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 본사 청라 이전, 인천 금고 ‘패권 전쟁’... 신한 16년 아성에 도전

하나금융, 인천 신설 구금고로 입지 확대 승부수

2025-09-22     이지훈 기자
인천 청라에 조성중인 하나드림타운 내 그룹헤드쿼터 디자인.[제공 = 하나금융그룹]

[일요서울 l 이지훈 기자] 하나금융그룹이 청라국제도시로의 본사 이전을 앞두고 인천 구금고 유치전에 다시 불을 지피고 있다. 연간 14조 원대에 달하는 인천시 예산은 단순한 자금 규모를 넘어 은행권의 안정적 기반이자 지역 상징 자산으로 꼽힌다. 신한은행이 2007년부터 16년째 제1금고를 지키며 ‘철옹성’을 구축했지만, 청라 이전 효과를 발판 삼은 하나금융의 도전이 어떤 성과를 낼지 주목된다.

-인천 신설 3개 구금고, 새로운 변수로 경쟁 판도 요동
-하나금융 “청라 이전과 금고 확보, 지역 전략 연계”


지난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그룹이 내년 중순 인천 서구 청라국제도시로 본사를 옮길 예정이다. 현재 세 들어 있는 명동 옛 외환은행 본점(현 하나금융 명동사옥) 임대가 내년 12월 만료되는 만큼, 그룹은 내년 6월 전후로 본격적인 이전 작업에 나설 예정이다.

하나금융은 2022년부터 청라에 ‘그룹 헤드쿼터’ 건립을 추진해왔다. 지하 7층·지상 15층, 연면적 12만8474㎡ 규모로 조성되는 이 건물은 내년 상반기 준공을 목표로 하며 현재 주요 구조체 공사가 막바지 단계다. 준공 이후에는 주요 계열사 임직원 약 2800명이 상주하며, 그룹의 새로운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게 된다.

앞서 하나금융의 청라 거점 구축은 2017년 통합데이터센터, 2019년 글로벌캠퍼스를 잇따라 완공하며 ‘하나드림타운’을 확장해왔고, 이번 본사 이전은 하나금융그룹이 그리는 ‘하나드림타운 사업’에 마침표를 찍는 마지막 퍼즐로 평가된다.

내년 6월께 청라 하나금융타운으로 본사 이전이 본격화되면, 인천 지역 금고를 둘러싼 하나금융과 신한금융 간 경쟁에도 다시 불이 붙을 전망이다. 특히 내년 7월에는 인천시에 세 개의 새로운 구가 출범한다는 점이 핵심 포인트다.

 -신설 구 약 1조 5000억 원 규모... 누구 손에

신설 구 가운데 제물포구는 중구 내륙과 동구를 통합해 탄생하며, 영종구는 중구에서, 검단구는 서구에서 각각 분리된다. 세 구의 규모는 제물포 약 5000억 원, 영종 약 4000억 원, 검단 약 6000억 원대로 집계된다. 구금고 지정 절차상 통상은 구금고 지정심의위원회를 거쳐 결정되지만, 새로 출범하는 구는 집행부와 의회가 없어 심의위원회를 열 수 없는 구조다.

현재 인천시 제1금고는 신한은행이 맡고 있으며, 기초자치단체 금고도 대부분 신한은행 몫이다. 중구·동구·부평구·계양구·연수구·남동구·미추홀구 등 7개 구가 신한은행과 손을 잡고 있고, 서구만이 예외적으로 하나은행을 거래 은행으로 두고 있다. 

인천시는 새 구금고 지정 권한이 2026년 6월 선출되는 구청장에게 있으며, 새 구청장은 기존 금고 계약을 승계하거나 수의계약 방식으로 금고를 지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신설 구금고 선정 과정에서는 기존 절차와 다른 변수들이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 금융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본지와 이야기를 나눈 하나금융 관계자는 청라국제도시 본사 이전과 인천 구금고 확보의 전략적 연계에 대해 “청라 본사 이전과 인천의 각 구금고은행 선정과는 금고 평가기준 상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내년 신설되는 제물포·영종·검단 3개 구 금고 확보에 대한 목표와 준비 전략에 대해 “해당 구들은 26년 7월 신설될 예정이고, 아직 세부적 분할 후의 수치적 측면을 예상하기 어려운 단계”라며 “향후 수치 등이 입찰 절차에서 확인되는 대로 사업성 분석 등 입찰 참여의 기본적 절차를 거쳐 참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금융·지역경제 지형 변화 예고

하나금융 측은 청라 하나금융타운을 거점으로 한 인천 지역 공헌 및 투자 확대 계획에 대해 “당행의 지역공헌 계획 등은 매년초 수립 과정을 거치고 있다”라며 “내년초 당행의 본점 이전 계획 및 이전 지역에 대한 지역사회기여 필요성 등 종합적으로 감안해 결정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더불어 인천 구금고 확보가 그룹 전체 사업 전략이나 포트폴리오에서 갖는 의미에 대해 “구금고 사업은 기관사업 전체 측면에서 출자출연기관 및 일반 시민의 은행거래 전반에 미치는 파급력이 크다”라며 “향후에도 적극적으로 확장 유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나금융은 청라 이전을 기반으로 신설 구금고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검단구와 영종구 등 청라 인근 구가 그룹 인프라와의 연계성이 높아 평가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고, 경쟁에서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번 구금고 경쟁은 단순한 예산 운용을 넘어, 하나금융이 인천 지역에서 입지를 공고히 하고 사회적·지역적 기여를 확대할 기회로 평가된다. 하나금융은 청라 하나금융타운과 기존 하나드림타운 인프라를 활용해 지역경제와 연계한 사업을 추진하며, 향후 금융·디지털·글로벌 사업의 거점으로 삼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경쟁을 통해 하나금융이 청라를 중심으로 한 ‘지역 기반 전략’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실현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이번 하나와 신한의 경쟁 결과는 단순한 은행 간 승패를 넘어, 인천 금융권과 지역경제 지형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