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미리보는 2026 지방선거-1] “서울시장 날아갔다!” 수도권發 부동산 악재 ‘비상등’ 켜진 집권여당 차출론 ‘봇물’
- 내년 지방선거 수도권 비상, 특히 서울시장 선거 민주 패배 우려 확산
“부동산 때문에 서울시장이 날아갔다” 정부의 10.15 부동산대책 발표 이후 더불어민주당의 속앓이가 깊어지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탈환을 장담했던 서울시장 선거전에 비상등이 커졌기 때문이다. 수도권 부동산 민심은 최근 완전히 돌아섰다. 이 때문에 민주당 소속 출마 예정자로는 국민의힘 소속 현역인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맞대결에서 완패다.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오세훈 시장의 우위가 추세다. 민주당은 국정감사 기간 한강버스와 명태균 카드로 총공세에 나섰지만 여른은 돌아서지 않고 있다.
- 오세훈 시장 여론조사 우위 vs 민주 박주민·서영교·전현희·정원오 열세
- 참여정부-文정부 오세훈 연전연승…‘진보정부=집값 상승’ 공식 민심이반
- 박용만·한성숙 외부 인재영입설에 김민석·강훈식 빅2 차출론까지 등장
[일요서울ㅣ김준석 언론인] 서울시장은 내년 지방선거의 꽃이다. 수도 서울의 상징성은 물론 전국 민심을 체크해볼 수 있다. 단순한 17개 시도지사 중 하나가 아니다. 승리할 경우 여야 모두 2030년 대선에 대비한 유력 차기주자를 보유할 수 있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비상등에 시선을 외부로 돌리고 있다. 실제 역대 민주당 소속 서울시장은 현역 정치인이 아닌 외부 명망가였다. ‘행정의 달인’으로 불린 고건 전 국무총리와 시민단체의 대부였던 박원순 전 변호사가 대표적이다. 부동산 악재로 서울시장 탈환에 비상이 걸린 민주당의 위기 상황을 짚어봤다.
부동산 악재 수도권 민심 급변…박주민·서영교·전현희, 열세
민주당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탈환을 의심하지 않았다. 이재명 대통령의 안정적인 국정운영과 지지율 고공행진은 물론 코스피 4000시대 개막이라는 경제활성화를 내세워 수도권 민심을 확보한다는 방침이었다. 예상은 적중하는 듯했다. 강력한 대항마인 오세훈 시장의 상황도 좋지 못했다. 명태균게이트 논란과 한강버스 잡음으로 만신창이가 된 것은 물론 5선 서울시장에 대한 국민적 피로감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 분위기는 급변했다. 10.15 부동산대책 발표의 후폭풍이다. 서울시 전역과 과천, 광명, 분당 등 경기도 12개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고 주택담보대출 요건을 강화한 게 역풍을 불렀다. 정부의 대책 발표 이후 현실을 도외시했다는 지적에 민심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지난달 30일 공개된 전국지표조사(NBS,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응답률 16.7%)에 따르면, 10·15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응답자는 53%로 절반이 넘었다. 반면 ‘효과가 있을 것’이란 응답은 37%에 불과했다.
서울시장 가상 맞대결 역시 오 시장의 우위다. 정당 지지율에서 민주당이 국민의힘에 비해 우위라는 점에서 의외의 결과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당 자체 조사 역시 오 시장에 비해 열세”라면서 “참신한 비정치인으로 중도 확장성을 노려야 한다”는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실제 민주당 출마 예정자로 거론되는 박주민, 서영교, 전현희, 박홍근 의원은 물론 여권의 히든카드로 여겨졌던 정원오 성동구청장과 박용진 전 의원도 열세다. 게다가 조국혁신당이 서울시장 독자행보에 나설 경우 범여권 표 분산 우려도 걸림돌이다.
지난달 31일 미디어토마토와 뉴스토마토가 공동으로 실시한 서울시장 선거 여야 가상 맞대결(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응답률 5.5%)은 △오세훈 46.8% vs 박주민 42% △오세훈 47.6% vs 서영교 40.4% △오세훈 vs 47.4%, 전현희 39% △오세훈 46.7% vs 박홍근 35.9%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김영배 의원은 물론 홍익표·박용진 전 의원, 다크호스로 거론되는 정원오 현 성동구청장 역시 정치적 중량감이 떨어진다.
이대로 가면 국민의힘은 오세훈 카드를 앞세워 수도 서울 사수 가능하다. 기세가 오른 국민의힘은 적극적인 대여공세에 나섰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모든 고통의 시작은 이재명 정권과 더불어민주당의 부동산 정책”이라면서 “청년과 국민의 삶을 벼랑 끝으로 밀어버린 명백한 부동산 테러”라고 대여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야권의 공세는 먹히고 있다. 정부여당의 초강력 대책은 무주택 실수요자와 세입자들의 성난 민심에 직면했다. 부동산 커뮤니티와 관련 기사 댓글에는 현 정부를 향한 성토와 분노가 쏟아지고 있다. 부동산시장도 온통 아우성이다. 매물이 급격히 줄면서신고가 거래가 속출하는 등 시장 혼란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盧·文정부 이어 李정부마저…‘진보정부=집값상승’ 불변
서울 강남으로 상징되는 수도권 집값과 역대 정부의 부동산정책은 과거 대선 결과를 뒤흔들 정도로 파괴력이 컸다. 문제는 진보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집값이 폭등하고 정부 대책은 실패했다는 것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선거 패배로 이어졌다.
대표적인 게 참여정부였다. 당시 서울 집값은 자고나면 폭등할 정도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집값 안정을 강조했다. 특히 종부세까지 도입했지만 세금폭탄 프레임에 백약이 무효였다. 정부의 집값안정 대책을 믿었던 중산층과 서민층은 크게 분노했다. 2007년 대선은 제1야당인 한나라당의 압승이었다.
문재인정부도 마찬가지였다. 자고나면 억 단위가 바뀐다는 우스개가 나올 정도로 집값이 폭등했다. 부동산대책만 수십차례 발표됐지만 효과는 잠시뿐이었다. 서민층은 문재인정부 집권 기간 동안 서울 아파트 가격이 2배나 올랐다며 무주택 신세를 한탄했다. 후폭풍은 정권교체였다. 문 전 대통령의 임기말 지지율은 40%대 수준이었지만 대선 패배를 막지 못했다.
주목할 점은 집값폭등과 부동산정책 실패는 진보정부의 징크스라는 점이다. 참여정부나 문재인정부는 유독 단기처방에 의존한 수십 차례의 부동산 대책을 쏟아냈다. 이재명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진보정부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혹시나는 역시나”였다. 최근 보유세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경제수장인 구윤철 경제부총리는 지난 16일 “우리나라의 부동산 보유세는 낮고 양도세는 높다 보니 매물 잠김이 굉장히 크다”며 보유세 인상을 시사하기도 했다. 세금정책을 쓰지 않겠다는 이 대통령의 대선공약과도 배치되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부동산대책 발표 이후 내로남불 논란마저 불거졌다. 국민의힘은 공세에 나섰다. 추경호 의원은 정무위 국감에서 “구윤철 경제부총리, 이억원 금융위원장, 이상경 전 국토교통부 1차관,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 등은 다 자기 집을 가지고 있다는 정책 책임자들의 부동산 '내로남불'에 대한 언론 지적을 봤을 것”이라면서 “서민, 실수요자들의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고 꼬집었다.
실제 김용범 정책실장, 이상경 전 1차관,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이한주 전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장 등 현정부 고위공직자의 갭투자나 다주택 문제는 여론의 집중포화에 시달렸다. 특히 이상경 전 차관의 경우 “정부 정책으로 집값이 내려가면 그때 사면 된다”라는 현실과 동떨어진 발언과 배우자의 갭투자 논란 끝에 결국 물러났다. 이찬진 금감원장 역시 부동산 매도 과정에서 시가보다 높은 가격으로 논란을 빚기도 했다.
여론악화에 대통령실까지 나서며 고개를 숙였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은 “부동산 가격의 폭등을 방치할 수 없다는 점에서 불가피한 고육지책”이라며서 “정부는 실수요자나 신혼부부, 무주택자들의 집을 사려는 희망을 지지하고 관련 정책을 일관적으로 추진할 생각”이라고 해명했다.
김민석·강훈식 차출론에 박용만·한성숙 영입 저울질
바빠진 건 민주당이다. 민주당으로서는 내년 서울시장 선거를 꼭 승리해야 한다. 서울시장을 국민의힘에 넘겨줄 경우 지방선거 이후 정국 주도권이 야당에 넘어갈 수 있다. 게다가 야당 서울시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정치적 대항마로 부상하면서 안정적인 정국운영의 장애물이 될 수 있다. 무슨 수를 쓰더라도 서울시장 선거에서 승리해야 한다.
문제는 민주당 현역 국회의원으로는 오 시장을 꺾을 수 없다는 점이다. 이는 주요 언론의 여론조사 결과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역사적으로 살펴봐도 민주당 현역 정치인들은 역대 서울시장 선거에서 실패했다. 이는 서울의 보수화 경향과 부동산이나 민생경제 이슈의 중요성 때뮨에 정치인 이미지의 후보로는 선거가 쉽지 않았다. 다시 말해 중도층 외연확장 없이 지지층결집만으로는 이길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 김민석 총리는 지난 2002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86세대 대표주자로 나섰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패배했다. 한명숙 전 총리 역시 2010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오세훈 당시 시장에게 석패했다. 이후 민주당은 무소속 박원순 전 시장의 영입으로 수도 서울을 지켰지만 이후에는 패배의 악몽이 반복됐다.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섰던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2022년 대선 이후 치러진 서울시장 선거에 도전했던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는 각각 오세훈 시장에게 참패했다.
서울시장 선거 필승 차원에서 자연스럽게 차출론이 나오는 건 이 때문이다. 김민식 국무총리는 물론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을 차출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 대통령과 가까운 중량급 인사의 출마로 승부수를 띄워야 한다는 것이다. 김민석 총리와 강훈실 실장의 경우 발탁 과정에서부터 이 대통령이 내년 서울시장 선거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아울러 여권 일각에서는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까지 출마해서 붐을 일으킨 뒤 범여권 후보 단일화를 통해 오 시장과의 맞대결에 나서야 한다는 시나리오까지 등장할 정도다.
여권 일각에서는 비정치인 출신의 참신한 외부 인사 영입도 고려하고 있다. 역대 민주당 출신 서울시장은 정치인 출신이 없었다. 국민의정부 시절 서울시장을 지냈던 고건 전 국무총리는 행정의 달인으로 불린 관료 출신이었다. 무소속으로 당선됐다가 민주당에 입당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재야 인권 변호사 출신으로 참여연대·아름다운가게 설립을 주도한 시민운동의 대부였다.
이 때문에 여권 안팎에서는 두산그룹 회장을 지낸 박용만 전 대한상의 회장을 거론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특히 박용만 전 회장은 이 대통령이 성남시장 시절부터 인연을 맺으며 “존경하는 기업인”이라고 부를 정도로 관계 또한 각별하다. 박 전 회장은 두산그룹 회장과 대한상의 회장 시절 재벌과는 거리가 먼 소탈한 행보로 주목을 받아왔다. 아울러 역대 정부에서 비정치인 기업인 출신 국무총리 후보로 꾸준히 거론돼왔다. 이밖에 아이디어 차원에서 네이버 대표 출신의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거론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국내 1세대 IT 전문가인 한성숙 장관은 여성 출신 광역단체장이라는 상징성을 가질 수 있다. 물론 두 사람은 정치에 뜻이 없다고 언급한 만큼 서울시장 카드로 쓰기 위해서는 범여권의 전방적인 설득과 영입 작어이 필요하다.
여야 사정에 정통한 한 정치평론가는 “서울시장은 수도서울의 상징성과 전국 민심의 바로미터라는 점에서 지방선거의 절반의 정치적 비중”이라면서 “국정 주도권 유지를 노리는 민주당과 계엄·탄핵 이후 정치적 부활을 노리는 국민의힘이 총력전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특히 “정치지형에서는 민주당이, 인물경쟁력에서는 국민의힘이 각각 우위를 누리던 상황에서 부동산 이슈로 지각변동이 일어났다”며 “민주당이 만일 부동산 악재를 해소하지 못한다면 오세훈 카드를 내세운 국민의힘의 승리가 유력하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