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고개 숙인 MBK... “홈플러스에 2000억 추가 증여”

국민연금 투자금 회수 보장·사회적 책임 위원회 신설까지

2025-09-25     이지훈 기자
국내 최대 사모펀드(PEF) MBK파트너스가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성난 민심을 달래기 위해 향후 MBK가 얻게 될 수익 중 일부를 활용해 홈플러스에 최대 2000억 원을 증여한다고 밝혔다. [사진 = 뉴시스]

[일요서울 l 이지훈 기자] 국내 최대 사모펀드(PEF) MBK파트너스가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성난 민심을 달래기 위해 향후 MBK가 얻게 될 수익 중 일부를 활용해 홈플러스에 최대 2000억 원을 증여한다고 밝혔다. 기존 3000억 원 재정 지원에 더해 이번 2000억 원까지 최대 5000억 원에 달하는 규모다. 이는 기업 회생이나 워크아웃 사례 가운데 대주주가 해당 기업의 정상화를 위해 투입한 역대 최대 자금의 규모다.

-기존 3000억 지원에 2000억 추가... 역대 최대 규모
-“홈플러스는 민생 경제의 한 축”... 임직원·협력업체 생계 강조


지난 24일 MBK 파트너스는 대국민 사과문을 통해 “홈플러스가 회생 절차에 돌입한 것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큰 걱정과 실망을 끼쳐 드린 점을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점 깊이 반성한다"며 "홈플러스의 기업 회생은 단순한 재무적 실패가 아니라, 국민 일상과 밀접하게 연결된 기업의 대주주로서 저희가 얼마나 무거운 책무를 온전히 다하지 못했음을 절실히 깨닫게 해주었다"고 덧붙였다.

국민연금이 보유한 상환전환우선주도 투자 원금 회수가 가능하도록 최선을 다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공공정책과 산업 현장을 경험한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MBK 파트너스 사회적 책임 위원회'를 설립해, 앞으로 모든 투자 활동이 상생과 책임의 가치 위에서 이루어지도록 하겠다고 했다.

'MBK 파트너스 사회적 책임 위원회'는 삼성(준법감시위원회)·카카오(준법과신뢰위원회) 등과 비슷한 성격을 갖는 기구이다. 외부 전문가 영입을 통해 홈플러스 사태로 인해 실추한 국민과의 신뢰를 회복하고자 하는 의지가 드러나는 것이다.

더불어 "홈플러스는 수많은 근로자의 삶의 터전이자 협력업체와 지역사회의 기반이며, 민생 경제의 중요한 한 축"이라며 "홈플러스의 2만명 임직원과 8만명 협력업체 직원의 생계를 지켜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홈플러스의 사회적 의미를 강조했다.

이에 더해 "앞으로의 모든 투자 활동이 '사회적 책임'이라는 원칙에 따라 이루어지도록 하며, 외부 전문가의 감시와 조언을 겸허히 받아들여 국민과 투자자께 더욱 투명하게 다가서고 책임을 다하는 자세로 겸손하게 임하겠다"고 덧붙였다.

MBK 파트너스는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다시 한번 깊이 사과드리며, 끝까지 책임을 다하고 진정으로 변화하는 글로벌 운용사로 거듭나겠다"고 약속했다.

앞서 지난 6월 MBK 파트너스는 MBK가 보유한 2조5000억 원 규모의 홈플러스 보통주는 무상소각한다고 밝힌 바 있으며, 설립자의 사재 출연 및 연대보증 등을 포함해 총 3000억 원의 재정 지원을 실행했다.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사진=MBK파트너스 제공, 뉴시스)

한편, 이번 MBK의 홈플러스 추가 재정 지원 결정에 국민들의 비난 목소리가 커진 부분도 적잖은 영향을 줬지만, 업계에서는 지난 19일 김병주 MBK 회장이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비공개 간담회가 지대한 영향을 줬다고 풀이한다.

간담회 이후 일주일이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MBK 파트너스측이 대국민 사과와 함께 홈플러스에 대한 추가적인 재정 지원을 밝힌 것이다. 

당시 간담회에서 MBK는 홈플러스에 대한 추가적인 재정 지원 계획을 내놓기로 약속한 것으로 파악됐다. 당정이 홈플러스 M&A에 어떤 역할을 할지는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으나 최소한 ‘홈플러스 사태를 해결하려면 M&A가 성사돼야 한다’는 공감대는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