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킹 사태 '책임론'...KT 김영섭 대표 연임 표기, 후임 하마평은
- 내년 3월 임기 만료...이제 공은 이사회로 넘어 가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김영섭 KT 대표이사 사장이 지난 4일 열린 이사회에서 연임 포기 의사를 밝혔다. 이날 김 사장은 이사회에 무단 소액결제와 해킹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현 임기만 채우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김 사장의 임기는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까지다.
KT새노조는 "김영섭 KT 사장이 연임 포기 의사를 밝힌 데에 대해 '사필귀정이며 경영 실패의 결과'"라며 이번 사퇴를 'KT 정상화를 위한 첫걸음'으로 평가했다. 그러면서 차기 CEO 선출 과정에서 통신 전문성과 낙하산 인사 배제, 투명한 절차를 강력히 요구했다.
김 사장은 해킹 사태가 터지기 전까지는 연임에 무게에 실렸다. 하지만 최근 발생한 KT 소액결제 피해 사고로 CEO 책임론이 불거졌고 여당을 중심으로 사퇴 압박이 거세졌다.
지난 10월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그는 무단 소액결제 사과와 관련된 질의에 “총체적 경영책임이 있는 것이기 때문에 합리적인 수준의 책임을 지는 게 마땅하며 사퇴를 제외한 것이 아닌, (사퇴를) 포괄하는 책임"이라고 언급했다.
최민희 과방위원장이 “문제가 많고 경영상 실패도 있고 사고도 터졌고 거기에 대한 책임을 지실 것이냐”라고 묻자 “거기에 책임을 지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한다”라고 하기도 했다. 결국 이날 열린 이사회에서 용퇴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는 현 임기만 채우겠다는 뜻을 이사회 참석자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따라 이날 KT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대표이사 후보군 구성 방안 논의를 시작했다. 올해 안에 대표이사 후보를 선정하겠다는 계획이다.
KT의 차기 사령탑 선임은 사외이사 8인으로 구성된 대표이사 후보추천위원회가 주도한다.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외부 전문 기관 추천 ▲공개 모집 ▲주주 추천(전체 주식의 0.5% 이상 6개월 이상 보유 주주) ▲관련 규정에 따른 사내 후보로 대표이사 후보군을 구성할 예정이다.
공개 모집은 이달 5일 오전 9시부터 16일 오후 6시까지 진행된다.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를 통해 KT의 지속 가능한 성장과 주주가치 제고에 이바지하겠다”라고 말했다.
현재 후보군으로는 KT 내부 출신과 외부 인사를 아우르는 인물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주요 인물로는 구현모 전 KT 대표, 윤경림 전 KT 사장, 박윤영 전 기업 부문장, 차상균 서울대 데이터사이언스대학원 교수 등이 거론된다.
주요 인물로는 구현모 전 KT 대표, 김태호 전 서울교통공사 사장, 박윤영 전 KT기업부문장, 박태웅 전 KTH 부사장, 윤경림 전 KT 사장, 윤종록 전 미래창조과학부 차관, 주형철 전 문재인 대통령 경제 보좌관, 차상균 서울대 교수, 홍원표 전 SK쉴더스 사장(가나다순) 등이 꼽힌다.
박윤영 전 부문장은 2022년 사장 공모 담시 김영섭 사장·차상균 서울대 교수와 함께 최종 사장 후보 3인에 올랐던 인물로 당시 추천위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김태효 전 서울교통공사 사장은 KT에서 23년간 굵직한 전략사업을 총괄한 바 있다.
그는 지난 10월 '연결과 이동의 AI 혁신'이란 AI 관련 저서를 출간하며 디지털 리더십 이미지를 강화하기도 했다. 구현모 전 사장과 윤경림 전 부문장 또한 지난 KT 사장 공모 과정에서 유력 후보로 올랐다가 낙마한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현재까지 이들 모두 공모 참여 의사를 밝히지는 않았다.
- “새 CEO는 공정한 절차를 최우선으로 선출해야”
KT 새 노조는 환영의 뜻을 밝혔다. KT새노조는 "김 사장은 선임 당시부터 낙하산 인사이자 통신 비전문가라는 꼬리표를 달고 출발했지만, KT 경영 공백 사태를 수습하고 회사를 정상화할 것이라는 최소한의 기대는 있었다"라며 "그러나 불과 3년도 되지 않은 임기 동안 KT는 대규모 구조조정, 잇따른 직원 사망 사건, 대규모 해킹 사태, 계열사 헐값 매각, MS와의 불공정 계약 논란, 검찰·정치권 낙하산 인사 등 숱한 논란으로 얼룩졌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 결과 KT의 기업 이미지와 국민 신뢰는 땅에 떨어졌고, 미래 성장의 불확실성은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라며 "KT새노조의 평가는 김영섭 체제의 경영 실패의 결과"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김 사장의 연임 포기 결정은 사필귀정(事必歸正)이며 이제 그 공을 이사회로 넘겼다. 사필귀정은 '모든 일은 반드시 바른길로 돌아간다'라는 것이다.
KT새노조는 "김 사장의 퇴진은 KT정상화를 위한 첫 삽일 뿐 남은 과제는 산적하다"라며 "시급한 것은 해킹 사태의 철저한 수습과 KT의 재도약을 이끌 새로운 CEO 선출이며 새 인물은 ICT 전문가이며 정권 낙하산 인사 논란이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히 차단해야 한다"라고 했다.
이어 KT새노조는 "CEO 선임 이후 KT이사회 역시 김 대표 체제의 경영 실패에 대한 공동 책임을 져야 하고 이사회는 KT의 공공성과 책임경영 회복을 위해 자신의 역할에 책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 사이버 침해 피해 우려...유심 무상 교체 진행
한편, KT는 사이버 침해 사고로 인한 이용자 보안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유심 무상 교체를 진행한다.
KT 가입자들은 지역별로 순차적으로 대리점에서 유심 교체를 받을 수 있다. 광명과 금천 등 해킹 피해가 집중된 지역에서 우선 교체가 시작되고 이후 수도권과 강원, 전국으로 확대된다. 대리점 방문이 어려운 고객은 오는 11일부터 택배 배송을 통한 '셀프 개통'도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