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4000·10만 전자 돌파... “추위조차 잊게 만드는 상승폭”

급등에 따른 버블 우려... 전문가들 “실적 기반 상승”

2025-10-27     이지훈 기자
개인과 외국인의 강한 매수세에 힘입어 국내 대표 주가지수인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4000선을 넘어섰다. [사진 = 뉴시스]

[일요서울 l 이지훈 기자] 개인과 외국인의 강한 매수세에 힘입어 국내 대표 주가지수인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4000선을 넘어섰다. 이재명 정부가 공언한 ‘코스피 5000 시대’에 한 발 더 다가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급등에 따른 부담과 버블 우려가 제기되면서 단기 조정 가능성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개인·외국인 매수세에 힘입어 코스피 랠리
-미·중 무역 협상 기대감, 글로벌 증시 강세 동력

27일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오전 10시 20분 기준 코스피는 전장보다 1.74% 오른 4,010.01에 거래되고 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약 4개월 만에 지수가 46%나 상승하며, ‘코스피 5000’ 달성 가능성에 대한 시장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코스피 랠리 배경에는 미국 증시 강세와 미·중 무역 협상 기대가 맞물리며 매수세가 몰린 영향이 크다. 이달 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경주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정상회담이 예정돼, 미·중 무역 갈등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투자 심리를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양국이 희토류 수출 제한과 추가 관세 부과 문제를 한시적으로 보류하는 방향으로 합의 틀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 발언은 미·중 무역협상에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되며, 글로벌 위험자산 선호가 되살아나는 계기가 됐다.

한편 코스피의 급등세를 두고 과열 신호를 경계하는 의견도 존재한다. 특히 AI·반도체 테마에 자금이 몰리는 현상이 1999~2000년 닷컴 열풍과 유사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연초 대비 수십 퍼센트 상승한 지수 흐름은 과거 버블 정점 직전 급등 패턴을 떠올리게 한다.

글로벌 지표에서도 과열 조짐이 감지된다. 미국 주식시장의 밸류에이션과 기술 업종 비중이 닷컴버블 말기 수준에 근접하며 버블론을 키우고 있다. 국내 GDP 대비 시가총액 비율도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 증시가 실물 대비 과도하게 부풀려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반면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강세를 단순 거품으로 보기 어렵다고 진단한다. 핵심 업종인 반도체를 중심으로 기업 이익이 실제 개선되고 있고, 주가 역시 이를 반영하는 재평가 과정이라는 설명이다.

과거 닷컴버블이나 코로나19 유동성 장세와 달리, 근거 없는 테마주 급등이나 무리한 설비 투자가 나타나지 않는 점도 차별화 포인트다. 이런 이유로 “과열이라기보단 새로운 사이클 초입”이라는 분석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이날 코스피 4000 돌파와 함께 국내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도 장중 10만 1600원에 거래되며 ‘10만 전자’ 고지를 넘어섰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취임 3주년과 맞물려 호재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에스케이하이닉스도 4.31% 상승한 53만 2000원에 거래되며 두 반도체 대장주가 증시 상승을 주도했다.

삼성전자는 연결 기준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12조 1000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31.8% 증가했다. 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2분기(10조 4400억 원) 이후 5분기 만에 10조 원대를 회복했다. 매출은 86조 원으로 분기 기준 최초로 80조 원을 넘어섰다. 

반도체 사업은 2분기 바닥을 찍은 뒤 3분기에 최대 6조 원대 영업이익을 거둔 것으로 관측된다. 아울러 삼성전자의 잇따른 수주 소식과 HBM 경쟁력 회복 역시 주가 상승에 힘을 보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