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납치 사건 여파로 신변경호 요청 증가 … 하루 25만원 정도방범 스프레이·경보기·신호기 등 호신장비 매출 꾸준히 상승“내 몸은 내가 지킨다.” 연예인 A양 납치사건, 압구정동 여대생 납치살해사건 등 최근 잇따라 여성을 노린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히 이러한 납치극은 밤에 집으로 귀가하는 여성을 대상으로 일어나고 있어 여성들을 공포에 떨게 하고 있다. 이에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여성들이 늘고 있다. 경호업계에 따르면 납치극이 자주 빚어지면서 신변보호에 관한 문의전화가 급증하고 있다. 호신용 장비 역시 예년에 비해 수요가 늘었다. 납치, 유괴 등의 범죄가 늘면서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노력이 그만큼 절실해진 것.강남경찰서 관내에서 최근 두 건의 여대생 납치사건이 발생했다.

그 중 한 명은 피살되고, 한 명은 극적으로 탈출해 위기를 모면했다. 1억원을 납치범들에게 주고도 살해당한 여대생 김모씨는 10일 새벽 1시경 집으로 귀가하던 중 변을 당했다. 범인들은 경찰에서 “돈 문제로 고민하다 부유층 자녀를 납치하기로 하고 보름 전부터 강남 일대에서 범행 대상을 물색해 왔다”며 “김씨가 금반지, 팔찌, 귀고리 등 귀금속으로 치장하고 명품으로 보이는 고급 옷을 입고 있어 납치했다”고 진술해 충격을 던져줬다.또 다른 여대생 A씨는 한 부부에 의해 납치됐다 극적으로 탈출했다.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에 따르면, 지난 해 15년 동안의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 후 부인과 다단계판매 사업 등을 벌였으나 큰 빚을 지게되자 납치극을 계획한 이들 부부는 여대생의 부모에게 1억여원을 요구하다 실패로 돌아가자 잠적했다.

두 건의 여대생 납치사건은 연예인 A양 납치사건의 충격이 가시기 전에 연이어 발생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몰고 오고 있다. 특히 납치의 대상이 유아에서 성인여성으로까지 확대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는 것. 이에 최근 태권도를 비롯, 각종 무술도장에는 호신술을 배우기 위한 여성들과 학생들이 점점 늘고 있다. 잠실에서 태권도를 배우고 있는 여대생 김모(22)씨는 “어렸을 때부터 몸이 너무 약해 운동을 할 계획을 갖고 있었다”면서 “대학입학 후 부모님과 상의 끝에 이왕이면 내 몸도 스스로 보호할 수 있는 운동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일부 부유층에서는 자녀들의 안전문제를 경호업체에 직접 맡기고 있다. (주)한국보디가드 김홍성 실장은 “최근 잇따른 납치사건 여파로 경호를 의뢰해오는 경우가 늘고 있는 추세”라며 “특히 부모들이 어린 자녀들에 대해 신변경호를 요청해오는 건수가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경호업체 관계자 역시 “연예인들에 대한 납치 사건과 스토킹 사건이 계속 발생하고 부유층 자녀들을 노리는 범죄가 계속되고 있어 사설경호에 대한 관심이 많이 높아졌다”면서 “강남 쪽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경호 문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일단 경호업체에 신변보호요청을 하면 일명 보디가드들이 의뢰인 주변을 밀착 경호하게 된다. 실제 의뢰가 많은 학생들의 경우, 학교 등교 길에서부터 학원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까지 책임지고 있다. 그러나 경호업체를 통해 보호받는 것은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들어간다. 한국보디가드 김 실장은 “경호비용은 하루에 보통 25만원정도이며 한달 기준으로 하면 약 300만원 정도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여성들과 일반인들 내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이 바로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호신장비들이다.업체 관계자들에 따르면 개인 호신용 장비들의 매출이 꾸준히 늘고 있다.

H업체 관계자는 “금융기관, 카드사 등이 주고객이지만, 최근에는 개인적으로 호신용 장비를 구입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었다”면서 “직장인보다는 현금을 많이 소지하고 다니는 자영업자와 밤늦게 일하고 귀가하는 사람들이 많이 찾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대표적인 호신용 장비들은 가스총과 전기충격기다. 가스총은 소형화돼 여성들도 휴대하기 편해졌고, 전기충격기 역시 크기가 14∼15cm 정도에 불과해 휴대가 가능할 정도로 발전했다. 그러나 가스총과 전기충격기 등은 치한 퇴치에 강력한 힘을 발휘하지만, 반드시 경찰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가격이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 이에 최근에는 저렴한 비용으로 쉽게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다양한 호신장비들이 많이 출시돼 인기를 얻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호신용방범 스프레이다. 립스틱 모양의 호신용 스프레이는 기존의 화학물질로 만들어진 최루가스가 아니라 천연물질로 만들어져 인체에 커다란 피해를 주지 않는다. 그러나 최루 효과는 상당하다.

이에 미국에서는 여성들의 생활 필수품으로까지 이용되고 있다.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한국퍼스널디펜스 장주영(35) 대표는 “기존의 가스총과 달리 경찰의 소지허가를 받지 않아도 된다”며 “초소형으로 제작하였기 때문에 핸드백, 호주머니에 간편하게 소지할 수 있으며 혐오감이 전혀 없어 여성들이 많이 구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위급할 때 스위치를 누르면 약 90db의 큰소리가 울려 주변의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호신경보기와 차나 오토바이 등의 위험을 피할 수 있도록 점멸 장치를 가지고 있는 방범 신호기도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여성들을 괴롭히고 있는 몰래카메라 방지용 장비도 판매되고 있다. 휴대가 간편한 이 장비들은 간단히 스위치만 누르면 반경 5m 이내의 무선 몰래카메라와 무선도청기를 감지해 경보음을 울려줘 여성이 몰카에 당하지 않게 만들어준다. 이밖에 현금을 많이 가지고 다니는 사람들을 위해 전기가 흐르는 도난방지용 가방. 그리고 불법도청을 막아주는 도청방지장비, 음성변조기 등도 많이 팔리고 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