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상 질병(산재) 처리 기간 단축 방안 발표
‘전문성 있는 산재 판정’...2027년까지 처리 기간 평균 120일까지 단축할 계획
고용노동부는 지난 9월 1일 ‘업무상 질병 산재 처리 기간 단축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지난 8월 초 대통령 직속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업무상 질병 처리 기간 단축’을 신속 추진 과제로 제안한 것에 대한 후속 조치다. 이번 호에서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업무상 질병 산재 처리 기간 단축방안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살펴본다.
- 장기 미처리 사건에 대한 역량 집중... 산재 불승인 결정 이후 업무 절차 보완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제1항제2호에 따르면, “업무상 질병”이란 ① 업무수행 과정에서 물리적 인자, 화학물질, 분진, 병원체, 신체에 부담을 주는 업무 등 근로자의 건강에 장해를 일으킬 수 있는 요인을 취급하거나 그에 노출돼 발생한 질병 또는 ② 업무상 부상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질병, 그리고 ③ 근로기준법 제76조의2에 따른 직장 내 괴롭힘, 고객의 폭언 등으로 인한 업무상 정신적 스트레스가 원인이 되어 발생한 질병 및 그 밖에 업무와 관련해 발생한 질병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러한 업무상 질병에 대해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라 업무상 질병의 인정 여부를 심의하기 위해 공단 소속 기관에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를 두고 있다.
그런데, 실제 근로자가 업무상 질병에 대한 산재 승인 여부를 확인하는 데 평균 7개월 정도가 소요되며 최장 4년까지도 소요되고 있다.근로자가 질병에 걸려 산재를 신청하면 업무와 질병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의료기관의 특별진찰, 연구기관의 역학조사,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등 여러 단계의 판단 절차를 거친다.
이번 단축방안의 주요 내용은 업무상 질병 산재 처리 절차를 개선하고, 재해조사 기능을 강화해 신속하고 전문성 있는 산재 판정을 하고, 2027년까지 처리 기간을 평균 120일까지 단축할 계획이다.
-근골격계 질병이 다수 발병하는 직종의 경우 (축적된 DB 기반)
먼저, 전체 업무상 질병의 51%를 차지하는 근골격계 질병의 경우, 다수 발병하는 직종에 대해서는 축적된 DB를 기반으로 재해조사 및 판정위원회 심의를 통해 처리한다.
내장 인테리어 목공, 건축석공, 환경미화원, 중량물 배달원 등 근골격계 질병이 다수 발병해 업무와 질병간 상당인과관계가 있다는 다수의 사례가 축적된 직종(32개)에 대해, 별도의 특별진찰을 받지 않고 근로복지공단의 재해조사를 거쳐 판정위원회에서 업무관련성을 심의받게 된다.
향후 건설업의 시스템비계공, 방수공 등 현장에서 제안된 직종에 대해 노사·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확대해 나갈 예정으로, 현재 특별진찰에 추가로 걸리는 기간은 평균 166.3일로, 특별진찰을 받지 않는 경우 처리 기간이 크게 단축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역학조사 결과 등에 기반해 업무상 질병과 유해 물질 간 상당인과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경우에는 재해조사 및 질병판정위원회 심의를 통해 처리한다.
광업 종사자의 원발성 폐암, 반도체 제조업 종사자의 백혈병 등 질병과 유해 물질 간 상당인과관계에 대한 연구·조사가 충분히 이루어져 업무관련성을 확인할 수 있는 경우, 역학조사를 의뢰하는 절차를 거치지 않고 근로복지공단의 재해조사를 거쳐 판정위원회에서 업무관련성을 심의받는다.
고용노동부는 역학조사에 추가로 걸리는 기간은 평균 604.4일로, 역학조사를 받지 않는 경우 처리 기간이 크게 단축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업무관련성이 이미 확인된 경우에는 판정위원회에서 재차 업무관련성 심의를 하지 않는다. 특별진찰 실시 결과 업무관련성이 높다고 이미 확인된 경우에는 판정위원회에서 재차 업무관련성 심의를 하지 않고 신속하게 처리한다.
이 경우 질병판정위원회 심의 건수가 감소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사건별 충분한 심의시간 확보가 가능해지고 아울러 위원회 간 주요 판정 사례 공유 강화 등 업무상 질병판정위원회 심의를 더욱 내실화한다.
추정이 적용되는 경우(근골격계 질병, 뇌심혈관계 질병, 직업성 암, 정신질병 중 유해요인 노출수준, 근무기간 등의 일정 기준을 충족해 업무관련성이 강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근로자의 업무관련성 입증 부담을 낮추면서, 더욱 신속하게 처리한다.
탄광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탄광부에게 발생한 원발성 폐암, 방사선 노출에 따른 백혈병 등 추정 적용 기준에 해당하는 산재노동자는 그동안 연구 결과 등을 통해 업무관련성이 강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로서, 특별진찰·역학조사·판정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공단의 재해조사를 통해 신속하게 처리받을 수 있다.
발생 빈도가 높아 선례가 다수 축적된 직종 및 상병 중심으로 질병 추정 범위도 점차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근로복지공단 내 업무상 질병 전담조직 마련
재해조사 기능 강화를 위해 근로복지공단에 업무상질병 전담조직을 마련하고, 인력의 전문성을 강화해 신속·공정하게 처리한다. 신청 상병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근골격계 질병(지역본부·지사 64개), 직업성 암·만성폐쇄성 폐질환(서울본부 1개)에 대해 공단 내 전담조직을 마련한다.
신속·공정한 산재 처리를 위해 재해조사의 중요성이 커진 만큼, ‘산재보험 재해조사 전문가(CIE, Certified Investigation Expert) 양성 과정 교육’을 의무화해 전문성을 제고하고, 재해조사 인력을 충원한다. 또한, 축척된 과거 산재 판정 데이터를 기반으로 산재 판단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는 AI 시스템을 구축해 신속·공정한 처리를 도모한다고 밝혔다.
한편, 특별진찰·역학조사 장기 미처리 사건 처리에 역량을 집중한다. 고용노동부는 올해 연말까지 ‘집중 처리 기간’을 운영해, 현재 특별진찰 및 역학조사 병목현상으로 아직 처리되지 못하고 계류 중인 장기 미처리 사건을 중점적으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용노동부는 산재 신청부터 산재 불승인에 대한 이의제기(심사·재심사·소송)까지 근로자에게 무료로 법률 서비스를 지원하는 국선대리인 제도를 2026년부터 도입한다. 또한, 업무상 질병의 행정소송 판례를 분석해 질병별 반복 패소 원인을 진단·유형화하고, 패소율이 높은 질병에 대해서는 인정기준을 재정비·합리화한다.
이와 함께, 근로복지공단이 행정소송에서 패소하였을 때의 상소 제기 기준을 마련하는 등 상소 제기를 합리적으로 관리할 것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