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기운을 느낄 수 있는 요즘, 화류계는 새로운 단장 준비로 한창이다. 상반기의 영업을 정리한 업소들은 내년 봄이 오기 전까지 ‘기나긴 겨울’을 준비하게 되는 본격적인 재단장 시기에 돌입했다. 업소들에 지금은 내년 영업실적을 좌우하는 중요한 시기이다. 이 때 ‘탄탄한’ 준비를 해놓지 않으면 경쟁업소에 밀려 만족할만한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 시기가 시기인 만큼 각 업소에서는 새로운 차별화 전략을 마련하기도 한다. 특히 올해는 최악의 불황이 계속된 만큼, 올 하반기에도 혹독한 경기 불황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업소들은 손님 유치를 위해 골몰하고 있다. 추운 겨울을 앞두고 불황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업소들의 몸부림은 눈물겨울 정도다.화류계에 있어서 추석은 일종의 ‘터닝 포인트’다. 룸살롱의 경우 대개 추석을 전후해 일명 ‘구좌’들이 이동을 하고 새로운 여성 도우미들이 업소를 옮기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업소측에서는 비싼 선불금까지 줘서라도 각 업소의 에이스급 아가씨들을 데려오는 것도 일종의 관례. 아가씨들의 ‘물’은 곧 업소의 수입과 직결되는 탓에 업소들은 서로 경쟁하여 아가씨들 모시기에 나서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업소만의 독특한 전략을 구사해 손님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것이다.

본 게임전 맛보기 서비스 ‘골든타임 이벤트’

서울 강남에 위치한 W룸살롱에서는 ‘골든타임 이벤트’라는 독특한 행사를 실시해 손님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골든타임 이벤트’란 남성이 아가씨를 선택하는 ‘초이스’ 시간을 갖기 전까지의 짧은 시간을 이용해 제공하는 색다른 이벤트를 일컫는 말이다. 비록 10분~20분 정도에 불과한 짧은 시간이지만, ‘제대로’ 즐기기 위해 업소를 찾은 남성들에게는 1분 1초가 아까운 시간임이 분명하다. 그동안 손님들은 이 시간 동안 간단히 맥주를 마시며 아가씨들을 기다리는 것이 고작이었다. ‘초보자’들은 두근거리는 가슴을 달래며 설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소위 ‘룸돌이’들에게는 그저 무료한 시간에 불과했다.

이 업소에서는 바로 이러한 점에 착안, 고객감동의 차원에서 이 짧은 시간도 결코 헛되이(?) 흘려보내지 않는다. 손님들이 룸에 들어오기가 무섭게 별도로 조직된 4~5명의 아가씨가 팀을 이뤄 투입되어 춤과 노래, 그리고 북창동식 이벤트를 벌여주는 것이다. 골든타임 이벤트가 있는 한 손님들은 잠시도 무료한 기분을 느낄 틈이 없다. 업소에서는 이를 ‘황금의 시간’이라는 의미에서 ‘골든타임’이라고 명명했다고 한다. 예상치 못한 서비스를 받은 손님들은 처음에는 당황해하지만, 분위기를 후끈 달아오르게 만드는 아가씨들의 ‘맛보기 서비스’에 이내 입에서는 경탄이 흘러나오게 된다. 업소 이미지도 한층 업그레이드되기 마련. 골든타임 이벤트로 인해 손님들의 유흥 분위기가 좀더 자연스레 일찍 달아올라 결과적으로 ‘실전’에서 더욱 신나게 놀 수 있다는 것이 업소측의 설명이다.

얼마전부터 이 이벤트를 실시하고 있는 황호준 부장은 “일단 저희 업소를 찾는 고객들을 처음부터 감동으로 몰아넣고 싶어 연구한 끝에 이 이벤트를 시행하게 됐다”며 “다른 업소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이벤트라 그런지 고객들의 반응이 매우 좋다”고 말했다. 이 업소를 찾아 골든타임 서비스를 경험해봤다는 직장인 최모(34)씨는 “예전에는 그저 아가씨를 기다리면서 잡담으로 흘려보내던 시간에 색다른 즐거움을 느낄 수 있어 만족스러웠다”며 “업소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다보니 이처럼 독특한 양질의 서비스가 생겨나는 것 같다. 손님들은 같은 값으로 더 많은 혜택을 보게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손님 박모(35)씨도 마찬가지.

그는 “본격적인 유흥에 들어가기 앞서 사전 이벤트가 있다보니 마치 연이어 2번의 술자리를 갖는 듯한 묘한 기분이 들었다”며 “어색해할 틈도 없이 분위기가 한층 빨리 달아올라 평소보다 한층 유쾌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고 전했다. 한편, 기존 ‘술집’의 이미지를 과감히 벗어던지고 아예 서비스 자체를 고급화시켜 유흥업소 이미지에 변화를 주는 곳도 등장했다. 최근 강남을 중심으로 ‘고품격 호텔식 서비스’를 표방한 한 업소가 속속 생겨나 이색 트렌드를 창조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럭셔리 엔터테인먼트 룸살롱’이 바로 그것이다.

‘지성과 미모’로 무장한 아가씨들의 고품격 서비스

이들 업소는 일단 인력 구성부터 타 업소와는 전혀 다르다. 이들 업소에는 소위 ‘BS (Business Support), CS(Chat Support), IS(Interest Support)’라는 생소한 직함을 가진 직원들이 존재한다. 기존 업소에서는 마담, 구좌, 웨이터, 나가요 등으로 단순 분리되던 룸살롱의 시스템이 바뀌기 시작한 것이다. ‘언니’들도 고급스런 지성미를 부각시킨 새로운 컨셉으로 무장했다. 이들은 승무원 지망생, 내레이터, 모델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대개 5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입사(?)한 이들은 기존의 ‘룸살롱 언니’와는 확연하게 차별화된다. ‘빈티’나는 옷을 입거나 은어나 속어 사용, 교양없는 행동 등은 철저히 금지된다.

업소에서는 이들을 상대로 국내 특급호텔 수준의 서비스 교육을 시킨 후 손님들을 접대하게끔 하기 때문에 대화나 매너, 지적 수준에서 일반 ‘나가요’들과는 비교할 수 없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들은 기존의 도우미처럼 업소에 상주하는 것이 아니라 사전 예약을 통해서만 만날 수 있다는 것도 또 다른 특징이다. 대부분 본업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남성 웨이터가 아닌 여성 웨이트리스가 서빙을 하는 것도 독특하다. 폭탄주에 하드코어한 쇼를 보여주기 보다는 차분한 분위기의 고품격 서비스로 승부하겠다는 것이 이들 업소의 전략이다. 이곳을 다녀온 자영업자 이모(38)씨는 “기존 유흥업소와는 확연히 다르다. 고급스런 분위기의 여성들이 제공하는 예술에 가까운 서비스에 놀랐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특히 아가씨들의 지적 교양수준을 업소 최고의 장점으로 꼽았다. 그에 따르면 이 업소에서 만난 아가씨들은 기존 ‘술집여자’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세련된 교양과 매너를 겸비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닳고 닳은 ‘언니’들이 아니라 투잡을 하는 풋풋한 아가씨들이 많았으며, 특히 상당히 박학다식해서 오랜 시간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또 다른 고객인 최모씨는 “한때 ‘텐프로’라는 것이 유행하면서 고급 룸살롱 문화를 이끌었지만, ‘지성과 미모’의 아가씨들을 무기로 내세운 이 업소들은 텐프로를 넘어서 원프로라고 해도 될 정도다”라며 “향후 새로운 룸살롱 문화를 이끌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서비스가 고품격이라고 해서 가격마저도 노골적으로 비싸지는 않다는 점이다. 일반 룸살롱 수준이거나 이보다 다소 높은 정도로 보면 된다는 것.

공짜키스는 필수코스(?)

한편에서는 화류계의 전통(?)을 그대로 살려 ‘육탄공세’로 밀고 나가는 경우도 있다. ‘나가요와의 공짜 키스’라는 이색 서비스가 대표적인데, 이들 업소는 이른바 ‘육체파 룸살롱’이라고 칭할만하다. 일반적으로 룸살롱 아가씨들은 입술을 ‘정조’의 상징으로 생각해 강도 높은 스킨십은 허용하더라도 입술은 허용하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따라서 손님들 역시 아가씨와의 강제적인 키스는 생각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러한 금기를 깨는 업소가 등장했다. 아예 ‘키스’ 자체를 서비스 차별화의 포인트로 삼은 업소들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아가씨들이 먼저 진한 키스를 하려고 덤비지는 않는다. 그러나 손님이 원할 경우 ‘기꺼이 응해주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어 남성들은 소위 ‘애인모드’를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색다른 재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이같은 ‘공짜 키스’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는 L룸살롱의 한 관계자는 “사실 남성들이 낯선 여성을 만나서 가장 먼저 해보고 싶은 것 중의 하나가 바로 키스”라며 “처음에는 아가씨들의 반발이 있었다. 그러나 이 서비스를 시행한 후부터 영업실적이 눈에 띄게 좋아지자 지금은 모두들 기꺼이 응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곳을 자주 찾는다는 김모(32)씨는 “애인하고만 가능한 진하고 짜릿한 키스를 낯선 여성과 한다는 자체가 우리 남성들에게는 무척 흥분되는 일”이라며 “마치 애인과 나란히 술잔을 기울이는 기분이 든다”고 전했다. 가을이 성큼 다가온 지금 화류계의 밤은 치열한 손님유치 전쟁이 치러지고 있는 중이다.

# “골든타임으로 고객이 오케이 할 때까지” - 현장인터뷰 황호준 ‘울프’ 부장

초이스 전 막간 이벤트인 ‘골든타임무희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는 ‘울프’ 황호준 부장은 화류계의 서비스도 이제는 끊임없이 변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평범한 서비스로는 까다로운 손님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없다는 것이다.

- ‘골든타임’ 이벤트를 기획하게 된 계기는. ▲ 손님이 가게에 오는 순간 깜짝 놀랄 수 있는 색다른 무언가가 없는가 생각해 봤다. 일단 아가씨들이 들어가면 손님들이 알아서 놀기 때문에 뭔가 다른 것을 해줄 수가 없다. 결국 아가씨가 초이스 되기 직전의 시간이 바로 이벤트를 할 수 있는 최적의 시간이라고 생각했다.

- 고객들의 반응은 어떤가. ▲다른 업소에는 전혀 없는 이벤트라 고객들의 반응이 매우 좋다. 초보자에게는 긴장을 풀 수 있게 만들고 자주 오시는 분들에게는 무료한 시간을 달래게하니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 일부 손님들은 마치 두 번의 술자리를 갖는 것 같다며 재미있어 한다. 본격적인 초이스 전에 흥겨운 마음이 들게 하고 또 실제 이러한 기분에서 술자리를 시작하면 더욱 흥이 난다고 한다.

- 매상은 많이 올랐나. ▲ (웃음) 크게 차이는 없지만 업소에 대한 이미지는 많이 달라진 것 같다. 그러나 그것으로 충분하다. 업소들이 치열한 경쟁을 하면 결국 그 혜택은 고객들에게 돌아가는 것이니까…. 그것이 ‘서비스업’의 정신이 아니겠나.

- 다른 이벤트는 없나. ▲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하고 오는 손님에게는 주대 할인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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