역12년이 선고된 윤창열(50) 전 굿모닝시티 대표가 지난 13일 열린 항소심에서 징역 10년을 구형받았다. 공판 후 윤씨는 끝내 합의가 불발된 것에 대해 착잡한 심정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진다. 또 지나간 일들에 대해 뼈아픈 후회를 하는 부분도 있는 것으로 전해져 눈길을 끈다.담당 김영만 변호사에게서 윤 전 대표의 최근 근황 및 심정에 대해 들어봤다.“윤창열씨 건강은 괜찮다”며 김영만 변호사는 다소 맥 빠진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그는 공판결과에 대해 “합의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 정도 형량이 나올 것은 예측했었다”며 “윤씨가 착잡해 한다”고 말했다.

윤씨는 “중형이 선고된데에는 굿모닝시티계약자협의회 조양상 회장이 합의를 해주지 않은 원인이 크다고 생각한다. 합의를 위해 최선을 다했는데 조회장에게 섭섭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윤씨는 요즘 굿모닝시티 공사진행 상황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윤씨가 ‘공사가 빨리 완공되고 피해자들의 피해가 하루빨리 회복되길 바란다’는 말을 자주 하고 있다는 게 김 변호사의 말이다. 윤씨는 “피해자들이 잘 돼야 재판부의 선처를 바랄 수 있지 않겠나. 피해자들이 파산하길 바란다는 일부의 주장은 정말 악의적인 말”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는 것.김 변호사는 비자금 의혹에 대해 “며칠전 접견에서 윤씨는 상고심 변호사비도 없는데 어떡하느냐”며 고민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윤씨의 가족들이 돈을 빌리러 백방으로 돌아다녔지만 모두 거절당한 것으로 안다”며 숨겨진 비자금설에 대해 일축했다.김 변호사는 “변호사비도 없어 쩔쩔매는 상황인데 아직도 비자금을 숨겨뒀다고 믿는가. 계약자협의회측에서 자그마치 1년 6개월 동안 숨겨둔 비자금을 찾았으나 못찾지 않았나”라 반문했다.

후회한다

공판이후 윤씨는 여러모로 후회의 나날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수감생활을 하면서 윤씨는 특히 자신의 조직 관리부분에 대해 뼈저린 후회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씨는 굿모닝시티로 성공해서 재벌이 되겠다는 생각만 했던 사람이다. 가난을 딛고 일어나 부동산 사업 수완면에서 최고의 자질을 발휘하며 승승장구한 그에게 실패란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러나 문제는 그가 조직관리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는 것이다.”굿모닝시티는 허울만 주식회사지 사실상 윤씨 1인회사나 다름없었기 때문에 윤씨가 돈을 빼돌릴 생각은 애초부터 없었다는 것이 김 변호사의 설명이다. 윤씨는 투자결정까지도 이사회의 결의없이 하는 등 회사관련 모든 일처리를 단독으로 처리했다.사람관리가 윤씨의 가장 큰 패착이었다.

김 변호사는 윤씨를 두고 “사람을 잘 믿고 귀가 얇은 사람으로 세간의 오해와 달리 순진한 면이 많은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윤씨는 “돈 때문에 내게 붙어있던 사람들이 돈이 없으면 한순간에 등을 돌린다는 사실을 너무 늦게 깨달았다”며 체계적으로 조직관리를 하지 않았던 것을 후회하고 있다고 김 변호사는 전했다.김 변호사는 “윤씨가 ‘그땐 조직관리의 중요성을 몰라도 너무 몰랐다’며 ‘이제는 정말 잘할 수 있을텐데…’라는 말을 수시로 한다”고 전했다.수감기간 동안 무려 1,000권이상의 경제서적을 봤다는 윤씨는 “이젠 절대로 우를 범하지 않겠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동남아쪽에서 재기하고 싶다”는 심정을 밝혔다는 것이다.

“정대철 전의원은 큰사람…미안할 뿐”

윤창열씨가 정대철 전의원에게 여전히 ‘미안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게 김영만 변호사의 전언이다. 공판이후에도 정 전의원을 두고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말을 종종 했고, 작년말에는 정대철 전의원의 탄원서를 쓰기도 했다.김 변호사는 정 전의원과 윤씨간에 있었던 에피소드에 대해 털어놨다. 정씨는 체포되면서 “윤창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정 전의원은 “윤창열은 참 괜찮은 사람”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를 알게 된 윤씨는 “정 전의원 역시 큰 사람이다. 나에 대한 미움과 원망이 클텐데 체포되는 순간에도 어떻게 나를 괜찮은 사람이라 할 수 있는가”라며 “그릇부터 다르다”고 평가를 내렸다는 것. 이것이 윤씨가 증언을 번복하게 된 사실상의 이유가 됐다는 게 김변호사의 말이다.

윤창열씨 가정파탄 아내, 아들 데리고 이민

현재 윤창열씨와 교류하던 측근들은 모두 그에게 등을 돌린 상태로 그의 주변에 남아있는 사람은 거의 전무하다. 접촉하는 사람도 가족과 담당 변호사뿐이며 면회도 부인을 제외한 가족과 변호사만 가고 있다.윤씨의 가정은 이미 파탄난 것으로 보인다. 김 변호사에 따르면 윤씨는 아내와 사실상 이혼상태라는 것이다. 어린 아들을 생각해 호적정리만 안한 것일 뿐 사실상 혼인관계는 끝났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는 것이다. 그의 아내는 초등학생 아들을 데리고 캐나다로 이민을 갔고, 거의 교류가 없는 상태다. 작년 말 그의 아내가 한차례 면회를 왔을 때 윤씨는 “아들 비행기값도 못 주는 못난 아비가 되어버렸다”며 눈물을 펑펑 쏟았다고 김변호사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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