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일요서울 카스토리 (267) 혼다 파일럿 블랙 에디션...‘대형 SUV의 스탠다드’ V6 엔진음에 취하고 공간에 감탄하다

압도적인 공간, 차박까지 가능한 활용성...주행은 부드러워 9인치 인포테인먼트 화면은 작고, 계기판은 심플

2025-09-30     이정하 기자
혼다 파일럿 블랙 에디션 정면 [이정하 자동차전문기자]
혼다 파일럿 블랙 에디션 측면 [이정하 자동차전문기자]

 

[일요서울 ㅣ 이정하 자동차전문기자] 서울 도심을 빠져나와 김포 교외, 낮은 산길까지 달렸다. 혼다의 8인승 대형 SUV, ‘파일럿 블랙 에디션’은 이름처럼 검은 차체와 붉은 스티치로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지난해 풀체인지로 상품성이 대폭 강화된 파일럿은 공간과 주행 성능에서 이미 호평을 받아왔는데, 이번 블랙 에디션은 여기에 고급스러운 감각을 더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공간이다. 1열과 2열은 물론 3열까지 성인 탑승이 가능한 여유를 제공한다. 도심에서 가족과 함께 이동할 때는 물론, 교외 드라이브에서도 탑승자 모두가 편안했다.

혼다 파일럿 블랙 에디션 트렁크 내부 [이정하 자동차전문기자]

 

2·3열을 접으면 바닥이 평평하게 이어져 사실상 ‘풀플랫’ 차박 공간이 된다. 트렁크 선반까지 이어지는 광활한 공간이 만들어 지는 만큼 차박을 즐기는 운전자들에게는 만족스런 환경을 제공한다.

수납도 영리하다. 대형 컵홀더와 콘솔이 곳곳에 배치됐고, 2열 중앙 시트는 분리해 트렁크 하단에 보관하면 곧바로 캡틴 시트로 변신한다. 도어 개방 각도가 커서 짐을 싣고 내리기도 편하다. 실제로 산길에서 캠핑 장비를 싣고 내릴 때 편리함을 실감했다.

혼다 파일럿 블랙 에디션 1열과 센터페시아 [이정하 자동차전문기자]

 

파일럿 블랙 에디션의 심장은 V6 3.5리터 자연흡기 엔진이다. 10단 자동변속기와 맞물려 도심의 정체 구간에서는 조용하고 부드럽게, 고속도로에선 묵직한 힘을 발휘한다. 시속 140km/h를 넘어서도 꾸준히 속도를 이어가는 안정감은 이 차의 최대 강점이다.

서울 도심의 요철 구간에서도 충격을 잘 흡수했고, 김포 외곽의 산길 와인딩에서는 덩치에 비해 민첩하게 몸을 눌러주며 롤을 억제했다. 라이벌 브랜드로 꼽히는 차들과 비교해도 승차감은 좋은 편이다. 한마디로 부드러움과 단단함을 동시에 잡았다.

엔진음은 거칠지 않고 정제돼 있어 “V6 엔진음에 취한다”는 표현이 자연스럽다.

혼다 파일럿 블랙 에디션 디지털계기판 [이정하 자동차전문기자]

 

디자인은 블랙 에디션의 차별점이다. 전면 블랙 그릴과 전용 엠블럼, 20인치 블랙 알로이 휠이 압도적인 분위기를 만든다. 실내는 레드 스티치와 앰비언트 라이트가 스포티한 감각을 살렸다. 시트 촉감도 부드럽고 고급스럽다. “블랙 에디션은 항상 옳다”는 말이 떠오른다.

물론 단점도 있다. 경쟁 모델과 비교하면 인테리어 그래픽이 구식이다. 9인치 인포테인먼트 화면과 계기판 그래픽은 다소 촌스럽게 느껴졌다. 내장 내비게이션이 없어 스마트폰 연결에 의존해야 하며, 안드로이드 오토는 유선 연결만 지원한다.

연비도 걸림돌이다. 복합연비는 8.3~8.4km/L 수준이고, 시내 주행에서는 5~6km/L까지 떨어졌다. 대배기량 자연흡기 엔진의 한계다. “연비가 좀 아쉽다. 혼다의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이 필요하다”는 반응이 나온 이유다.

혼다 파일럿 블랙 에디션 2열 [이정하 자동차전문기자]

 

편의 기능에서도 아쉬움이 남는다. 2·3열 폴딩은 전동식이 아닌 수동이며, 3열은 장거리 주행 시 다소 딱딱하게 충격을 전달했다.

서울 도심을 빠져나와 김포 외곽 산길까지 주행한 결과, 파일럿 블랙 에디션은 대형 SUV 본연의 장점을 극대화한 모델이라는 인상을 남겼다. 넉넉한 공간과 완벽한 차박 활용성, 정숙하고 힘 있는 V6 엔진, 그리고 블랙 에디션 특유의 존재감이 강력한 매력이다.

혼다 파일럿 블랙 에디션 9인치 인포테인먼트 [이정하 자동차전문기자]
혼다 파일럿 블랙 에디션 물리버튼들 [이정하 자동차전문기자]

 

반대로 최신 인포테인먼트나 연비 효율, 전동식 편의 사양을 중시하는 소비자라면 아쉬움을 느낄 수 있다. 결국 이 차는 “가족과 함께 넓은 공간을 누리고, 안정적인 V6 주행을 즐기며, 블랙 카리스마를 원한다”는 운전자에게 가장 잘 어울린다.

혼다코리아가 말한 대로 ‘대형 SUV의 스탠다드’라는 표현이 무색하지 않은, 혼다식 정통 SUV의 매력이 오롯이 담긴 모델이었다.

혼다 파일럿 블랙 에디션 1열 [이정하 자동차전문기자]
혼다 파일럿 블랙 에디션 후면 [이정하 자동차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