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마이크론, ‘위임장 조작’에 법원 제동... 주주연대 “경영진 형사책임 묻겠다”

법원, 하나마이크론 인적분할 결의 효력정지... 주주, “본안소송·형사고발 예고”

2025-09-23     이지훈 기자
하나마이크론 CI [제공 = 하나마이크론]

[일요서울 l 이지훈 기자] 하나마이크론 임시 주주총회에서 불거진 ‘위임장 조작’ 의혹에 법원이 주주들의 손을 들어줬다. 소액주주연대가 제기한 ‘주총 결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인용하면서, 인적분할 결의가 사실상 무력화된 것이다. 주주연대는 “이사회가 주총 전체 결의를 취소한 것은 상법 취지에 반한다”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이동철 대표이사가 공언했던 대로 민·형사상 책임을 져야 한다며 경영진 형사고발까지 예고했다.

-법원, 주총 결의 효력정지 가처분 인용... 위임장 조작 정황 인정
-주주연대 “대표이사 직접 책임져야”... 형사고발·이사 추천 등 공동 대응 추진


앞서 하나마이크론은 지난 7월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반도체 패키징 및 테스트 사업부문을 분할해 신설 법인을 세우고, 존속 법인은 지주사로 전환하는 인적분할 안건을 통과시킨 바 있다.

하지만 의결권 확보 과정에서 제출된 위임장 상당수에 신분증 사본이 첨부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위임장 조작’ 논란이 불거졌다. 제출된 위임장 약 1400장에 신분증 사본이 첨부되지 않았고, 위임자로 기재된 주주 상당수가 “위임 사실이 없다”고 증언하면서 절차적 정당성에 심각한 흠결이 제기됐다.

법원은 이러한 정황을 근거로 소액주주연대가 제기한 ‘주주총회 결의 효력정지 가처분’을 인용했다. 재판부는 사문서 위조 가능성이 인정되는 상황에서 주총 결의가 그대로 유지될 경우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인적분할 안건의 효력은 본안 판결 전까지 정지됐다.

업계에서는 이번 결정은 주총 의결 과정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법원이 강력한 제동을 건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본다. 법원은 단순히 주주 간 분쟁 차원을 넘어, 위임장 제도 운용 과정에서 발생한 중대한 절차 위반을 문제 삼은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회사는 이사회 결의를 통해 주총 전체 결의를 취소했다고 밝히며 별도의 법적 책임은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주주연대는 “이사회의 결의로 주총 결의를 무효화하는 것은 상법 취지에 어긋난다”며 본안소송을 통해 최종 판단을 받겠다는 방침이다.

하나마이크론 소액주주연대 관계자는 “이동철 대표이사가 주총 의장으로서 ‘위임장 단 한 건의 조작이 발생하더라도 모든 민형사상 책임을 지겠다’고 두 차례나 공언한 사실을 똑똑히 기억한다”며 “법원이 조작 정황을 인정해 가처분을 인용했으니, 이제 대표이사가 직접 약속을 지킬 차례다. 주주들의 신성한 의결권을 짓밟은 현 경영진에게 책임을 묻기 위해 사문서 위조 혐의 형사 고발을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주연대는 법원의 가처분 인용에 그치지 않고, 주주총회 결의의 완전한 무효화를 위해 주총일로부터 2개월 내에 ‘결의취소 본안소송’까지 제기 완료한 상태다.

향후 주주연대는 기관투자자들과의 긴급 미팅을 통해 위임장 조작 사태에 연루된 경영진에 대한 법적 조치와 주주 추천 이사·감사 선임 안건 상정 등 공동 대응 방안을 구체화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