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인의 호위무사? 공직 꿰찬 '대통령 변호인단' 보니
대장동 변호한 법제처장 '이재명 무죄' 발언 논란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북송금 변호사' 검토하기도
[일요서울 l 박철호 기자] 범야권이 '이재명 변호인단' 출신 공직자들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개인 사건을 맡은 변호사들이 정부 요직에 대거 진출하며 '보은 인사' 논란과 정치적 중립 위반 논란이 불거지면서다.
이 대통령은 지난 2022년 대선을 기점으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위증교사 사건·대장동 개발비리 사건·쌍방울 대북송금 사건·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사건 등 5개 재판을 받아왔다.
5개 사법리스크를 방어한 13명의 변호사들은 이 대통령이 당권을 잡았을 때 국회에 입성했고, 이 대통령이 대권을 쟁취하자 정부 요직에 진출하기 시작했다.
이른바 '대장동 변호인' 5인방으로 불리는 김기표·김동아·박균택·양부남·이건태 민주당 의원은 이 대통령의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시절인 지난해 22대 총선 공천을 받았다.
당시 국민의힘은은 "정치권에서 뚜렷한 활동을 한 적이 없음에도 유력한 정치인들을 제치고 대거 공천장을 거머쥐었다"며 "형사 변호의 대가"라고 지적했다.
이어서 이 대통령이 취임한 6월 이후 대장동·위증교사 사건을 변호한 조원철 법제처장을 비롯한 김희수 국정원 기조실장(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조상호 법무부 장관 정책보좌관(대장동 사건), 차지훈 유엔대사(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등이 공직을 맡았다.
대통령실에도 이장형 대통령실 법무비서관(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이태형 대통령실 민정비서관(대장동·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전치영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등이 진출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신동욱 의원실이 대통령실과 법무부·외교부·인사혁신처·금융감독원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 대통령 변호인단 출신 공직자 8명의 연봉을 합한 액수는 약 11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국회에 입성한 대장동 변호인 5인방을 포함하면 18억8700만 원가량이다. 이와 관련 신 의원은 "공적인 임무를 수행하는 주요 공직을 사실상 대통령 개인 법률팀이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재명 정부는 국민주권 정부가 아닌 이재명 개인 로펌 정부"라고 비판했다.
野 "대통령 낙하산 변호사들이 나라 망친다"
이 대통령 변호인단 출신 공직자들은 각종 논란으로 야당의 공격을 받기도 했다. 조원철 법제처장은 “이 대통령의 12개 혐의는 모두 무죄” 발언으로 정치적 중립 위반 논란이 불거졌다.
조 처장은 또 해당 발언이 나온 지난달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4년 연임제 개헌 시 이 대통령 연임 가능성'을 묻자 "국민이 결단할 문제"라고 답하기도 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과거 외부 강연에서 "헌법에 다주택 금지 조항을 넣고 싶다"고 발언했으나, 정작 이 원장 본인이 2주택을 보유한 '다주택자'에 상가 2채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내로남불' 논란이 일었다.
이동훈 개혁신당 수석대변인은 지난달 26일 논평을 통해 "이 대통령의 변호인들이 이제 나라를 망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법리스크가 많은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은 대가를 국민이 톡톡히 치르고 있다"며 "공직은 충성의 보상이나 방탄의 은신처가 아니다. 이재명이라는 이름 하나로 자리를 차지한 자격 없는 자들은 모두 공직에서 내려와야 한다"고 질타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지난 2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낙하산 변호사들이 나라를 망치고 결국 본인마저 망치게 될 것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고 했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저희는 국정감사가 끝나는 대로 조 처장에 대한 고발이든 탄핵안 발의든 가능한 조치를 진행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지난 9월 임명된 차지훈 주유엔대사는 외교 경력이 전무한 인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외교관 출신이 아닌 인물이 유엔 대사를 맡는 건 1990년 이후 처음이다.
당시 30년 외교관 경력의 '외교통' 김건 국민의힘 의원은 "대한민국 외교의 최전선, 그것도 다자외교의 격전장인 유엔 무대에 외교 경험이 전무한 인사를 내세운 것은 매우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주요국 인선을 보더라도 차이가 분명하다"며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 첫 국가안보보좌관이었던 마이크 왈츠가 내정됐고, 중국은 외교부 군축 국장 출신의 푸 총 대사, 일본은 내무관방 외교보좌관 출신의 야마자키 가즈유키 대사, 러시아는 외교부 다자협력국장 출신의 바실리 네벤자 대사 모두 다자외교 경험이 풍부한 외교관들"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유엔은 변론으로 재판관을 설득하는 법정이 아니다. 수십 개국과 동시에 협상하며 타협점을 찾고, 동맹과 파트너를 확보해야 하는 복잡한 외교 공간"이라며 "대통령의 보은성 인사, 측근 챙기기 차원에서 임명할 자리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당시 외교부는 차 대사의 무경력 논란에 대해 "고도의 국제법 지식과 노련한 협상력을 요하는 유엔 무대에서 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두둔했다. 여기에 이미 5년 전에 유엔 차석대사를 지낸 경험이 있는 배종인 전 기조실장을 다시 유엔 차석대사로 재기용하며 "외교 경험이 전무한 차 대사를 보좌하기 위해 중량급 인사를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차 대사는 지난달 17일 미국 뉴욕 맨해튼 주유엔 한국대표부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 제2375호를 알고 있느냐'는 김태호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아시겠지만 안보리 결의가 많은 상황"이라며 말을 흐려 다시금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안보리 결의 2375호는 2017년 9월 북한의 6차 핵실험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대북제제를 강화하기 위해 채택됐다.
대통령 변호사를 헌법재판관에 임명?
지난 6월에는 이 대통령의 대북송금 사건을 변호한 이승엽 변호사를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져 이해충돌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 변호사는 후보직 지명을 스스로 고사했다.
당시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헌법재판관 자리로 거액의 변호사비를 대납하려는 것이냐"며 "헌법정신에 대한 심대한 도전이자, 헌정사에 유례없는 이해충돌"이라고 비판했다.
나 의원은 "이는 단순히 보은 인사를 넘어, 잠재적 유죄 판결까지도 헌법재판소를 통해 뒤집으려는 '사법 보험'을 들겠다는 노골적 의도"라며 "대법관 증원법, 재판소원 도입으로 이중삼중의 이재명 무죄 사법보험을 중층보장하려는 방탄 보신 인사"라고 꼬집었다.
이어 "헌법재판소는 이 나라의 최고 헌법기관이다. 개인의 사법 리스크를 헌법재판관 인사로 해결하려는 발상은, 헌법과 상식의 한계를 넘어선다"며 "국민의 방패를 범죄자 대통령의 방패로 전락시키는 참극을 당장 멈춰야 한다"고 했다.
나 의원은 지난달 21일 대통령의 변호인이거나 최근 5년 이내 변호인이었던 사람을 헌법재판소 재판관과 대법관으로 임명할 수 없도록 규정한 헌법재판소법·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