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석의 서울시평] “사람이 갖고 있는 게 망치뿐이면 못 만 보인다”던데

2025-09-26     단국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9월1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을 매섭게 공격했다. 그는 이 대통령과 민주당을 향해 “손에 든 망치를 내려놓고, 겉으로는 협치를 외치면서 야당 파괴에 골몰하는 표리부동, 양두구육의 국정운영을 당장 그만둬야 한다”고했다. 송 대표의 망치 주장은 망치에 관한 격언을 떠올리게 했다. “사람이 갖고 있는 게 망치뿐이면, 눈에는 못 만 보인다”는 것 그것이다.

국회 다수의석을 점유한 집권세력은 윤석열 대통령을 “내란 우두머리”로 규정, 탄핵했고 감옥에 가두었다. 윤 정부의 한덕수 국무총리와 상당수 장관들 그리고 당시 추경호 원내대표 등 10여 명의 의원들도 “내란 방조자”로 수사대상에 올렸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은 한 전 총리에 대해 12.3 비상계엄 방조죄로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내란방조죄를 함부로 갖다 부치지 말라는 경고였다.  “갖고 있는 게 망치뿐이면, 눈에는 못만” 보이듯이 집권세력은 갖고 있는 게 탄핵과 내란뿐이므로 모든 게 내란으로 보이는 것 같다.

집권세력은 특검을 발족시키면서 명칭도 ‘내란 특검’으로 했다. 김용현 국방장관을 제외한 대부분의 윤 정부 각료들과 국민의힘 의원들은 윤 대통령의 위헌위법적인 12.3 비상계엄을 선동하거나 지지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도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국민의힘을 “내란 정당”으로 못 박고 “10번 100번 정당 해산감”이라고 했다.  

그런가 하면 민주당 내란특검대응특별위원회(내란특위)는 국민의힘 소속 오세훈 서울시장, 유정복 인천시장, 김진태 강원지사 등이 내란에 가담한 의혹이 있다며 특검에 수사를 의뢰했다. 또 민주당은 서울시와 부산시의 “내란 부화 수행 정황이 드러났다”며 행정부의 감찰을 요구하였다. 민주당이 내년 6월 실시될 지방선거를 의식, 서울•부산•인천•강원도 등의 시장•도지사에게 흠집을 내기 위한 정치공작이라고 비판되기도 한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집권세력은 ‘내란 특별재판부’를 별도로 설치하겠다고 했다. 서울 중앙지법이 한 전 총리에 대한 특검의 구속영장을 거부하자 민주당은 재판부를 못 믿겠다며 ‘내란 특별재판부’를 별도 설치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삼권분립 침해임이 명백하다.

집권세력은 국민의힘을 공격할 때 “내란”을 약방의 감초처럼 끼워 넣는다. 내란죄로 대통령을 감옥에 가두더니 총리와 상당수 각료들, 국민의힘 원내대표, 의원들을 “내란 방조자 “내란 공범” 등으로 몰아 수사선상에 올렸다. 국민의힘을 “내란 정당”으로 단정, 해산시켜야 한다고 했다. 대한민국 건국 연도도 민주당과 달리하면 “역사 내란”이라고 한다. 그 밖에도 집권세력은 재판부가 자신들이 바라는 대로 판결하지 않자 ‘내란 특별재판부’를 별도로 설치하겠다고 했다.

집권세력은 3권 분립마저 흔들면서 국민의힘을 “내란” 형틀에 가둔다. 그러나 “내란”이란 죄명보다는 “친위 쿠테타”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내란죄는 형법에 따르면 국토를 참절하거나 국헌을 문란시킬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키는 내란으로 규정한다는 데서 그렇다. 윤 대통령의 평화 시 12.3 계엄선포는 위헌위법이었지만, 4시간 후 철회했다. 이미 대통령과 계엄령 관련자들이 파면됐고 감옥에 갇혀 “내란”은 끝장났다. 앞으론 어느 대통령도 언감생심 계엄선포를 함부로 꺼낼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일부 국민들은 집권세력이 아직도 입만 열면 “내란”을 외쳐댄다며 피로감애 졌고 식상해한다. 문재인 정권이 ‘적폐청산’을 내세워 전 정권세력의 멱을 땄던 것처럼 이재명 정권도 “내란”을 앞세워 전 정권세력의 숨통을 죈다는 견해도 있다. 여기에 “갖고 있는 게 망치뿐이면 눈에는 못만 보인다”는 격언을 되새겨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