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코스피 5000 시대, 올해 연말 가능하다. 사실일까?

올해는 ‘불가능’... 장기적으론 ‘열려 있다’

2025-10-01     이지훈 기자

[검증대상]
[일요서울 l 이지훈 기자] 이재명 정부가 들어서면서 ‘코스피 5000’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코리아 디스카운트 원인으로 지목된 자본시장과 기업 지배구조의 불합리한 관행·제도를 바로잡고 있다. ‘코스피 5000’의 실현 가능성을 두고 각종 커뮤니티와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말이 많다. 정말 실현 가능한 꿈인지 일요서울이 알아봤다.

[검증방법]
-이재명 정부의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핵심 정책 효과와 부정적 영향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전 교수 인터뷰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리서치 센터장 인터뷰
-신승진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 인터뷰

[검증내용]
지난 대선 직전 코스피는 대내외적 위기로 인해 2693.97 수준이었다. 지난 9월 24일 기준 코스피는 3472.87원을 기록했다. 이 대통령이 취임한 후 30%가량 오른 수준이다. 그의 대선공약인 ‘코스피 5000’이 실현되는 것이 아니냐는 기대감이 시장에 퍼지면서 현재 각종 주식 커뮤니티와 국내 주식 시장에서는 ‘코스피 5000’ 실현 가능성을 두고 설전이 이어지고 있다. 

현 정부가 지목하는 국내 주식시장이 저평가받는 이유는 자본시장과 기업 지배구조의 불합리한 관행·제도다. 이에 따라 ▲기업 자사주 소각 의무화 ▲집중투표제·감사위원 분리 선출·전자주총 의무화·이사의 책임 대상을 ‘회사’뿐 아니라 ‘주주’까지 확대 등을 포함한 상법 개정안 ▲가상자산 활성화 ▲세제 개혁 ▲주가조작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도 등을 통해 국내 주식 시장 정상화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코스피5000특위 위원장이 지난 7월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경제는 민주당' 특강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넘어 코리아 프리미엄으로'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뉴시스]

현재 기업 지배구조를 흔드는 상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데 이어 1년 내내 파업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한 ‘노란봉투법’ 등이 통과될 예정인 가운데 코스피 기업들의 추가 성장 요인이 떨어지고 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정책이 기대 키워

미국 경제지 포브스가 집계한 글로벌 2000대 기업의 최근 10년 추이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미국(2015년 575개→2025년 612개)과 중국(180개→275개)은 2000대 기업에 진입한 기업 수가 큰 폭으로 늘어난 데 비해 한국은 66개에서 62개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국내 기업 일부를 제외하고는 성장이 둔화된 것을 보여준다. 기업 성장 속도 또한 미국 중국 기업에 비해 뒤처지는 상황이다. 현재  탄핵정국 등과 같은 악재요인 해소에 더해 저평가 받던 기업가치가 재평가 받으면서 코스피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하지만 코스피 기업들의 실적이 낮아진다면 코스피 상승 모멘텀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박희찬 미래에셋 리서치 센터장은 단기적으로 연말까지 KOSPI 5000 달성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했다. 박 센터장은 “저희가 지수 레인지를 제시하지는 않지만, 현재 경제 구조와 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단기간 내 목표 달성은 현실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경제 성장과 기업 이익 증가가 지속되면 주가 지수는 상승할 수 있다. 박 센터장은 “경제가 성장하고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기업 이익 절대 규모가 커지면서 KOSPI 지수도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며 “밸류에이션 상승까지 겹치면 상승 속도는 더 빨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디플레이션 환경이나 산업 경쟁력 약화 등 구조적 요인은 주가 상승을 제한할 수 있다. 

-잠재성장률·기업 실적 둔화가 발목

박 센터장은 일본 사례를 언급하며 “경제가 디플레이션에 빠지면 기업 매출과 이익 성장이 당연하지 않아 주가 상승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 역시 기존 산업의 효율성 개선과 구조조정, 신규 성장 산업 육성 등 경제 구조 개선이 장기적 KOSPI 5000 달성의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신승진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중장기적으로 코스피는 5000pt까지 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단기적 관점에서는 “연말까지 코스피는 3800pt까지 상승할 수 있다”며 “이는 21년 코스피가 기록했던 역사적 P/B 밴드 상단인 1.2배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관세 불확실성은 상존하고 있지만, 반도체 중심의 실적 개선이 명확해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P/B 1.2배는 과거 코로나19 이후 유동성 장세에서 기록했던 밸류에이션이나, 코스피 ROE와 유사한 중국 상해, 일본 Topix, 싱가폴 STI가 P/B 1.3~1.4배에 거래되고 있음을 감안하면 부담스러운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한다”고 부연했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전 교수는 단기적으로 KOSPI 5000 달성은 어렵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성장률이 올라가야 KOSPI도 올라갈 수 있는데, 현재 잠재성장률 수준으로는 연말까지 지수 5000 달성은 힘들다”고 설명했다.

김 전 교수는 장기적으로 주가지수는 명목 GDP 성장률과 연동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최근 5년간 1.6~1.8% 수준에 불과하며, 정부가 제시한 3% 달성은 쉽지 않다고 평가했다. 잠재성장률이 낮으면 소득 증가와 기업 이익 증가 속도도 둔화돼 장기적 KOSPI 상승에도 제한이 따른다는 것이다.

김 전 교수는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1970~80년대 10%대에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5%대로, 최근에는 2% 안팎까지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구조적 성장 둔화는 주가 상승의 근본적 한계 요인이며, 현재 성장률 수준에서는 KOSPI 5000 달성이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검증 결과]
코스피가 최근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연말까지 코스피 5000을 달성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중장기적 관점에서는 지속된 경제 성장과 기업 이익 증가가 동반된다면 코스피 5000은 달성할 가능성이 낮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