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 4300억 EB 발행으로 '시끌'... 주가 급락
정부 ‘자사주 의무 소각’ 기조에도 EB 발행 기업 급증
[일요서울 l 이지훈 기자] 이재명 정부와 여당이 자사주 소각 의무화 법안을 추진하는 가운데 KCC가 자사주 소각 대신 4300억 원 규모의 교환사채(EB)를 발행하기로 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시장에서는 주주환원 강화 기조에 역행하는 결정이라며 실망감이 주가 급락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 “사실상 유상증자, 주주가치 희석 불가피”
-KCC “장기 경쟁력 강화 위한 균형적 조치” 해명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KCC는 2025년 4분기부터 2026년 1분기 사이에 발행주식 총수 대비 자사주 3.9%는 소각하고, 총발행주식의 약 9.9%에 해당하는 88만 2300주 규모, 한화 약 4300억 원의 교환사채(EB)를 2025년 4분기에 발행할 계획이라고 공시했다.
여기에 더해 발행주식 총수 대비 3.4%는 2025년 4분기부터 2026년 1분기 사이에 사내근로복지기금에 출연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업계에서는 자사주 의무소각 법안이 국회에서 논의 중인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처분 계획을 마련한 것으로 해석된다.
EB는 일정 기간 내 지정된 가격에 주식으로 교환할 권리를 부여하는 채권이다. 이처럼 자사주 기반 EB 발행이 3자 배정 유상증자와 유사한 효과를 내는 만큼 주주 이익을 침해하는 것이란 게 개인투자자들의 불만이다.
시장 참여자들은 정부의 자사주 소각 의무 기조에 따라 KCC 또한 자사주 소각에 나설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KCC는 전체 지분의 17.24%를 자사주로 보유한 가운데 이중 9.9%를 EB 발행하면서 시장에 실망감을 줬다.
또한, 이번 교환사채 발행은 지난 7월 교환사채 발행 공시 당시와 달리 구체적인 자금 사용처를 밝히지 않은 점 또한 눈에 띈다.
시장에서는 EB를 인수한 주체가 향후 주식을 매도할 수는 만큼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과 다를 것이 없지 않냐는 지적이 이어진다. 더불어 자사주를 활용한 EB 발행은 결과적으로 시장 내 유통되는 주식 수가 늘어나는 효과를 불러오기 때문에 기존 주주들의 자산가치 희석을 야기할 우려가 존재한다고 바라본다.
KCC 측은 자기주식 활용계획 공시에 관해 “상기 계획은 이익환원과 장기적 기업경쟁력 강화를 병행해 모든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균형 있게 도모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KCC의 4300억 원 규모의 교환사채 발행 소식이 전해지자 시장에서는 오버행(잠재적 매도 대기 물량)’ 우려가 제기됐다.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4일 오전 KCC 주가는 15% 넘게 급락하는 등의 모습을 보였다. 전 거래일보다 11.75%(4만9000원) 떨어진 36만8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한편, 정부와 여당이 '코스피 5000'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자사주 소각 의무화에 심혈을 기울이는 가운데 자사주를 교환대상으로 하는 EB 발행하는 기업이 쏟아지고 있다.
24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23일까지 교환사채 발행액은 3조548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같은 기간 발행액이 1조2583억 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2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아울러 발행 건수도 올해 76건으로, 전년 42건과 비교하면 많이 늘어났다.자사주를 활용해 적대적 M&A를 방어하거나 유동성 위기에 빠졌을 때 자사주를 활용해 자금을 조달할 수단을 잃을 위기해 처한 기업들은 교환사채 발행이 자사주 의무 소각 입법화 전에 자사주 보유 비중을 낮추려는 기업이 취할 수 있는 전략 중 하나로 채택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