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사이트 게시판마다 ‘바캉스 동행할 여성 구함’ 글 후끈일부 여성들 “조건 맞으면 잠자리까지할 수 있다” 역 제의도 20대 후반의 직장인 김성훈(가명·28)씨. 그는 요즘, 퇴근 후 밤마다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시간이 늘고 있다. 여름휴가를 함께 보낼 파트너를 구하기 위한 것. 김씨는 동남아로 휴가를 떠나기로 결정했지만, 혼자서 가는 것 보다 2∼3명이 함께 가는 것이 경비도 줄이고 길동무도 생겨 외롭지 않을 것 같아서다. 이에 인터넷을 통해 파트너 구하기에 나섰다. 그러나 막상 김씨의 ‘동남아 휴가 함께 갈 사람’이란 글을 보고 쪽지를 보낸 대부분은 ‘묻지마 바캉스’의 파트너가 되기 위해 접촉해온 여성들이었다. ‘파트너 비는 얼마?’‘비용 그 쪽에서 대준다면 OK’라는 둥의 쪽지를 보며 김씨는 그 동안 말로만 들었던 ‘묻지마 바캉스’족들의 극성스런 모습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나이 25 미만 7월 말 강릉 함께 갈 설(서울) 여 구함’, ‘휴가 같이갈 여성분 찾아요. 쪽지 주길!’최근 휴가철이 다가오면서 인터넷은 휴가철 파트너 구하는 목소리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짝없는 솔로들이 본격적인 작업에 나서고 있는 것. 모 채팅사이트에서 만난 20대 대학생 김모씨는 “지난해 여름방학때 친구3명과 인터넷 채팅을 통해 만난 여대생 3명과 함께 부산으로 놀러가 즐겁게 놀고 왔다”면서 “올해 역시 파트너를 구해서 함께 바다로 떠날 생각”이라고 말했다. 30대 초반의 직장인 이모씨는 “우연히 친구소개로 여름휴가 같이 갈 파트너를 찾는다는 글을 재미삼아 채팅사이트에 게재했는데 반응이 상당했다”며 “대부분 조건을 내걸고 쪽지를 보냈다”고 전했다. 이씨는 또 “D 채팅사이트에서 만난 한 여고생은 ‘조건만 맞으면 여행 파트너는 물론 잠자리까지 함께 할 수 있다’며 노골적인 유혹을 건네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유명 인터넷 포털사이트도 묻지마 바캉스족들의 작업공간으로 이용되기는 마찬가지. 주로 여행 게시판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N 포털 사이트 게시판에는 “여자분 3분이랑 같이 태국 가실 남자분 모집”이라는 제목으로 “원래 우리 쪽에서 같이 가기로 돼 있었는데 사정이 생겨서 부득이 하게 가지 못하게 됐다”면서 “3분의 여성들과 태국으로 즐겁게 여행가실 분을 찾고 있다”고 게재돼 있다. 또다른 네티즌은 “올 여름휴가 동안 12인승 요트를 타고 선상 칵테일파티에 참여할 여자 4∼5명 모집”이라는 제목으로 “올 여름휴가 기간 동안 요트를 타고 2박3일 정도 남해안 일대를 같이 여행할 여자를 구한다”는 내용을 올렸다.그는 “요트는 12인승으로서 선상 내에 침실 부엌 휴식공간 등을 두루 갖춘 초호화는 아니지만 그래도 억대가 넘는 고급스런 요트”라며 “선상칵테일파티, 낚시 등 재미있는 이벤트가 마련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자격조건은 30세 이하의 대한민국 여성으로 미혼이면 누구나 가능하다”면서 “미혼이 아니더라도 현재 싱글이면 가능하고, 또 기혼이더라도 남편이 다른 남자와 2박3일동안 여행가도 좋다는 각서를 받아오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Y 포털 사이트의 여행게시판에서도 여행 파트너를 구하는 이들을 쉽게 접할 수 있다. “해외 여행 저와 함께 동행하실 멋진 여자분 1분 초대”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린 한 네티즌은 “해외여행 계획 중인데 함께 멋진 추억과 휴가 여행하실 여자 1분 초대한다”면서 “여행 일정은 1주일에서 10일 가량으로 여행지와 일정은 사전에 만나 충분한 대화 후 결정할 예정이고 모든 경비는 부담하는 대신 조건은 룸메이트”라고 설명했다. 대전에 사는 미혼 남성이라는 네티즌 역시 “신원이 확실한 남자로 여행경비는 모두 부담한다”면서 룸메이트를 조건으로 해외여행에 동행할 여자를 모집하고 있다”는 내용으로 여성 파트너를 구하고 있다. 오프라인 공간에서는 여름 휴가철을 맞아 바캉스팅이 유행이다. 바캉스 파트너를 구하기 위해 젊은 대학생들과 직장인들이 온라인을 통해 만나 오프라인에서 서로를 확인하는 작업을 하고 있는 것. 또 몇몇 미팅 전문사이트도 여름휴가파트너 코너를 마련해 놓고 미혼 남녀들의 만남을 주선하고 있어 여름휴가파트너를 구하려는 솔로들의 작업을 지원하고 있다.

나이트 클럽도 부킹을 통해 휴가철 파트너를 구하려는 젊은이들이 자주 이용하는 곳. 강남의 모 나이트 클럽 웨이터 한모씨는 “휴가시즌을 앞두고 나이트를 찾는 젊은이들 중 일부는 이곳에서 작업을 성공해 함께 휴가를 가려고 하는 경우가 상당하다”며 “남자들이 적극적이긴 하지만 여성들이 먼저 휴가 파트너를 구하려고 꽃미남들을 물색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묻지마 바캉스는 때론 직업여성들의 좋은 돈벌이로 이용되기도 한다. 일명 휴가 도우미 역할을 하며 ‘나가요 걸’들이 휴가도 보내고 돈도 벌기 위해 묻지마 바캉스를 원하는 남성들의 작업에 미끼가 되어 주는 것. 또 휴가철 영업 손실을 막기 위해 대도시에 있는 일부 업소의 마담들은 밑에 있는 ‘나가요 걸’을 데리고 휴가와 영업 겸해서 현지로 직접 파견 나가는 경우도 있다. 명동의 A클럽 웨이터 김모씨는 “휴가철에는 피서인파로 일시적인 불경기가 되는데 이 때문에 몇몇 마담들은 밑에 딸린 ‘나가요 걸’을 데리고 피서지의 밤업소로 출장을 간다”면서 “콘도 하나를 잡아놓고 그곳에서 휴가도 보내고 돈도 벌어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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