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리포트] 위기의 정청래, 당권과 대권 야망 ‘All or Nothing’ ?

-. 이 대통령, 정 대표 공개 경고... 정청래 체제 지방선거 어려워 -. 정청래 체제 이후 민주당 지지율 하락, 대통령 지지율 상승 제동

2025-11-11     장덕수 기자
재판중지법 추진과 ‘친명계 컷오프 논란’을 계기로 당정 간 균열이 다시 드러나면서, 여당 내부의 주도권 경쟁이 연말 당정 개편과 내년 지방선거 공천 구도를 뒤흔들고 있다.[뉴시스]

최근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정청래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간의 노선 및 권력 갈등이 노골적으로 표면화되고 있다.

재판중지법 추진과 ‘친명계 컷오프 논란’을 계기로 당정 간 균열이 다시 드러나면서, 여당 내부의 주도권 경쟁이 연말 당정 개편과 내년 지방선거 공천 구도를 뒤흔들고 있다. 

재판중지법 사태로 드러난 ‘명·청 갈등’의 실체

지난주 민주당 지도부가 추진한 ‘재판중지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은 불과 하루 만에 철회되며 여당 내부의 혼선을 드러냈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이 “정기국회 중 최우선 처리 방침”을 언급했다가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대통령을 정쟁의 중심에 끌어넣지 말라”고 공개 경고하자 입장을 번복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재명 대통령은 이제 당 대표가 아니라 국민 전체의 대통령”이라며 정청래 대표의 ‘강성 지지층 중심 행보’를 선을 그었다. 반면 정 대표는 “내란 종식과 사법 정의 완성을 위해 필요한 입법”이라고 주장하며 내부 결속을 강조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를 두고 대통령실이 정 대표의 ‘자기 정치’를 경계하는 신호로 해석했다. 대통령실이 검찰·사법개혁, 특검법 개정 등 주요 현안마다 ‘조용한 개혁’을 주문한 것과 달리 정 대표는 공개적 충돌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실험 및 연구 장비 등을 살피는 정청래 민주당 대표[뉴시스]

명·청 갈등의 구조, ‘현재 권력 vs 미래 권력’?

당정 갈등의 본질은 정치적 위치와 목표의 차이에 있다는 분석이다. 이 대통령은 중도 확장을 통한 안정적 국정 운영을 지향하지만, 정 대표는 ‘대표 연임→공천권 확보→대권 도전’의 정치 로드맵을 염두에 두고 있다.

정 대표는 전당대회에서 61.74% 득표로 당선됐으나 확고한 조직 기반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에 따라 ‘온라인 당원 중심’의 강성 지지층에 의존하며 독자 세력화를 꾀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이를 “특정 지지층만을 겨냥한 정치”로 보고 있으며, 여권 관계자들은 “정 대표가 조급함 속에 이중적인 태도를 보인다”고 지적했다.

정치평론가 박창환 장안대 교수는 “이 대통령은 국정 전반의 안정과 중도 민심을 중시하지만, 정 대표는 강성 당원 기반의 내부 결속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며 “이 차이가 당정 갈등의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 컷오프’ 논란과 계파 충돌

이른바 ‘친명 인사 컷오프’ 논란은 정청래 대표 리더십에 또 다른 타격이 됐다. 

이 대통령이 직접 영입한 유동철 부산 수영지역위원장이 부산시당위원장 경선에서 배제되자, 친명계는 “조직적인 친명 학살”이라고 반발했다.

유 위원장은 “정 대표의 ‘컷오프 없는 완전 경선’ 약속을 위반했다”며 기자회견을 열었고, 민주당 내 최대 친명 조직 ‘더민주전국혁신회의’는 “이 대통령이 만든 당원 주권 정당이 한순간에 무너졌다”고 비난했다.

당 지도부는 “엄격한 규정에 따른 절차였다”고 해명했지만, 당내에서는 내년 지방선거 공천을 앞둔 세력 다툼의 전조로 보고 있다. 

한 관계자는 “정 대표가 시도당위원장 인선을 통해 공천 관리위원장을 좌우하려 한다는 의심이 친명계 반발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내 세력 관계 변화, 친명 vs 비명친문 vs 정청계

현재 민주당 내부 세력 구도는 ▲친명(이재명 대통령 직계) ▲친문(김경수 등 문재인 전 대통령) ▲정청계(정청래 중심 신흥세력)로 재편되는 양상이다.

정 대표는 ‘더민주혁신회의’ 등 친명 조직을 경계하며, ‘조직화되지 않은 온라인 당원층’을 주요 기반으로 삼고 있다. 반면 대통령실은 “정 대표가 당심에 매몰돼 중도층 민심을 외면하고 있다”며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최근 갈등 표출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라 차기 당권·대권을 둘러싼 세력 경쟁이 갑자기 전면에 부상한 듯한 모양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도 “정청래 체제 이후 민주당 지지율이 하락했고, 대통령 지지율 하락에도 영향을 줬다”며 “두 사람 모두 강성 지지층 중심의 정치라는 태생적 한계를 공유한다”고 평가했다.

연말 당정 개편 가능성 — 대통령의 대응 시나리오

대통령실은 최근 일련의 사태를 계기로 ‘당정 개편’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일 국회 운영위 대통령 국정감사에서 우상호 정무수석은 “대통령은 개혁의 방향에는 동의하지만 추진 과정의 거친 측면을 걱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당 주도 입법과정에 대한 대통령의 불편한 기류를 우회적으로 드러낸 발언으로 해석된다. 청와대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정 대표가 여권의 메시지 조율 기능을 무력화시키고 있다”는 불만이 누적돼 있다.

정가에서는 연말 조직개편을 통해 ▲대통령실 정무 라인 강화 ▲당정협의체 재편 ▲여당 지도부 견제 장치 마련 등이 거론된다. 특히 내년 8월 예정된 당 대표 선거를 앞두고 ‘김민석 국무총리 카드’가 차기 당권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김 총리는 “현재는 맡은 일에 충실하겠다”고 했으나, 여권 일각에서는 “정청래 대표 체제가 흔들릴 경우 김 총리가 구심점 역할을 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정청래 민주당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뉴시스]

‘명청 균열’ 장기화 우려, 지방선거 전 승부수

당 한 관계자는 “명·청 관계는 현재 텔레그램·전화 등으로 수시 소통 중이지만, 구조적 긴장감은 여전하다”며 “리더십 균열이 심화되면 내년 지방선거와 당 대표 경선 모두 파국으로 흐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 대표는 재판중지법 철회 직후 SNS를 통해 “APEC도 A급, 시정연설도 A급”이라며 대통령과의 화합 메시지를 강조했지만, 당내에서는 이를 ‘표면적 봉합’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홍형식 소장은 “대통령 지지율 올라갈 때 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있다. 당이 대통령 발목을 잡는다는 이야기”라며 “이번 APEC은 이 대통령 입장에서는 대박 난 것인데 민주당이 그 성과를 완전히 망쳤다”고 지적했다.

홍 소장은 “이런 상황이 좀더 길어지면 정 대표 체제로 선거를 치를 수 있겠냐는 여론이 나올 수밖에 없고 그러면 당을 개편하는 수밖에 없다. 정청래 체제로 선거 치르는 건 참 어렵다고 본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