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의 곡(哭)소리] 선출직의 우위를 주장하려면

2025-09-26     단국대 의대 교수

돈다발 어디 갔습니까? 띠지 어디 갔어요?” 민주당 서영교 의원이 최재현 검사를 몰아붙인다. 그녀가 언급한 사건은 띠지 분실 건, 작년 12월 검찰이 건진법사 전성배의 자택을 압수수색하다 16500만원의 현금다발을 발견했는데, 그 중 5천만원에 둘러져 있던 관봉권의 띠지를 당시 현금을 셌던 수사관이 분실한 것이다. 한국은행은 시중은행에 돈 (관봉권)을 보낼 때 특별한 띠지에 묶어 보낸다. 화폐상태나 수량에 문제가 없음을 보증한다는 취지, 이 띠지가 유명해진 계기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이 옷을 살 때 관봉권으로 결제를 했기 때문이다. 한 옷가게에서 찍어놓은 사진에 띠지가 선명하게 보였기에, 김정숙이 청와대 특활비를 개인 옷값에 썼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그러니까 서영교는 검찰이 수사를 방해할 목적으로 띠지를 없앤 게 아니냐는 것이다. 하지만 경찰에 따르면 띠지가 있다고 해서 돈의 출처를 알 수 있는 건 아니란다. 옷값 의혹을 수사한 경찰은 김정숙이 옷값 일부를 관봉권으로 결제한 것을 확인했고, 관련된 증언까지 확보했지만, “특수활동비라고 입증할 증거는 부족하다며 불송치로 사건을 종결해 버린다. 이게 불과 한 달 전인 지난 8월의 일, 이걸 보면 서영교가 경험이 일천한 수사관의 띠지 분실에 그렇게까지 분노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게다가 해당 수사관은 국회에 불려나와 영혼까지 탈탈 털렸고, 입건돼 수사까지 받게 됐으니 그 결과를 기다리면 될 것 아닌가? 백번 양보해 띠지에 대한 그녀의 집착을 이해한다 해도, 서영교의 다음 만행은 도저히 용납이 안 된다. 자기 마이크가 꺼진 상태에서 계속 소리를 지르며 검사의 말을 끊던 서영교는 그 등쌀에 답변을 중단하고 마이크를 수직으로 세워놓은 최재현에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 “마이크는 왜 그렇게 올리는 거죠? 그게 뭐하는 자셉니까? 검사예요? 검사가 세상에 무서운 게 없어요?” 위원장이 서영교에게 준 추가시간 1분은 이렇게 끝났다.

사실 서영교가 지금 이렇게 당당할 때는 아니다. 그녀는 2의 청담동 술자리로 불리는 조희대 대법원장-한덕수 전 총리 회동설을 장안의 화제로 만든 장본인이니 말이다. 이 음모론이 대선 전 내려진, 대법원의 공직선거법 파기환송 판결에 대한 좌파들의 불만에서 시작된 것인데다, 당사자들이 만난 적이 없다고 부인하니 거짓일 확률이 높다. 이제 서영교가 답해야 할 차례, 그녀는 대체 누구한테 이런 제보를 받았을까. 알고보니 대법원 선고 후 이 회동설을 AI로 만들어 최초로 튼 곳은 열린공감TV’라는 유튜브 채널이고, 서영교에게 녹취파일을 전달한 이는 해당 유튜브 채널의 출연진이었던 최혁진 의원이었다. 최혁진은 현재 무소속이지만,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사회경제비서관을 지냈고, 지난 총선에서는 민주당 계열 비례대표로 당선된 분, 그런데도 서영교는 917MBC에 나와 과거 (보수) 정권 민정에 있던 사람에게서 제보를 받았다고 했다. 제보가 허위임이 확실해진 19일에는 최초 보도한 유튜브에 물어보라며 책임을 떠넘겼는데, 궁금한 것은 다음이다. 서영교는 왜 전 정권 민정이라고 답했을까? 열린공감TV가 청담동 술자리의 발원지였기에, 더 신빙성을 높이기 위해 일부러 거짓말을 한 것이라는 의심이 들 수밖에. 게다가 서영교는 과거 자신의 딸과 친동생, 오빠를 보좌관으로 채용했다가 당무감사에서 중징계를 받고 탈당했으며, 2015년에는 자기 후원자의 아들이 강제추행 미수로 재판을 받고 있을 때 국회 파견 판사를 의원실로 불러 선처를 부탁한 적도 있다. 이런 서영교가 서울 중랑갑에서 네 번 연속 당선됐으니,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서영교뿐이 아니다. 과거 이재명의 변호사였던 박균택은 이미 대법원 판결까지 난 대북송금 사건을 뒤집겠다며 담당 검사를 국회로 불러 따지고 앉아있고, 성남FC 사건 당시 사건을 묻으려다 좌절돼 징계를 받은 대표적인 정치 검사 박은정은 조국당 국회의원으로 화려하게 컴백해 무슨 검사가 수사를 잘합니까?” “친윤 검사가 뭐 잘났다고 큰소리냐며 호통을 친다. 사정이 이런데도 이재명은 선출직이 사법부보다 우위에 있다며, 통제를 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 주장이 공감을 얻으려면 공천을 줄 때 비리가 있거나 기본 자질이 안 되는 인사들은 제외하는, 최소한의 장치는 만들어야지 않겠는가? 이런 바람이 지금도 서영교의 고함에 아직도 귀가 얼얼한 국민 한 명의 넋두리만은 아닐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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