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주 강조 속에 셈법 다른 찬탄·반탄파, 후보 단일화 vs 결선투표
-. 김문수·장동혁 단일화 선택권 전한길 등 당밖 친윤세력 상대 자진 사퇴 기대 -. 조경태, 단일화 시너지 극대화 vs 안철수, 당원 선택권 침해 결선투표 자연 단일화 -. 결선투표 믿고 당심·민심 놓치면 낭패, 후보단일화 시너지효과 기대 이상 효과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경선이 ‘탄핵 찬성파(찬탄)’와 ‘탄핵 반대파(반탄)’ 간의 전면전 양상으로 흐르면서, 각 진영 내 후보들은 ‘어떻게, 언제 단일화할 것인가’를 놓고 복잡한 전략 셈법을 가다듬고 있다.
혁신파는 예비경선(컷오프) 직후 신속한 단일화를 통해 결선에 유리한 구도를 선점하자는 주장에 대체로 공감하지만 시점을 놓고 미묘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탄핵반대파는 전한길 등 강성 지지층 주도의 단일화 모색에 고심하고 있다.
이번 8.22 전당대회 대표 경선은 단순히 지도부 선출을 넘어,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평가와 국민의힘의 정체성 향방, 당의 외연 확장 전략이 모두 걸려 있는 전면전이다.
혁신파는 승리를 자신할 수 없는 조경태·안철수로 분산된 반면 김문수·장동혁 등 친윤·주류 측은 득표력 차이는 크지만 몰표 성향이 강한 핵심 지지 세력이 나뉘어져 있어 양측 모두 단일화 실패 시 전체 구도에서 열세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대체로 양측 모두 단일화에 대해서는 공감하는 분위기다. 문제는 단일화 시점이다.
당대표 경선은 예비경선, 본경선, 결선투표 3단계로 진행된다. 예비경선은 책임 당원 투표 50%와 국민 여론조사 50%로, 4명으로 압축하고, 본경선인 2차와 결선투표에서는 당원 80%, 일반국민여론조사 20%로 선출한다.
2차 경선에서 과반수 득표자가 없을 경우 2차 룰과 같이 상위 2명이 참여하는 3차 결선투표로 최종 당대표를 선출하게 된다.
뉴시스가 여론조사업체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27~28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로 누가 가장 적합한지 물은 결과, 전체 응답자는 조경태 의원을 가장 선호하고, 국민의힘 지지층은 김문수 전 대선후보를 가장 선호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29일 나왔다.
후보별 전체 조사 선호도 조사는 조경태(23.5%), 김 전 후보(16.8%), 안철수 의원(10.7%), 장동혁 의원(9.1%), 주진우 의원(4.2%), 장성민 전 의원(2.0%), 양향자 전 의원(1.6%)의 순으로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응답 유보층은 26.0%다.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 조사에서는 김 전 후보 34.9%, 장 의원 19.8%, 조 의원 11.0%, 주 의원 8.8%, 안 의원 8.0%, 양 전 의원 2.8%, 장 전 의원 1.7%로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고 대답한 응답 유보층은 11.0%다. (무선 100%, 응답률 2.1%,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 ±3.1%P. 중앙여조위 홈페이지 참조)
현재 여론조사 결과만 보면 혁신파는 조경태 후보로, 친윤 주류 측은 김문수 후보로 단일화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같은 지지율을 배경으로 혁신파 조경태 후보는 2차 경선 이전 후보 단일화를 적극적으로 촉구하고 있다.
조 후보는 “단일화 논의는 결과뿐 아니라 과정에서도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며 당내 혁신파 의원들을 향해 조속한 ‘후보 단일화를 위한 원탁회의’를 촉구했다.
양향자 후보 역시 후보 단일화에 적극적이다. 지난 30일 대구를 방문한 자리에서 “국민의힘을 바꾸자는 혁신파(후보)는 누구든 만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안철수 후보는 상대적으로 미온적이다. 안 후보 최측근 인사는 29일 “사전 후보 단일화는 당원의 선택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특히 혁신파가 후보 단일화를 할 경우 확장성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상대편, 반탄파들도 단일화에 나설 것이기에 득표전략에도 도움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결선투표가 있는 만큼 3차 경선에서 자연스럽게 단일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았다.
상대적으로 지지율이 높은 조 후보는 예비경선 전이라도 후보 단일화를 매듭짓고 싶은 바람이지만 안 후보는 2차 경선(4명 선출) 이후 결선투표 직전 정치적 합의를 통한 단일화를 바라는 것이다.
당내 혁신파 중심인 한동훈 전 대표 측은 1차 경선 이후 적극적인 후보 단일화 논의를 위한 중재 작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긴밀한 물밑 작업을 통해 외연을 최대한 넓히겠다는 의도다.
반탄파 후보, 겉으로는 경선 완주...물밑에선 상대 후보 사퇴 압박 홍보전 치열
친윤 반탄파 김문수·장동혁 후보는 혁신파보다 셈법이 더 복잡하다. 두 후보 모두 공개적인 후보 단일화 질문에는 난색을 보인다. 생각도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속내는 다르다. 당 한 관계자는 “두 후보가 후보 단일화에 관심이 없는 이유는 단일화 결정권이 두 후보에게 있지 않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두 후보의 단일화 결정권은 전광훈 광화문파와 손현보 여의도파, 윤어겐인 등 친윤·탄핵 반대파에 있다는 것이다.
두 후보가 전직 한국사 강사 전한길 씨의 ‘윤석열 전 대통령과 함께할 것인가’를 묻는 사전면접을 보겠다고 하자 앞다퉈 호응하고 전 씨와 고성국, 성창경, 강용석 등이 진행하는 '자유 우파 유튜브 연합 토론회'에 출연 여부를 놓고 오락가락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입당한 지 두 달도 안 된 책임 당원 전한길 씨가 당대표 후보들을 쥐락펴락하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한 전 대표는 "진짜 극우 감별사에게 기꺼이 감별 받겠다고 줄 서면서 우리 당에 '극우 없다'고 하는 건 국민과 당원을 기만하는 거"라며 날을 세웠고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전한길 씨가) 자기가 ‘국민의힘의 주인이다’ 주장하고 ‘내가 장동혁·김문수를 단일화하겠다’ 한다. 당 꼴이 이게 뭐냐”고 한숨을 쉬었다.
일반 국민이나 혁신파도 그렇지만 심지어 당내 친윤 주류 측에서도 두 후보의 친윤 세력 연대 강화를 크게 우려하고 있다.
한 재선 의원은 “의원도 그렇고 원외 위원장들도 두 후보의 ‘친 전한길’ 행보에 크게 우려하고 있다. 친윤계 대다수도 윤 전 대통령과 절연은 불가피하다는 생각인데 두 후보는 반대로 가고 있다”면서 “의원이나 당원들이 당 대표·최고위원 경선에 관심도 없고 방관하는 것도 두 후보의 입장에 동의할 수 없기 때문이다”라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각 후보 측은 ‘후보 단일화’ 대신 상대 후보의 자진 사퇴를 압박하고 나섰다. 지지자들의 SNS나 커뮤니티를 통해 상대 후보를 깎아내리면서 자기 후보 중심의 단일화를 촉구하는 것이다.
김문수 후보 지지층에서는 압도적 표 차이를 강조한다. 한 핵심 지지자는 “막말로 도끼 들고 대통령실 문짝을 내리찍고 싸울 사람이 김문수 말고 더 있냐”면서 “인지도, 득표력, 민주화 경력, 대여 투쟁력 어느 것 하나 김 후보와 장동혁 후보를 비교할 게 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친윤 보수 정통성만 따져도 김문수야말로 보수 적통”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장동혁 후보 지지층에서는 “꽂꽂문수가 언제부터 ‘낙지문수’ ‘간문수’가 됐냐”며 ‘김문수 불가론’ 김문수 사퇴론‘을 확산시키고 있다.
윤석열 사퇴요구 모른 척 꽂꽂문수 언제 ‘낙지문수’ ‘간문수’ 됐나 이제는 물러설 때
장 의원과 매우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한 인사는 친윤그룹 단톡방에서 “윤 대통령 출당과 탈당 과정에서 (김 후보에게) 정말 실망스러웠다. 김용태가 윤 대통령에게 모욕을 주는데도 모른 척하며, 먼 산을 바라보았다”면서 “(김 전 장관은) 이제는 뒤로 물러설 때라는 생각을 했다. 더는 현실 정치를 이끌어갈 담대한 포부도, 감각도 상실되셨다”고 지적했다.
그는 김 후보의 출마에 대해 “내년 지방선거에서 당대표가 되는 김문수 덕을 보려는 일부 측근들이 부추겼기 때문일 것”이라며 “윤 대통령 비상계엄에도 사과하지 않고 꼿꼿이 앉아 있어 ‘꼿꼿문수’라서 사람들이 좋아했는데 이 눈치, 저 눈치를 보는 뼈 없는 ‘낙지 문수’, ‘간문수’가 되어 버렸다”고 꼬집었다.
최근 조사 결과에 따르면 김문수 후보가 전체 평균 1위를 기록했으며, 조경태, 장동혁, 안철수 후보가 그 뒤를 따르고 있다. 2차 경선에서 과반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치러지는 결선투표에서도 책임 당원 지지가 높은 김 후보가 조경태, 안철수, 장동혁 후보 누구와 대결해도 이기는 것으로 나온다.
다만 혁신파는 2차 경선부터 단일후보를 내세운 반면 반탄파는 김문수, 장동혁 두 후보가 각각 나설 경우 반탄파와 혁신파 각각 후보가 결선투표에 나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 경우에도 산술적으로는 반탄파의 승리가 예상되지만, 부동층이 30% 이상이어서 민심과 당심의 변화에 따라 반탄파의 압도적 승리를 자신할 수 없다는 것이 여론조사 전문가의 분석이다.
제4차 전대, 결선투표 믿다 발등 찍힌 친윤 보수 한동훈 과반 승리
실제 양측 모두 인위적인 후보 단일화보다는 2차 경선 이후 결선투표를 통한 ‘자연 단일화’를 선호하지만, 최종 결선투표까지 가는 과정에서 상대편의 후보 단일화의 영향으로 순위와 당락이 바뀐 국내외 사례가 허다했다.
많은 정치 전문가는 “특히 한국 정치처럼 이념적으로 양극화된 구도에서는 결선투표제는 단일화 전략보다 덜 효과적”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결선투표제는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는 경우 상위 두 명의 후보를 대상으로 결선투표를 하는 방식이다. 겉으로는 다양한 선택지를 보장하고 다수결 원칙을 강화하는 제도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표 분산과 전략적 투표, 정치적 거래를 유발하는 한계가 명확하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2002년 프랑스 대통령 선거다. 당시 프랑스 정치권에서는 좌파 성향의 리오넬 조스팽과 우파 성향의 자크 시라크가 결선에 진출할 것으로 예상됐다.
여론조사에서도 좌파 후보가 결선에 오르면 시라크를 꺾을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했다. 이 같은 기대는 좌파 진영의 후보 난립으로 이어졌고, 좌파 지지층은 "누가 올라가도 이긴다"는 안일함 속에 지지 후보를 분산시켰다.
결과는 참담했다. 시라크는 1차 투표에서 19.88%의 득표율로 1위를 차지했고, 극우파 장마리 르펜이 16.88%로 2위를 기록하며 결선에 진출했다. 반면 조스팽을 포함한 좌파 후보들은 모두 탈락했다.
좌파 지지자들이 압도적으로 많았음에도 결선에서는 두 명의 우파 후보 중에서 '덜 극단적인 후보'를 선택해야 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좌파 후보 난립으로 우파 시라크 당선 결선투표에도 단일화 필수 교훈
결국 시라크는 결선에서 82.21%라는 이례적인 득표율로 당선됐지만, 이는 좌파의 지지를 기반으로 한 비정상적 승리였다.
이 사건 이후 프랑스 좌파 진영은 후보 단일화를 핵심 전략으로 삼기 시작했다. 결선투표제 아래에서도 단일화가 필수적이라는 교훈을 얻었기 때문이다.
결선투표제를 채택한 2024년 7월 23일 국민의힘 제4차 전당대회 당대표 경선에서는 예상을 깨고 2차 경선에서 과반을 확보한 비윤계 한동훈 후보가 압승했다.
당시 친윤계에서는 나경원, 원희룡, 윤상현 후보가 동시 출마하면서 표가 분산됐고, 한동훈 후보는 1차 투표에서 62.84%를 얻으며 결선 없이 당선을 확정지은 것이다.
만약 한 후보가 50%를 넘지 못했다면, 결선에서 친윤 후보단일화가 진행돼 결과가 뒤바뀔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실제로 친윤 진영은 ‘1차 투표 과반 저지’를 목표로 전략을 세웠다.
그러나 당심·민심의 변화를 감지 못하고 결선투표만 믿고 각개약진 하다가 한동훈 과반수 득표에 넘어진 것이다. 이는 결선투표제조차 특정 진영의 전략적 연합과 단일화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점과 단일화를 통해 ‘결선 없는 당선’을 막거나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즉 결선투표제만 믿고 당심·민심을 놓치면 후보 단일화 시너지 효과로 예상과 전혀 다른 결과에 처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