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창업] 창업의 진짜 비밀: 숫자보다 중요한 것들 [1]     

- "데이터만 믿다가는 망한다"... 오감 훈련 통해 통찰력 키워야

2025-11-10     박종현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겸임교수

[일요서울] 요즘 외식업을 시작하려는 이들은 모두 '데이터'를 신처럼 떠받든다. 소비자 분석, 상권 등급, 메뉴별 판매량 예측까지. 마치 숫자와 통계만 있으면 성공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져 있는 것이다.

컨설팅 업체들은 두꺼운 보고서를 내밀며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한다. "이 데이터를 보십시오. 이 상권의 성공 확률은 83%입니다." 하지만 그 보고서대로 창업한 이들 중 과연 몇이나 살아남았을까.

정신 차리고 현실을 봐야 한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어떤가. 코로나 같은 전염병이 터지고, 갑자기 물가가 치솟고, 사람들의 가치관이 빠르게 바뀌는 '예측 불가능한 시대'이다.

이런 급변하는 상황에서 과거의 통계와 이미 지나간 숫자들이 미래를 정확하게 보여줄 수 있을까. 2년 전의 데이터가 오늘의 시장을 설명할 수 있을까. 아니, 6개월 전의 트렌드조차 지금은 낡은 이야기가 되어버린다. 통계는 이미 지나간 과거의 기록일 뿐이다.

살아서 움직이는 시장의 복잡한 모습을 완전히 담아낼 수 없다. 모든 조건이 완벽했던 'A급 상권'의 화려한 프랜차이즈 매장이 문을 닫고, 지도에도 안 나오는 골목길의 낡은 포장마차가 맛집으로 소문나는 아이러니한 상황들. 이런 현상들은 숫자만 믿는 게 얼마나 위험한지를 보여준다.

이제는 복잡한 분석의 미로에서 벗어나, 창업의 가장 기본적인 감각으로 돌아가야 할 때다.

- 데이터가 놓치는 '맛의 진실'

왜 지금 계산기보다 직감이 중요할까. 그 답은 사람들이 음식을 소비하는 방식, 특히 맛있는 음식을 찾아다니는 행동의 본질에 있다. 손님들을 끌어당기는 건 '가성비'라는 계산된 가치가 아니라, '공감과 경험'이라는 감성적인 부분이다.

여기서 말하는 동물적 감각이란 단순히 충동적으로 선택하는 걸 의미하지 않는다. 그건 '손님들이 진짜 원하는 게 뭔지'를 깊이 이해하는 능력이고, 현장에서 일어나는 미묘한 감정의 변화를 알아채는 예민한 촉각이다.

첫째, 요즘 사람들은 '이야기'를 산다. 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 예쁜 경험, 브랜드만의 독특한 철학, 사장님의 개성이 느껴지는 따뜻한 대접. 이런 요소들은 두꺼운 보고서의 '소비자 트렌드' 그래프로는 절대 잡아낼 수 없는, 사람들의 깊은 욕구가 담긴 영역이다. 사장님이 단골손님의 짧은 한마디에서 '바로 이거야!'하고 직감으로 만들어낸 한정 메뉴가 본사에서 표준화해서 내놓은 메뉴보다 훨씬 더 폭발적인 반응을 얻는 현상이 바로 그 증거다. 손님들은 완벽하게 계산된 마케팅보다 진심이 담긴 한 접시의 음식에 더 깊이 반응한다.

둘째, 트렌드는 너무 빨리 바뀐다. '외식업 유행은 3개월마다 바뀐다'는 말이 과장이 아니다. 보고서를 만들고, 승인받고, 표준화하는 행정 절차를 밟는 사이에 이미 시장의 흐름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 버린다. 서울에서 잘됐던 방식을 그대로 지방에 가져다 쓰는 '복사-붙여넣기 전략'이 실패하는 이유도 바로 이것이다.

'지금, 여기'에서 몸으로 느끼는 변화를 믿고 바로바로 반응하는 유연함, 그것만이 살아남는 비결이다. 대기업이 시장조사를 마치고 신제품을 출시할 때쯤이면, 작은 가게 사장님은 벌써 다음 트렌드를 준비하고 있다. 

셋째, 위기 속에 기회가 숨어 있다. 모두가 겁먹고 움츠러들며 투자를 포기할 때, '지금이야말로 시장을 차지할 찬스'라고 직감하는 소수의 감각. 2020년 코로나 때를 생각해 보라. 모두가 개업을 미룰 때 배달 전용 주방에 과감하게 투자했던 사람들이 있었다.

이들은 확률 계산 대신 '위험을 감수할 용기'라는 내면의 감각을 믿었다. 직감은 때로 가장 논리적인 전략보다 강력하다. 위기의 순간에 데이터는 과거의 안전만을 이야기하지만, 직관은 미래의 가능성을 속삭인다.

또한 직감은 타고나는 재능이 아니다. 그건 끊임없이 현장과 부딪치고 반성하면서 단련되는 '통찰의 근육'이다.

우리는 우리의 오감을 시장 조사 도구로 새롭게 정의해야 한다. 성공한 창업가들을 보라. 그들은 모두 예외 없이 현장에서 몸으로 부딪치며 자신만의 감각을 키워온 사람들이다.