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마지막 국정감사 장식한 검사 4인
'국감스타' 문지석의 뜨거운 눈물 김현지 역공 펼친 박상용 여당에 직설 날린 안미현 검찰총장의 마지막 국감도
[일요서울 l 박철호 기자] 내년 10월 2일이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검찰이 마지막 국회 국정감사를 소화했다. 78년 만에 검찰청을 폐지하는 이들에 대한 경고를 날린 검사가 있는가 하면 마지막까지 정적과 사투를 벌인 검사도 있다. 뜨거운 눈물로 국민의 인권을 지키는 검찰의 존재 이유를 증명한 이도 있다.
문지석 부장검사는 눈물의 양심 고백으로 큰 화제를 모았다. 문 검사는 지난달 15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검찰 지휘부의 쿠팡 봐주기 수사 의혹을 폭로했다.
지난 4월 '쿠팡 일용직 노동자 퇴직금 미지급 사건'을 수사했던 문 검사는 자신의 상관인 엄희준 당시 부천지청장과 김동희 차장검사가 쿠팡에 무혐의 처분을 하라는 압력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중부지방고용노동청 부천지청은 지난 1월 쿠팡 물류 자회사인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 측에 대한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으나 검찰은 무혐의·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문 검사는 국정감사장에서 "저는 검찰이 (쿠팡을) 기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사회적 약자인 근로자들이 200만원 정도 퇴직금이라도 신속하게 받았으면 좋겠고, 부적절한 행동을 했던 모든 공무원이 잘못에 상응하는 처분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눈물을 흘렸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17일 "문 검사의 양심고백이 국민의 마음을 울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문 검사의) 말 한마디에 검찰의 존재 이유가 담겨있다"며 "검찰은 국민의 인권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여야 한다. 이것이 국민이 바라는 정의로운 검찰의 본모습"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외압의 당사자로 지목된 엄희준 광주고검 검사는 지난달 17일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제가 주임검사 의견을 무시한 채 일방적이고 강압적으로 무혐의 지시를 한 사실은 절대 없다"고 반박했다.
쿠팡 봐주기 수사 의혹은 지난달 23일 이재명 대통령이 사정기관의 '기강 문란'을 질책한 뒤 법무부가 하루 만에 상설특검 가동을 요청한 상태다.
"검찰개혁 부작용은 민주당이 책임져라"
검찰개혁의 마지막 쟁점인 보완수사권 존치 여부에 대한 검사들의 발언도 이어졌다. 현재 검찰은 경찰이 송치한 사건을 직접 보완수사하거나,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다.
정치권에서는 경찰의 수사권 남용을 감시하고, 수사 지연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보완수사권 유지를 주장하는 의견과 검찰개혁의 핵심 목적인 수사·기소권 분리를 실현하기 위해 보완수사권을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갈리고 있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지난달 2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마지막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유지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노 대행은 "정보 보고를 받으면 경찰에서 송치돼 왔던 사건 중 진범이 가려졌다고 올라오는 사건, 가해자와 피해자가 바뀌어서 밝혀냈다는 사건, 배후가 누구였는지 밝혀냈다는 사건들이 하루에 50건 넘게 온다"며 "그걸 읽어볼 때마다 보완수사가 이래서 필요하구나 (느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찰도 수사를 잘한다, 그렇지만 한 번 더 스크린하면 더 넓은 시각에서 다른 것이 보인다"며 "2차 저지선을 구축해서 범죄로부터 국민을 더 탄탄하게 보호하기 위해 보완수사권을 요구하는 것이지, 권한이기 때문에 달라는 건 아니다"라고 밝혔다.
과거 친여 성향 검사로 분류됐던 안미현 검사는 보완수사권 문제로 민주당 의원들과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안 검사는 지난 2018년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연루된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외압 의혹'을 폭로했고, 2019년에는 조국 당시 법무부 장관이 진행한 '검사와의 대화'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것으로 주목을 받았다.
안 검사는 지난달 27일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검찰개혁 동기나 방향에 대해 근본적으로 동의하지만,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박탈하면 실무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며 "이로 인해 큰 부작용이 일어나면 그 책임은 무리하게 입법을 하신 분들이 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민주당 법사위원들은 안 검사를 향해 "윤석열 앞에서는 아무 말도 못 하더니 입법자가 책임지라는 자세는 어디서 나온 자세냐"(서영교 의원) "그러니까 검사스럽다는 소리를 듣는 것이고 모든 권한을 박탈해야 된다는 얘기를 듣는 것"(김기표 의원) "검찰만큼 오만한 조직이 없다"(이성윤 의원) 등 비판을 쏟아냈다.
안 검사는 "저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검찰총장이었을 때 징계절차까지 받았던 검사다. '윤석열의 검사'라고 말씀하지 말라"며 "검찰이 직접수사 개시권에서는 손을 놓는 게 맞지만 정치검찰의 부작용 때문에 전체적인 형사사법 체계의 긍정적인 부분까지 박탈해서는 안 된다"고 응수했다.
與 탄핵 추진한 검사의 '김현지' 역공
민주당의 핵심 타깃인 박상용 검사는 국정감사장에서 여권의 '아킬레스건'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을 거론하며 역공을 펼치기도 했다.
지난해 민주당은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을 담당했던 박 검사의 '연어 술파티' 의혹을 제기했다. 박 검사가 지난 2023년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게 연어와 술을 사주며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표에게 불리한 진술을 하도록 회유했다는 의혹이다.
당시 민주당은 연어 술파티 의혹을 고리로 박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또 탄핵소추안에는 박 검사가 과거 만취 상태로 벽에 대변을 발랐다는 내용이 담겨 망신주기 의도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박 검사는 지난해 7월 대변 사건을 언급한 이성윤 의원 등을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박 검사는 지난달 14일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이 전 부지사의 변호인 교체 과정에 이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현지 실장이 개입했다고 증언했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박 검사에게 "이 전 부지사가 설주완 변호사를 사임시키고 김광민 변호사를 새로 선임하는 과정에 이 대통령의 최측근이던 김현지가 직접 연락을 했다고 하는데 맞느냐"고 물었다.
박 검사는 "설 변호사가 갑자기 사임을 해서 그 이유를 물어보니 '민주당 김현지 님으로부터 전화로 질책을 많이 받았다'며 더 이상 나올 수 없다고 했다"고 답변했다.
주 의원은 "이 사건은 당시 이재명 대표와의 공범 관계가 문제 되는 사건이다. 공범 관계의 최측근이 공범의 변호인한테 왜 자백했느냐고 따지고, 변호사를 자르려 했다면 그 자체가 증거 인멸이고 위증교사"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