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은 여행작가의 미리가는 K-페스티벌-47] ‘우리쌀 우리술 K-라이스파스타’
우리나라, 우리옷(한복), 우리집(한옥), 우리글(한글), 우리엄마……. ‘우리’라는 단어는 머리에 떠올리는 그 자체만으로도 위로와 감동을 준다. 단순한 소속감이나 집합의 의미를 뛰어넘는다. 그 안에는 유대감, 정, 그리고 관계 중심적인 삶의 방식이 녹아 있다. 이런 말버릇은 단순한 습관이 아니다. 뿌리 깊은 공동체 문화의 소산이다. 그 뿌리에는 농업이 있다. 함께 일하고, 함께 나누며, 함께 즐기는 농경사회의 기억이다.
- 함께 일하고, 함께 나누며, 함께 즐기는 농경사회의 기억의 축제
-‘K-라이스 주막’ 현장 구매한 전통주와 요리 즐겨...'참여형'
농경사회의 기억을 되살리는 축제가 다가오고 있다. 농협중앙회가 주최하는 ‘우리쌀 우리술 K-라이스파스타’다. 오는 11월 28일부터 30일까지 사흘간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다. ‘우리쌀’과 ‘우리술’은 우리에게 하나의 자긍심이다. 그 자부심에 상처가 깊어지고 있다. 음식문화의 다변화로 쌀 소비가 현저히 줄고 있다. 2024년 1인당 쌀 소비량은 55.8kg이다. 통계 작성이후 최저다. 10년 전보다 10%이상 줄었다. 농업 기반이 흔들리는 셈이다. 대본(大本)이 힘을 잃고 있다. 다시 뭉쳐야 살 수 있는 상황이다.
쌀 소비주는 사회 우리쌀.우리술 지키고 응원하자!
우리쌀과 우리술을 지키고 응원하자는 취지에서 ‘우리쌀 우리술 K-라이스파스타’가 시작됐다. 쌀과 술을 살리는, 아니 우리가 함께 하고 마음을 나누는 국내 최대 규모의 쌀 소비 촉진 축제가 만들어진 이유다. 우리쌀과 우리쌀로 만든 술맛을 피부로 느끼고 즐겨보자. 쌀 막걸리, 쌀 과자, 쌀 전통주, 쌀국수 등 다양한 제품이 기다리고 있다. 지난해 축제에서 426개 업체에서 705개의 제품을 출시, 풍성한 먹거리와 볼거리를 제공했다.
0.02g. 쌀 한 톨의 무게다. 이 작은 씨앗이 문화의 꽃이 된다. 쌀은 그 자체가 문화라는 얘기다. 한반도와 쌀의 인연은 적어도 1만 3000년~1만20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1998년 청주시 청원군 소로리 유적지에서 탄화벼 127톨이 출토됐다. 탄소 연대 측정 결과 1만 2000~1만 3000년 전의 볍씨로 확인됐다. 세계 최고(最古)의 볍씨였다. 서울대와 미국 지오크론 연구팀이 방사성탄소 연대 측정한 결과다. 세계적 고고학 교재인 ‘현대 고고학의 이해’에 최고의 볍씨로 게재됐다. 더 놀라운 사실도 있다. 완전한 야생벼가 아니었다. 작물과학원 박태식 박사에 의해 순화벼(domestic rice : 야생벼와 재배벼 사이의 벼)임이 밝혀졌다. 벼 재배과정에서 사람의 손길이 닿은 흔적 즉 벼를 돌로 자라낸 자국이 그 증거다.
그렇다고 ‘한반도가 쌀의 기원지다’, ‘한국이 쌀의 종주국이다’, ‘재배벼의 역사가 한반도에서 시작됐다’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또 다른 곳에서 더 오래된 볍씨가 출토될 수도 있다. 하지만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 있다. 한반도는 1만년 이상 쌀을 중심으로 생활문화를 꽃피웠다. 그만이 아니다. 경제에서도 핵심적 역할을 했다. 화폐 대용이었다. 조세의 수단이기도 했다. 지금도 여전히 한국인의 주식은 쌀이다. 쌀은 우리 삶에서 압도적 지위를 차지했고 하고 있다는 얘기다.[한반도 1만년이상 쌀중심 생활문화 꽃피워]
쌀의 역사는 생활 속에 깊숙이 파고들어 있다. 우리민족의 영광과 굴욕을 함께 했다. 아무래도 아픈 역사가 두드러진다. 일제강점기에 일제의 무자비한 쌀 수탈과 유출, 그리고 일본 농법이 도입됐다.
일제는 또 품종개량이라는 명목으로 조신력, 은방주, 곡량도, 애국 등을 보급했다. 1935년 무렵 전 농토의 86%에 이들 품종을 심었다. 사실상 일본인이 한반도의 유전자원 주인이었다. 그 사이에 아가벼, 까투리찰, 쇠머리벼, 족제비찰, 흰베(흰벼), 은조, 용천, 멧돼지찰, ‘졸장벼’, ‘자광도’, ‘궐라도’, ‘청송도’, ‘보리벼’, ‘옥경’, ‘장끼찰’, ‘측저도’, ‘새다마금’, ‘북흑저’ 조동지, 가위찰, 아꾸디찰, 숙나 등 1450여 종이나 되던 토종쌀 종자는 점점 자취를 감췄다. 광복 이후 극심한 식량난으로 일본 쌀 종사 도입이 본격화됐다.
우리쌀은 설 곳을 잃었다.1970년대까지 우리가 먹던 쌀 품종은 토종이 아니었다. 상대적으로 품질이 나은 일본쌀이었다. 아키바레, 고시히카리, 히토메보레 등이었다. 이들의 점유율이 가장 높을 땐, 일본 종자를 심은 농지가 대부분이었다. 물론 이들은 우리 풍토와 기후에 적합한 종자는 아니었다. 100여 년 동안 명맥이 끊겼던 보급운동으로 우리쌀이 다시 살아났다. 2024년 현재 일본 품종 쌀은 2만8000ha로 줄었다. 전 농토의 4% 정도다.
상황은 바뀌었다. 이젠 우리쌀 맛과 품질의 우수성을 세계가 인정하고 있다. 건조지역용 벼 품종인 아세미를 개발, 중동지역에 수출하고 있다. 아세미는 사막에서 벼농사를 짓을 수 있는 유일한 종자다. 쾌거가 아닐 수 없다. 열대지방에서도 잘 자라고 수확량도 줄지 않는 아세미 1호도 개발했다. 우리나라 통일벼를 개량한 종자, 아시르를 아프리카에 보급하고 있다. 미래의 식량으로 주목받는 ‘소고기쌀(쌀에 소고기 줄기세포를 넣은 붉은 쌀)’ 등 다양한 기능성 쌀을 개발하고 있다. 그보다도 뿌듯한 게 있다. 당당히 일본에 우리쌀을 수출하고 있는 현실이다.
일제강점기 주세법.주세령 1000여가지 전통주 소멸위기
쌀을 뒤좇는 게 있다. 쌀로 만든 술이다. 일제강점기에 쌀의 수난으로 술도 고통을 받았다. 일제가 쌀 송출을 위해 곡식으로 만드는 가양주 제조를 사실상 막았다. 그 첫 번째 조치가 1909년 반포된 주세법 제정과 주세령이다. 술에 세금을 부여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그 이전까지 술에 세금을 매기지 않았다. 자유롭게 집집마다 술을 빚어 마셨다. 당연히 지역별 기후와 특산물, 계절에 따라 다양한 재료와 발효방법이 적용됐다. 1000여 가지의 전통주가 있었다. 서울 마포 삼해주, 개성 아락주, 평양 문배주, 전주 이화주, 진도 홍주, 안동소주, 경주 교동법주, 함양 송순주, 당진 면천두견주, 청주 청명주, 전주 이강주, 담양 죽력고, 한산 소곡주, 김포 문배주, 포천 배상면주, 홍천 옥천주, 평창 서주, 제주 오메기술과 고소리주……. 지금까지 전해져 내려오는 지역특산 전통주만 추려본 것이다.
이 많은 전통주와 가양주문화는 점차 우리의 일상에서 사라졌다. 조세법 제정으로 사실상 가양주 제조는 불법이 됐다. 오직 양조장에서만 술을 만들고 팔 수 있었다. 조세수익을 높여 통치자금을 마련한 위한 얄팍한 꼼수였다. 1934년 주세가 전체 조세수입의 30.2%로 1위 차지했다.
우리쌀이 살아나면서 우리술도 힘을 얻고 있다. 쌀의 자급자족과 함께 쌀 막걸리 제조가 시작됐다. 지금은 각 지방자치단체마다 전통주살리기 정책을 펴고 있다. 술도가에서도 우리술 보급과 고급화에 앞장서고 있다. 전통주가 세계의 술로 비상하기 위한 날갯짓을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K-푸드의 열풍을 타고 전통주가 당당하게 한류문화상품으로 부상하고 있다. 오묘한 매력이 있는 전통주가 신바람을 탄다면 당연히 국산 쌀의 부가가치도 높아질 것이다.
K-푸트 열풍타고 한국 전통주 한류문화상품 부상
‘K-라이스페스타’의 초점도 여기에 맞춰져 있다. 신세대의 감성으로 만든 술과 쌀 가공식품의 가치를 새롭게 조명할 예정이다. 또 이것은 SNS 콘텐츠 제작 등 다양한 방법으로 홍보한다는 입장이다. 일산 킨텍스 제1전시장 에서 개최되는 데 5개 구역으로 구획된 행사장에는 220여 개 부스가 입주할 예정이다. 구획별로 양조장에서 제조한 우리술, 유명 대기업 브랜드, 지역 전통주, 지역농협의 가공식품 등을 전시한다.
그렇다고 ‘K-라이스페스타’가 주최자 중심의 축제는 아니다. 참여자와 함께 즐기고 맛보고 경험하는 축제다. 무대를 중심으로 K-라이스 주막이 있다. ‘K-라이스 주막’에서 현장서 구매한 전통주와 요리를 즐길 수 있다. 무대 중앙에는 우리술 출품작 전시존과 주제관 포토존이 있다.
이 무대에서 △미스터 트롯 △황금쌀을 찾아라 △막걸리 빚기 △시골마을 이장우-내 마음을 받아 주(酒) △라이스 클레이 △푸드아트 콘테스트 △우리쌀 룰렛 △경매 이벤트 △골든벨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황금쌀을 찾아라’는 볍씨가 가득한 풀장에서 숨겨둔 진짜 황금쌀을 찾는 놀이다. ‘내 마음을 받아주(酒)’는 소중한 연인과 가족에서 마음을 전하는 서프라이즈 이벤트다. 행사를 진행하는 연예인 이장우와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