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엘 법무법인 임흥준 변호사] 국민을 위한 ‘검찰개혁’에 대하여
이재명 정부는 지난 9월 7일 ‘정부조직 개편방안’을 확정 발표했다. 최대 관심은 검찰청 폐지였고, 예상대로 검찰이 가지고 있는 수사권을 신설되는 중대범죄수사청에 넘기고, 검찰청은 공소청으로 명칭을 바꿔 기소권만 행사하는 것으로 확정했다. 그리고 이러한 사항이 담긴 법안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될 예정이다. 법안이 통과되면 1년간의 준비 기간을 거치고, 종국적으로 내년 9월 검찰청은 폐지된다. 1948년 처음 검찰 조직이 출범한 지 78년 만에 역사 속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법안 발의에 대한 현 정부의 입장은 ‘기존의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하면서 정치적 수사 및 권력 남용의 위험이 크기 때문에 검찰청을 없애겠다’는 취지인데, 이에 대해서는 각계각층에서 다양한 견해들이 나오며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필자의 의견이 전체를 대변할 수는 없지만, 법률가의 한 사람의 입장에서 아래와 같이 의견을 개진하고자 한다.
우선 우리 헌법 제89조 제16호에는 ‘검찰총장의 임명은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즉, 헌법에 이미 검찰청의 존재를 규정하고 있고, 검찰총장의 직위도 나와 있기 때문에, 검찰청을 폐지한다는 것은 결국 헌법이 만든 정부의 조직 구조를 위배하는 것이고, 이러한 사유로 위헌의 소지도 있다.
또 문재인 정부 당시 검찰의 수사권을 폐지하면서 경찰이 수사를 하고, 검찰은 보완수사 요구(검사가 경찰에 특정 사건에 대한 수사를 추가로 하도록 요구하는 것)만 할 수 있는 구조로 바뀌었는데, 사건들이 제대로 처리되지 못하고 있어서 피해자들의 피해가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오히려 검찰청이 폐지된다면 수사기관이 여러 개로 난립하면서 수사 내지 사건 처리가 더 늦어질 수 있는 문제점도 있다.
뿐만 아니라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 국가수사위원회가 분리되어 설치된다면 수사와 기소가 분리됨으로써 사건에 대해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지는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수사기관이 여러 곳이라면 예민한 사건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서 사건을 서로 떠넘길 수도 있고, 이로 인해 처리가 차일피일 미뤄질 수도 있다. 소위 ‘수사 공백’의 위험이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상기 문제들에 대하여 정부는 국가수사위원회가 수사기관들을 조정하고 감독하는 역할을 하겠다고 하는데 국가수사위원회가 결국은 어디 산하에 있느냐도 문제될 수 있다. 법안에 따르면 국가수사위원회는 국무총리실 소속으로 두기로 하였는데, 국무총리는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는 만큼 정권의 영향을 받기 쉽기 때문에 오히려 검찰의 정치 개입 반대의 목적 달성은 어려워지고, 반대로 정치 개입이 쉬워지는 구조가 될 가능성이 있다.
심지어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 산하에 두는 것으로 결론이 나면서 행정안전부는 경찰청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이어 중대범죄수사청까지 거느린 거대 권력 기관으로 자리 잡게 됐다. 1차 수사기관들이 모두 행정안전부 밑으로 소속되면서 오히려 행정안전부의 권력만 비대화 되었으며, 법률적으로 수사 지휘 권한도 없는 행정안전부 장관이 1차 수사기관 주요 인사권을 다 가지게 되었으니, 수사가 정치적 도구로 변질될 위험성도 내포하고 있다.
반면 대한민국 검찰의 수사·기소 독점 문제는 어제, 오늘의 문제는 아니다. 검찰의 과도한 권한에 대한 조정, 즉 검찰개혁 논의는 이미 수십년 간 이어져 왔었다.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처음으로 확인하고 공론화에 나선 것은 김영삼 정부였다. 김영삼 정부는 검찰 권한의 분산을 위해 공수처 설립에 대해 논의를 시작했으나 하나회 등 다른 개혁과제에 밀리고 검찰 내부의 반발로 결국 포기했다. 김대중 정부는 검찰의 기소독점을 개혁하기 위해 특별검사제도를 도입했다. 노무현 정부는 본격적인 검찰개혁을 구상했으나 여론을 얻지 못해 좌절했고 ‘검사동일체’를 폐지하는 수준에서 멈췄다.
검찰청 폐지는 역설적이게도 검찰 권력이 만든 결과일 수 있다. 언론이 지켜보는 큰 사건에 대해서 받아들이기 힘든 결과가 나오면서 검찰의 수사·기소 독점권에 대한 의문이 검찰에 대한 신뢰 하락으로 이어졌다.
필자는 검찰청의 폐지 문제를 정치적인 측면이 아닌 국민 편익의 측면에서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루에도 수많은 사건 사고가 벌어지는데 피해가 생긴 경우 빠르게 보상을 하고, 범죄자는 빠르게 처벌하며, 반대로 무고를 당한 경우에 빠르게 그 혐의를 벗게 하는 것이 소위 ‘개혁’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민이 제대로 법 적용을 받아야 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여러 개의 수사기관이 난립하게 된다면 이를 담당하는 법률가들의 불편도 가중될 수 있고, 피해자들도 여러 절차를 거치면서 소송 비용이 가중될 수도 있다.
반대로 검찰이 편향적인 정치적 수사를 했다는 것은 분명히 지탄받을 일이며, 재발 방지 대책이 필요한 것 역시 명확하다. 그러나 그 개혁 속에서 우리 국민의 편익에 해를 끼치는 측면은 없는지 또한 꼼꼼히 살펴야 한다.
한번 제도가 만들어지면 다시 없애기 힘들고 그걸 통해서 또 새로운 질서가 형성된다. 현재 소위 ‘검수완박’으로 인한 부작용도 분명한 상황에서 이에 대한 보완이나 대책 없이 검찰청까지 없애게 된다면 오히려 경찰 권력의 비대화나 경찰 수사에 대한 신뢰 저하가 문제될 수 있고, 결국 국민의 기본권 침해 발생 및 구제 절차 등의 문제가 지속헤서 발생할 수 있다.
그러므로 여러 기관들과 단체들에서 숙고를 하고 이에 대한 공청회나 세미나, 토론들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검찰청 폐지와 관련하여 여러 가지 부작용과 또 현재 실무에서 겪는 어려움을 충분히 검토한 이후 무엇보다 국민의 기본권 보장 측면에서 이에 부합하는 검찰 제도 개혁이 필요하다.
필자도 대한민국 국민의 한 명으로서 국민에게 필요한 검찰개혁 완수를 응원한다.
< 임흥준 변호사 ▲한양대학교 졸업 ▲원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졸업 ▲변호사시험 합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