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어민·상인·소방관계자·시민단체, 한목소리로 세종보 재가동 촉구

세종시민들, 30일 오전 세종시청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 가져

2025-10-03     김교연 기자
세종보가동추진주민협의체 서용숙 사무국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김교연 기자) 

[일요서울 l 세종 김교연 기자] 문재인 정부에서 세종보 가동이 멈추어진 이후 농업, 어업, 상업, 재난관리 등 세종시 전반에서 심각한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최근 엎친데 덮친격으로 환경부가 세종보 재가동 중단을 공식적으로 선언하자 참다 못한 세종시민들의 재가동을 요구하는 절규가 지역사회 전반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30일 오전 세종시청 브리핑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는 농업인, 어업인, 수변상가 상인, 수상레저 관계자, 소방·재난 관계자, 시민 대표 등이 직접 나서 각자의 절박한 사정을 토로했다. 

이들은 세종보가동은 농업, 재난 안전, 어업 등 다방면의 시민 생존권과 직결된 문제임을 강조하며, 환경부와 정부 당국이 시민의 목소리를 반영한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결정을 조속히 내릴 것을 재차 촉구했다.

재난 소방관계자 " 화재 진압시 소방 헬기 물 수송 등 긴급 대응 어려워"

이날 장거래 전 세종시 소방본부장은 세종보가 단순한 수리시설을 넘어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안전 인프라라는 주장을 제기했다. 그는 “기후위기 시대에 세종보가 안정적으로 운영돼야만 가뭄과 대형 화재 등 재난 상황에서 비상용수 확보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세종보를 통한 금강 수위 유지가 흔들릴 경우, 소방 헬기 물 수송 등 긴급 대응이 어려워지고, 곧바로 화재 진압과 시민 안전에 큰 위험이 따른다”고 밝혔다.

또한 “제천과 방축천의 수량 감소와 지하수위 하락이 이미 나타나고 있어, 환경단체의 금강 수위와 무관하다는 주장은 현실을 외면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세종보는 돌발 가뭄과 대형 화재 발생 시 비상용수 확보의 핵심 자원”이라며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안정적인 수위 관리가 곧 안전망”이라고 강조했다.

세종시는 고밀도 주거지, 대형 복합시설, 관광시설 등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화재나 대형 사고 발생 시 신속하고 지속적인 용수 공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세종보가 정상적으로 관리되지 않으면 소방용수 확보가 불안해지고, 이는 곧 시민 안전과 직결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세종보 운영은 단순히 물을 가두는 것이 아니라, 시민 안전을 지탱하는 공공안전 시스템의 일부로 인식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보가동주추진주민협의체 등 세종시민이 30일 기자회견을 열었다(사진=김교연 기자)

수변상가 대표  “수변상가 가게들이 버티지 못하고 떠나”

금강 수변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영진씨는 장기간 보 개방으로 인한 상권 붕괴를 생생한 목소리로 전했다. 

그는 “세종보가 개방된 지난 몇 년, 금강은 강이 아니라 상처였다. 가뭄철과 겨울철이면 강바닥이 드러나 황량한 모래톱만 이어졌고, 장마철이면 산책로와 체육시설, 벤치, 자전거도로가 물에 잠겼다. 수위는 들쭉날쭉했고, 시민은 떠나고 상인은 무너졌다.”고 밝혔다. 

그는 “수상레포츠는 불가능해졌고, 축제와 크고 작은 행사도 열 수 없었다. 매년 열리던 불꽃놀이와 드론쇼조차 환경단체의 반대로 정상 개최가 힘들었다. 결국 시민들이 힘을 모아 어렵게 치렀지만, 강바닥이 드러난 탓에 전기보트가 걸려 시민들이 낭만 대신 불편만 안고 돌아갔다”며 현실을 고발했다.

이 대표는 “지금 수변상가는 텅 빈 점포만 늘어나고 있다. ‘수변이니 언젠가는 장사가 잘 되겠지’라며 들어온 가게들이 버티지 못하고 떠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서울 한강 여의도, 대전 갑천, 대구 신천, 춘천 의암호와 비교해보면 세종은 너무도 초라하다. 이대로는 세종의 금강이 문화도, 활력도 없는 죽은 공간으로 남게 될 것이다. 세종보를 재가동해 금강을 시민의 희망과 자부심이 살아 숨 쉬는 공간으로 되살려야 한다”고 절규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수변상가대표로 이영진씨가 발언을 했다(사진=김교연 기자)

농업인 대표 “세종보 개방후 지하수위 1m 낮아져”...농업용수 부족 대책마련 요구 

이날 금강 인근에서 농사를 짓는 채재학 씨는 세종보의 필요성을 강하게 역설했다.

그는 “세종보는 우리 농업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시설이다. 보 덕분에 금강 수위가 안정돼 가뭄에도 농작물을 지킬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8월에도 농민들이 세종시에 농업용수 부족과 대책 마련을 요구한 바 있다며 세종보 가동은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필수 시설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최근 강릉의 극심한 가뭄 사태를 거론하며 “이것은 남의 일이 아니라 세종시에도 닥칠 수 있는 경고”라고 경계했다.

채 씨는 또 “세종보 해체가 경제적으로 유리하다고 말하는 정부 보고서는 일부 지표와 예측에만 의존한 결과일 뿐, 실제 농민이 체감하는 편익과 생산 안정성은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실제 세종시 자료를 근거로 “금남면은 세종보에서 2㎞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데, 지하수위가 2020년 –2.4m에서 2023년 –3.4m로 무려 1m나 낮아졌다. 반대로 농업용수 확보를 위한 지하수 허가와 신고 건수는 보 개방 이후 6년간 부강면은 16%, 금남면은 30%나 늘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농업과 화훼업은 물이 생명이다. 방축천, 제천 등 1생활권만 해도 하루 2만5천 톤 이상의 용수가 필요하다. 그런데 보가 열리면 양수 비용은 늘고 지하수위는 낮아져 피해는 커질 수밖에 없다”며 “돌발 가뭄과 기후위기 속에서 안정적인 농업용수 확보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세종보 재가동과 실효성 있는 물 관리 대책을 통해 농업과 환경이 함께 살아갈 수 있기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호소했다.

어민 대표 “세종보 개방후 어획량 줄고 어종도 바뀌어" 

세종시 어업인연합회 신용욱 회장은 보 개방이 어업에 미친 심각한 피해를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그는“보 개방 이후 치어 유실과 산란장 축소가 현실로 나타났다. 세종보가 가동될 때는 예측 가능한 수위를 기반으로 어장 관리, 치어 보호, 산란장 확보를 해왔지만, 지금은 어족 자원이 급격히 변동하고 있다. 강의 모습은 확연히 달라졌다. 어획량은 줄고 어종도 바뀌었다. 산란기 때 물살과 수온이 변하면서 치어가 제대로 자라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 어민들은 강의 생태와 환경이 중요하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급격한 개방과 수위 변동은 생태계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다”며 “저희의 요구는 단순하다. 정치적 공방을 떠나 실제 데이터를 기반으로 시험가동과 모니터링을 통해 과학적으로 판단해 달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저희 어업인들이 직접 참여하고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해 달라”고 강조했다.

신 회장은 끝으로 “금강은 우리의 삶터이자 미래다. 강이 살아야 우리도 살 수 있다. 환경 보호와 생업 보전은 양립 가능하며, 보의 가동을 통해 어족 자원을 유지하면서도 생태계 균형을 고려한 운영 방식이 가능하다고 믿는다”며 절실히 호소했다.

시민 대표 “세종시민 여론은 이미 재가동 찬성 87%로 압도적으로 높아” 

세종보 가동추진주민협의체 홍승원 대표는 “세종시가 상반기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재가동 찬성은 42.4%로 반대의 두 배였다. 최근 지역커뮤니티인 세종시닷컴 무기명 여론조사에서도 찬성은 87%로 월등히 높게 나타났다. 이는 시민들이 안정적 수위와 친수공간을 원한다는 분명한 신호다”라고 강조했다.

세종시닷컴에서 진행된 무기명 여론조사 결과(자료=세종시닷컴 갈무리) 

그는 “세종보는 행복도시 기본계획에 따라 건설됐으며 4대강 사업과는 무관하다. 환경단체의 정치적 선동이 아니라,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여론조사와 공개 토론을 통해 시민 의견을 모아내겠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각계 대표들은 “세종보는 농업과 어업, 상권과 문화, 소방안전까지 걸려 있는 도시의 심장이다”라며 “더 이상 정치적 논쟁에 매몰될 게 아니라 시민과 지역을 위한 과학적이고 투명한 결정이 내려져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