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 취임 3년 이재용…사법 족쇄 벗고 종횡무진
- 그룹 컨트롤타워 복원에 힘 실리나 …경영 전면 등판 요구 커져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10여 년간의 사법 족쇄를 벗고 과감한 투자에 나서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10월 27일 회장 취임 3주년을 맞이했다.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사상 처음으로 10만 원을 돌파했다. 재계에서는 삼성전자가 다음 달 하순쯤 단행할 사장단 인사와 2017년 해체된 그룹 컨트롤타워의 재건 여부도 관심사다.
이 회장은 지난 7월 대법원 무죄 확정 이후 사법 리스크를 완전히 해소하고 숨 가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인수합병(M&A)을 통해 삼성의 4대 미래 먹거리로 AI, 로봇, 전장, 바이오 등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다.
지난해 5월에는 프랑스 의료 AI 기업 ‘소니오’를 인수했고, 12월에는 국내 로봇 기업 ‘레인보우로보틱스’를 자회사로 편입했다. 올해 5월에는 독일의 공조기업 ‘플랙트그룹’을 인수했으며, 7월에는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젤스’, 10월에는 암 조기진단 기업 ‘그레일’에도 투자했다.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취임 3주년에도 별다른 행사나 메시지를 준비하지 않고 경영 전략 수립에 매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 “그룹 컨트롤타워 재건 공감대 형성”
재계는 삼성전자가 다음 달 하순쯤 단행할 사장단 인사를 비롯해 연말 인사와 조직 개편에서 이 회장의 ‘뉴삼성’ 비전이 구체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2017년 해체된 그룹 컨트롤타워의 재건 여부도 관심사다.
삼성은 미래전략실 해체 이후 별도의 컨트롤타워를 두지 않고, 대신 삼성전자 계열 사업지원 TF, 건설 계열 EPC 경쟁력 강화 TF, 금융 계열 금융 경쟁력 제고 TF 등 3개의 TF를 운영 중이다. 하지만 TF 수준에서는 그룹 전반을 총괄하고 시너지를 모색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이유로 컨트롤타워 재건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도 컨트롤타워 필요성에 힘을 실었다. 그는 지난 21일 서울 서초구 삼성생명 서초사옥에서 열린 준감위 정례회의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제 개인적인 신념은 여러 번 말씀드렸다”며 “위원 중에서도 상당히 많은 분이 공감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제도가 아니라 운영이 문제”라며 “컨트롤타워가 최고경영진을 위한 조직이 되거나 정치권과 결탁할 위험을 내포하는 조직이 되지 않도록 준감위가 최선을 다해 방지하겠다”고 덧붙였다.
재계에서는 삼성전자에서 이 회장 총괄 부서를 서초사옥으로 옮긴 점, 주요 계열사 출신 인사들을 대거 합류시킨 점 등을 ‘제2의 미래전략실’ 구축을 위한 제반 작업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이런 가운데 최근 이 회장이 10년 만에 사법 리스크에서 완전히 벗어난 뒤 등기이사로 복귀해 책임경영을 펼쳐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이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는 내년 3월 예정된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앞서 이찬희 위원장은 책임경영 강화를 위해 이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를 여러 차례 요구한 바 있다.
이 위원장은 “(대법원 무죄 확정 후) 아직 만나지 못해 직접 건의는 못했지만, 저뿐만 아니라 많은 준감위원들이 책임경영이라는 측면에서 일관된 생각을 갖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삼성전자 측은 ‘(그룹 컨트롤타워 재건 검토는)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 취임 3주년 이재용, ‘뉴삼성’ 시동
한편, 이 회장의 취임 3년을 맞은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코스피 상장 이후 처음으로 10만 원을 돌파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 주가는 개장 직후 10만1300원으로 최고가를 기록했다. 전 거래일 9만9800원에서 2.53% 상승했으며, 시가총액은 587조 원에 달했다.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해 11월 14일 4만9900원까지 하락한 이후, 반도체 불황과 글로벌 경기 둔화로 고전하다가 경영진의 책임경영 강화 방안 발표 이후 급등세를 보였다.
여기에 전 세계적인 AI 데이터센터 수요 폭증으로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상승했고, HBM 사업의 정상화 전망과 스마트폰 판매 호조 등이 겹치며 상승세를 견인했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의 메모리와 파운드리 사업부는 최근 각각 글로벌 빅테크 선도사로부터 ‘인증’과 ‘수주’라는 문턱을 넘었다”며 “점차 ‘실적’과 ‘수율’로 증명해가며 주가 할인율을 빠르게 해소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적도 상승했다.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은 매출 36조 원, 영업이익 12조10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8% 증가하며 영업이익이 다시 10조 원대로 회복됐다. 반도체 부문은 약 6조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