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국가 위기 외면한 대통령…예능에 웃고 여당은 찬양”...대여 투쟁 선봉장
-. 장동혁 체제 들어 ‘추·나 대전’ 주인공으로 정치적 재부상 -. 나경원 의원 ‘나다르크(나경원+잔다르크)’ vs 추미애 위원장 ‘추다르크’
나경원(서울 동작구을) 국민의힘 의원이 이재명 대통령의 최근 행보를 강도 높게 비판하며 범야권 정치리더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5선 중진으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추미애 위원장과 맞서며 ‘추·나 대전’의 한 축으로 주목받는 한편 이 대통령을 정면으로 공격하며 대여 투쟁 선봉장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나 의원은 8일 페이스북에서 “국가전산망 마비와 미국·EU의 관세 폭탄으로 산업이 붕괴 위기에 처했는데 대통령은 예능에서 희희낙락, 여당 인사들은 이를 칭송하며 국민의 고통을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온갖 조작과 거짓선동, 극단적 언어로 국가 권력을 악용해 야권 인사들에 수갑을 채우고 탄압하는 데만 열을 올린다”며 “국민의 삶과 나라가 절단나든 간에 자신들과 자신들의 기생·공생 세력만 잘되면 그만이라는 것이냐. 참담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화재로 국가전산망이 여전히 먹통이고 한미 관세 협상은 대실패 상태로 교착돼 있다. 자동차 관세가 0%에서 25%로 올라 경쟁력이 추락했고, 철강은 25%에서 50%로 인상돼 생존 위기에 몰리고 있다. 제약·바이오·반도체 산업도 100% 관세 폭탄을 맞고 있다”고 강조했다.
나 의원은 특히 “여기에 3,500억 달러 선불 투자 주장이 겹쳐 산업 기반이 더욱 악화일로에 있다”며 “이로 인해 원·달러 환율이 1,420원을 돌파해 산업 원가와 수입 물가가 동반 상승, 국민 부담이 대폭 증가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또 불법 체류 외국인 증가와 내국인 고용 불안, 해외 취업 사기 피해 문제를 지적했다.
“국내에서 일자리를 잃은 국민들이 해외로 내몰리고 있다. 올해 1~7월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한국인 취업 사기·감금 피해만 252건에 이른다. 정부는 국민의 생존권 보호보다 정쟁과 권력 유지에 몰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중대재해처벌법과 상법 개악 등 여권이 추진한 법대로라면 이재명 대통령과 정청래 대표부터 해임 의결과 처벌을 받아야 마땅하다”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나 의원의 강경 발언은 장동혁 대표 체제 출범 이후 당내 입지가 급부상한 흐름과 맞물린다.
한때 윤석열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 분류됐지만, 윤 전 대통령 탄핵과 6·3 조기 대선을 거치며 정치적 입지가 흔들렸던 그는 올해 4월 국민의힘 대선 경선 1차 투표에서 탈락했고, 대선 패배 직후 윤희숙 당시 혁신위원장으로부터 “당을 탄핵의 바다로 밀어 넣었다”며 인적 쇄신 대상으로 지목됐다. 이후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하며 정치적 퇴조가 불가피해 보였다.
그러나 8월 장동혁 대표가 당권을 잡으면서 국면이 반전됐다.
장 대표는 나 의원을 법사위 야당 간사로 내세워 추미애 위원장이 주도하는 여당에 맞서도록 했다.
두 사람 모두 판사 출신 여성 정치인이라는 공통점 덕분에 법사위에서 ‘추·나 대전’ 구도가 형성됐고, 민주당이 간사 선임을 막기 위해 전례 없는 무기명 투표를 강행하면서 오히려 나 의원의 존재감이 부각됐다.
그는 추미애 위원장을 겨냥해 “헌정 질서를 파괴하고 국회법을 위반한 독단적 운영을 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대여 강경 투쟁의 선봉에 섰다.
법사위 내 공방이 격화되자 정치권에서는 나 의원을 ‘나다르크(나경원+잔다르크)’로 부르며 추 위원장의 ‘추다르크’와 맞서는 상징으로 평가했다.
나 의원은 최근 국정감사와 각종 현안 대응에서 선명한 야당의 목소리를 내며 당내 입지를 공고히 했다.
과거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시절인 2019년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으로 징역 2년이 구형된 재판을 최근 마무리하며 대여 투쟁의 상징성을 다시금 부각시키기도 했다.
나 의원은 또 내년 지방선거를 총괄할 선거기획단 위원장으로 임명돼 선거 전략 수립과 조직 관리의 중책을 맡고 있다.
당 지도부는 “나 의원이 수도권 및 전국 단위 선거 전략과 조직 관리에서 탁월한 능력을 보여왔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국민의힘은 조기 대선 패배와 윤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약화된 조직을 재건하기 위해 수도권과 경기·인천 승리에 사활을 걸고 있는 만큼, 나 의원의 역할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서울시장 후보로 꾸준히 거론돼온 나 의원이 추미애 위원장이 출마가 유력한 경기도지사 선거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했지만, 나 의원은 7일 SNS 글에서 “서울에서 5선을 한 사람이 경기도지사로 출마하는 것은 경기도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며 출마설을 일축했다.
그는 “대한민국의 헌정질서를 지키는 것이 우리 아이들의 미래와 직결된 절체절명의 과제”라며 “법사위에서 야당 간사직의 소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정치권은 나 의원의 재부상 배경으로 장동혁 대표와의 유사성을 주목한다.
두 사람 모두 판사 출신으로 윤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한 이력이 있으며, 충청권이라는 지역적 접점도 있다.
다만 나 의원이 과거 윤 전 대통령을 두둔한 행보가 향후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는 지난 2월 서울구치소에서 윤 전 대통령을 면회했고, 4월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 직후에도 윤 전 대통령과 차담을 가졌다. 민주당은 이를 두고 “내란 동조”라며 수사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최근 나 의원은 중국인 단체 관광객 무비자 입국 정책을 비판하면서 혐중(중국 혐오) 논란에 휩싸였고, 법사위 활동 중 “초선은 가만히 있으라”는 발언이 권위주의적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이는 향후 확장성 있는 지지층 확보를 위해 극복해야 할 과제라는 평가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내년 지방선거를 당 재건의 전환점으로 삼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어, 나 의원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한 당 관계자는 “나 의원은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 정국 주도권을 쥘 기회를 잡았다”며 “장동혁 체제에서 보여주는 강단과 전략적 행보가 당의 수도권 재건과 본인의 차기 정치적 도약을 결정지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