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이 대통령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 ‘전면 보이콧’

-. 추경호 영장 청구·김문수 수사 등 ‘야당 탄압’ 규정, 대통령 재판 재개 촉구 -. 국민의힘 “정권의 정치보복 수사 중단하라”…107명 의원 공동성명

2025-11-04     장덕수 기자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송언석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11월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야당탄압과 불법특검을 규탄하는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뉴시스]

국민의힘은 4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치러진 이재명 대통령의 내년도 정부 예산안(약 728조 원 규모) 시정연설을 거부하고 국회 로텐더홀에서 검은 복장·검은 마스크를 착용한 침묵시위 및 피켓시위를 벌였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대통령과 집권여당이 야당을 존중하기는커녕 인정조차 하지 않으면 야당도 대통령과 집권여당을 존중할 수 없다”고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오늘 이 대통령의 시정연설이 마지막이 돼야 한다”며 “우리가 나서서 이재명 정권을 끌어내리기 위해 모든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발언해 사실상 연설 자체 거부를 넘어 정권 교체 의지까지 드러냈다.

국민의힘이 이번 시정연설 거부를 결정한 것은 특검의 추경호 전 원내대표 구속영창 청구가 내란정당 해산으로 가는 전초전으로 보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전날(3일) 추경호 전 원내대표에 대해 내란 중요임무종사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것에 대해 “야당 말살 수사”, “정치보복”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날 국민의힘 소속의원 107명은 4일 성명에서 “이재명 정권의 정치보복 야당탄압이 극에 달했다”며 특검과 경찰의 수사를 강력히 규탄했다.

성명에서 “조은석 특검의 추경호 전 원내대표 구속영장 청구는 국민의힘을 내란정당으로 엮겠다는 목표를 미리 정해두고 시작한 ‘답정너식 수사’의 결과”라고 비판했다.

이어 “의총 장소 공지 문자메시지 발송을 표결 방해 행위로 본다는 주장은 근거 없는 억지이며 망상”이라며 “국민의힘 107명 의원 누구도 표결을 방해받은 사실이 없다”고 강조했다.

성명은 또 “계엄 해제 표결방해죄를 묻겠다면, 오히려 이재명 대통령이 본회의장에 들어올 때까지 표결을 미룬 우원식 국회의장을 먼저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찰의 수사 방식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국민의힘은 “정권의 게슈타포로 전락한 경찰이 야당의 전직 대선후보와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망신주기식 수사를 벌이고 있다”며 “김문수 전 대통령 후보가 기차역에서 노동자들에게 예비후보 명함 5장을 줬다는 이유로 불구속 송치됐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과 침묵시위하는 국민의힘 의원.[뉴시스]

"이 대통령 무혐의, 권영세 의원만 수사 계속 ‘승자무죄, 패자유죄’의 치졸한 정치보복”

이어 “이미 선관위가 종결한 사안을 더불어민주당이 뒤늦게 고발하자 경찰이 여당의 하명에 따라 수사에 돌입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권영세 전 비대위원장에 대한 수사 사례를 언급하며 “명절 선물을 문제로 삼으면서 이재명 대통령에겐 무혐의, 권영세 위원장에게만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 ‘승자무죄, 패자유죄’의 치졸한 정치보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재명 정권의 야당탄압 정치보복을 즉각 중단하라 ▲조은석 특검의 추경호 전 원내대표에 대한 무리한 영장 청구를 철회하라 ▲계엄해제 표결 방해 혐의는 우원식 국회의장을 수사하라 ▲김문수 전 대통령 후보와 권영세 전 비대위원장에 대한 경찰의 정치수사를 중단하라 ▲사법부는 이재명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 재판을 즉각 재개하라 등을 요구했다.

추경호 구속청구 건이 아니더라도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과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일방적인 강공 드라이브에 불만이 최고조에 달한 상태다.

국민의힘은 “대통령과 여당이 야당을 아예 인정하지 않는다”며 시정연설이라는 공식 일정이 사전 교감이나 협의 없이 진행된다는 점을 거부 이유로 제시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야당을 존중하지 않는다면 야당도 존중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국민의힘은 단순한 불참 선언을 넘어, 대통령 시정연설을 출발점으로 한 정권 전반에 대한 강한 반대 및 압박의 수단으로 전환시킨 모양새다.

이에 따라 이날 ‘시정연설 불참’이라는 한시적 이벤트를 넘어 앞으로 예산정국 및 협치 모드 전반에 큰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