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훈 원장의 정형외과 이야기] 허리와 무릎이 보내는 경고 신호에 귀기울여야⋯

하루 5분 미만 ‘작은 스트레칭’⋯ 근골격계·심혈관계 위험 낮춰

2025-09-26     정리=김정아 기자

민족 대명절 추석은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오순도순 식사를 나누고 안부를 전하며 정을 나누는 따뜻한 시간이다. 오랜만에 고향을 찾는 설렘속에서 풍성한 음식 준비와 차례 지내기, 성묘 등으로 추석은 휴일을 넘어 우리 삶에서 특별한 의미를 가진 날이다. 그러나 자칫 관절을 소홀히 다뤄 즐겁고 소중한 시간 뒤에 불청객 같은 신호가 따라온다.

진료실에서는 명절 직후 허리와 무릎·손목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평소보다 훨씬 늘어난다. 흔히 ‘명절 증후군’이라고 불리는 현상이다. 최근 해외 논문에 의하면 특정 시기에 육체적 부담이 집중될 경우 단기간에도 근골격계 질환 발생률이 평소보다 두 배 가까이 높아진다. 이말인즉 추석은 가족과 마음을 나누는 시간인 동시에 관절 건강에 경고등이 켜지는 시기라는 점이다. 

음식 준비와 손목·어깨 통증

추석 음식 준비는 고된 노동 시간이 동반된다. 전을 부치고 나물을 무치며 무거운 솥을 옮기는 과정에서 손목과 어깨에 과부하가 걸린다. 특히 손목을 반복적으로 꺾는 동작은 손목터널증후군으로 이환될 확률을 높인다. 손바닥 저림이나 손목 통증이 심해지면 더 이상 단순 피로가 아니라 신경 압박의 신호일 수 있다. 어깨도 마찬가지다. 장시간 팔을 들어 음식을 준비하면 회전근개에 손상이 누적되어 어깨 충돌 증후군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음식 준비 시에는 중간중간 손목을 젖혀주는 스트레칭과 어깨 돌리기를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바닥 문화와 무릎·허리 통증

현대 전통 문화에서 좌식 생활은 보편화 되어 있다. 명절에는 절을 하고 바닥에 앉아 음식을 준비하면서 긴 시간 식사를 하는 일이 비일비재 하다. 앉았다 일어날 때 무릎 관절에는 체중의 3~4배 무게가 실린다. 이때 연골이 약해진 중장년층이나 노인에게는 큰 부담이 된다. 실제 연구를 인용하면, 쪼그려 앉는 자세를 반복할수록 퇴행성 관절염 진행이 빨라진다는 보고도 있다. 허리 역시 바닥에서 장시간 구부정하게 앉아 있으면 척추의 C자 곡선이 무너지고, 추간판(디스크) 압력이 올라가 요통이나 디스크 증상을 유발한다. 가능하다면 장시간 바닥 생활을 피해 방석이나 작은 의자를 활용하는 것이 좋다.
한편, 추석의 또 다른 복병은 귀성길 장거리 운전이다. 몇 시간씩 한 자세로 앉아 있으면 허리 디스크에 지속적으로 압력이 가해진다. 목도 앞으로 숙여진 채 고정되면서 경추 디스크 위험이 증가한다. 특히 체중이 많이 나가거나 평소 허리 통증이 있는 사람은 더욱 조심해야 한다. 최소 1~2시간마다 휴게소에 들러 5분 정도 가볍게 걸으며 허리와 목을 풀어주는 것이 필수다. 발목을 위아래로 움직이는 간단한 발목 펌프 운동만으로도 혈액순환이 개선되어 다리 저림과 부종을 예방할 수 있다. 운전석에 작은 쿠션을 받쳐 허리 곡선을 유지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무거운 물건 들기와 허리 부상

추석에는 제사상 차림이나 성묘를 준비하면서 평소보다 무거운 물건을 들어 올리는 일이 많다. 쌀이나 제수용품이 담긴 상자를 옮기거나 제사상을 들다 보면 허리에 순간적인 큰 압력이 가해진다. 이때 허리를 구부린 채 들어 올리면 요추 추간판에 집중적으로 힘이 실려 디스크 손상 위험이 커진다. 실제로 연구에서도 잘못된 물건 들기가 허리 부상의 가장 흔한 원인 중 하나라고 보고된바 있다. 올바른 방법은 무릎을 굽혀 앉은 뒤 허리를 곧게 세우고 물건을 몸 가까이 붙여 일어나는 것이다. 또한 혼자서 감당하기 힘든 무게라면 반드시 두세 명이 나눠 드는 것이 안전하다. 작은 방심이 명절 이후 큰 통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과식과 체중 증가가 관절에 미치는 영향
 
추석 연휴에는 평소보다 기름지고 짠 음식을 과식하기 쉽다. 단기간 체중 1kg이 늘어나면 보행 시 무릎은 3~4kg의 추가 압박을 받는다. 연휴 내내 이어진 폭식과 운동 부족이 겹치면 관절염 증상이 악화되거나 허리 통증이 심해질 수 있다. 여기에 술자리와 고단백 음식은 요산 수치를 높여 통풍 발작을 일으킬 위험도 있다. 따라서 연휴 동안에는 “많이 먹는 것”보다 “적당히 나누어 먹는 것”이 관절 건강을 지키는 첫걸음이다. 식사 후에는 가볍게 10분 정도 산책을 하거나 최소한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움직이는 습관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잘못된 회복 습관

명절이 끝나면 “며칠 쉬면 낫겠지”라며 통증에 노출된 신체를 방치하거나 오히려 무리하게 운동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급성 통증이 있을 때는 냉찜질로 염증을 가라앉히는 것이 우선이다. 뜨거운 찜질이나 사우나는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또한 무거운 물건을 들거나 갑자기 강도 높은 운동을 시작하는 것은 회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통증이 2주 이상 지속되거나 점차 심해진다면 반드시 전문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예방 위한 ‘작은 스트레칭’

명절 기간 관절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작은 습관이 중요하다. 음식 준비 중에는 손목과 손가락을 10초간 뒤로 젖히는 스트레칭을 수시로 하고 어깨를 크게 돌려 긴장을 풀어주자. 바닥에서 오래 앉아 있을 때는 20분마다 일어나 허리를 좌우로 돌려주는 허리 비틀기를 권한다. 운전 중에는 정차 후 목 옆 근육을 늘려주는 스트레칭과 가슴 열기 스트레칭을 15초씩 20초 유지, 하루 총 3세트 정도가 권장된다.

여기에 명절 내내 과식 후 소화불량과 함께 복부팽만을 호소하는 환자도 많다. 복부가 당겨지면 허리 통증이 심해질 수 있으므로 식후에는 5분 정도 가볍게 걷는 습관을 권한다. 또한 앉아서 무릎을 번갈아 들어 올리는 동작만으로도 고관절과 허벅지 근육을 자극해 허리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이런 작은 동작들이 모여 큰 차이를 만든다. 이는 해외 임상 논문에서도 제시된 권고장치로 규칙적인 스트레칭과 가벼운 활동이 근골격계 통증 예방에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와 일치한다.

추석은 가족과 함께하는 즐거운 명절이지만 우리 몸에는 ‘명절 증후군’이라는 부작용을 남기기도 한다. 논문에 의하면 정기적인 스트레칭과 생활 습관 만으로도 목·허리·무릎 통증을 30% 이상 줄일 수 있다. 또 다른 분석에서는 하루 5분 미만의 짧은 스트레칭만으로도 근골격계와 심혈관계 질환 위험을 동시에 낮출 수 있다고 한다.

스트레칭은 뭉친 근육을 푸는 차원을 넘어서 예방의학적 의미가 있는 생활 습관이다. 실제로 꾸준히 실천하는 사람은 통증이 시작된 뒤 병원을 찾는 경우가 확연히 줄어든다. 치료는 증상이 생긴 뒤 시작되지만 예방은 오늘부터 당장 실천할 수 있다. 이번 추석에는 음식을 장만하는 주부, 귀성길 운전에 나선 가장, 오랜만에 모여 절을 올리는 어르신까지 모두가 함께 실천할 수 있는 건강 습관이 바로 ‘작은 스트레칭’이다. 
이번 명절, 우리 가족의 건강을 위해 작은 움직임과 생활 관리로 관절을 지켜내자. 그 작은 습관이 쌓여 10년 뒤에도 허리와 무릎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선물이 될 것임이 틀림없다. 

< 충무로 정형외과 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